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대통령궁 난동 사태를 규탄하는 시민들이 9일(현지시각)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민주주의 수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브라질리아/로이터 연합뉴스
브라질 정부가 9일(현지시각) 대통령 선거 결과에 불복해 연방 의회와 대통령궁, 대법원에 난입했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농성 본거지를 철거하고 1200명 정도를 체포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도로 봉쇄 시도가 이어졌고, 수도 브라질리아와 리오데자네이루 등에서는 난동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민주주의 수호 시위도 열렸다.
브라질 정부는 이날 수백명의 경찰을 동원해 수도 브라질리아의 육군 본부 근처에 있는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농성 본거지를 철거하고 난동 참가자 1200여명을 체포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우소나루 지지자 수천명은 전날인 8일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군이 쿠데타에 나설 것 등을 주장하며 의회와 대통령궁, 대법원 건물 등에 난입했었다.
법무부는 전날 난입 현장 등에서 300여명을 검거한 데 이어 이날 추가로 1200여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플라비우 지누 법무장관은 난동 참가자들을 브라질리아로 실어 나른 교통 수단을 누가 제공했는지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들을 실은 버스가 100대 가량이나 수도로 진입했는데도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누 장관은 “그들이 브라질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데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정치 투쟁을 위한 범죄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브라질 중서부 곡창 지역인 마투그로수주에서는 보우소나루를 지지하는 트럭 운전자들의 도로 봉쇄 시위가 이어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남부 파라나주 일부 지역에서도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도로 봉쇄를 시도했고 경찰이 나서 해산시켰다. 트럭 운전자 등의 도로 봉쇄 시위는 몇달째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파울루 피멘타 대통령궁 대변인은 “도로를 막고 정유 시설 접근을 저지하려는 시위대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영 석유 회사 페트로브라스는 정유 공장 가동과 연료 공급에는 차질이 빚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말 임기가 끝나기 직전 미국 플로리다로 출국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이날 장 질환을 이유로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그가 지지자들의 난동과 관련해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브라질로 송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미 하원 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 정부는 보우소나루에게 피신처 제공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애칭 룰라) 대통령 등 3부 요인들은 이날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난동을 비판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룰라 대통령, 베네지아누 비타우 두레구 상원 의장 권한대행, 아르투르 리라 하원 의장, 로사 웨버 대법원장 등은 성명에서 “민주주의와 헌법을 수호하는 우리 공화국은 어제 브라질리아에서 발생한 테러, 기물 파손, 쿠데타 등 각종 범죄 행위자를 거부한다”며 “우리는 법에 따른 후속 조처를 위해 함께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30일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에서 룰라 후보가 1.8%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보우소나루 당시 대통령을 물리치고 당선되자, 보우소나루는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또 지지자들 일부는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고 반발해왔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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