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고등법원 앞에서 영국 정부의 난민 이송 계획에 반대하는 이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영국이 자국으로 들어온 난민신청자들을 아프리카 르완다로 보내는 방안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협조 대가로 르완다에 돈을 주고 난민신청자를 넘기려는 영국의 계획은 유럽인권재판소의 제동으로 중단된 상태다.
19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고등법원은 이날 영국 정부의 난민 이송 계획이 합법적이라고 판결했다. 영국 정부는 올해 4월 르완다 정부에 1억4천만파운드(약 2213억원)를 주고, 자국으로 들어온 불법 이주자들을 비행기 편으로 르완다에 보낸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계획에 따르면 난민신청자들은 영국에서 6400㎞ 떨어진 르완다로 추방돼 그곳에서 난민 심사를 받아야 한다. 영국 정부는 이 계획이 자국의 불법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고 그들에게 합법적인 지위를 보장해줄 수 있다고 했지만, 야당(노동당)과 인권단체 등은 난민신청자들을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제3국으로 추방하는 것은 반인권적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르완다가 반정부 인사를 고문하고 살해하는 등 인권 상황이 열악한 나라라는 점도 우려를 추가한다.
영국은 르완다에 돈을 지불하고 올해 6월에 난민 신청자들을 태운 비행기를 띄우려고 했으나 유럽인권재판소가 이를 멈춰 세웠다. 당시 유럽인권재판소는 영국의 정책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실질적 위험이 있다”며 긴급조치에 나섰다. 이후 지금까지 실제 르완다 추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법원이 이송 계획의 합법성을 인정하면서 영국 정부는 이송 계획 실행을 서두르겠다고 나섰다. 수엘라 브라버만 영국 내무장관은 법원 판결이 나온 뒤 “우리는 정책이 합법적이라고 주장해 왔고 고등법원도 이를 지지했다”며 “이 정책이 가능한 한 빨리 실행되도록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영국 정부가 곧바로 난민신청자들을 내쫓기는 어려워 보인다. 항소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가 유럽인권재판소가 법적 과정이 완료될 때까지 추방을 막았기 때문이다. 법원 역시 정책의 합법성은 인정했지만, 6월에 추방하려던 난민신청자들에 대해서는 일부 판사가 “정부가 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르완다 이송 정책은 보리스 존슨 총리 시절에 만들어졌다. 당시 일각에선 존슨 전 총리가 코로나19 방역지침 위반으로 입지가 좁아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이런 정책을 내놨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리즈 트러스 전 총리에 이어 10월 취임한 리시 수낵 총리는 최근 들어 영국으로 들어오는 이주민들에 대한 강경 발언을 내놓고 있다.
영국으로 들어오는 이주민들의 대다수는 프랑스 북부의 영불해협을 건넌다. 올해 들어 이곳을 통해 온 이주민은 4만명을 훌쩍 넘었고, 인명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이달 14일에도 영불해협을 건너던 고무보트가 침몰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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