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각) 영불해협에서 이주민들이 탄 보트가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영국 도버항에서 구조대원들이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들것으로 나르고 있다. 도버/로이터 연합뉴스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영불해협에서 이주민들이 탄 보트가 침몰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영불해협을 건너는 불법 이주민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발언을 내놓은 지 하루 만이다.
14일(현지시각) 영국 <비비시>(BBC) 등에 따르면 영국 남동쪽 켄트주 인근 바다에서 이주민들이 탄 보트가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40여명이 구조됐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4명의 사망자가 확인됐고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영불해협은 이주민들이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가는 주요한 통로다. 이곳을 건너는 이주민은 2018년에 숫자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로 꾸준히 늘어, 올해는 이미 4만명이 넘는 이들이 작은 배를 타고 바닷길을 건너 영국으로 향했다. 지난 9월까지 영국에 들어온 망명 신청의 절반이 영불해협을 건너온 이들이다.
지난해 11월에도 영불해협에선 이주민들이 탄 보트가 뒤집히면서 27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는 국제이주기구가 2014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뒤 영불해협에서 발생한 가장 큰 인명 피해였다. 당시 이라크 쿠르드족이 희생자 다수를 차지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 당국이 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사고 조사에 참여했던 해양 전문가 매튜 찬크는 <가디언>에 “우리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고, 슬프게도 실제로 발생했다”며 다만 “이번 사고 구조에 많은 자원이 투입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고무적이다. 지난해 비극으로부터 교훈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는 사고 소식이 알려진 뒤 트위터를 통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수낵 영국 총리가 영불해협을 건너오는 불법 이주민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로 다음 날 발생했다. 수낵 총리는 13일 의회에서 “불법 입국자들이 영국에 머물 수 없도록 하는 법을 만들겠다”며 특히 영불해협을 건너는 이주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알바니아인에게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영국은 지난달에는 프랑스 북부 해안 경찰 인력을 늘리는 데 7220만유로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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