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케도니아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10일(현지시각) 수도 스코페의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러시아의 무차별적인 우크라이나 폭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스코페/AFP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키이우 등 주요 도시에 동시 다발적인 대규모 보복 공습을 가한 데 맞서 우크라이나는 군 전력을 최대한 강화해 강력한 대응 공격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밤 동영상 연설에서 “우리의 군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모든 조처를 다할 것이며 전장에서 적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길 것”을 다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들은 공포와 혼란을 원하고 우리의 에너지 시스템을 파괴하려고 한다”며 “러시아가 원하는 것은 우리를 완전히 파괴해 지구에서 쓸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뒤 소셜미디어에 쓴 글에서 “우리의 군사 협력에서 최우선 순위는 방공”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첨단 방공 시스템의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러시아군이 오전 출근 시간대에 무차별적인 공습을 가한 지 한나절이 지난 이날 저녁에도 키이우 등에서 다시 공습 경보가 울리는 등 긴장감이 이어졌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공습 경보가 울리자 많은 시민들은 다시 지하 대피소로 빠르게 피했다. 중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도시 크리위리흐는 이날 두번째 공격을 당해 곳곳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올렉산드르 빌쿨 시장은 러시아군이 이란제 샤헤드-136 드론을 동원해 공격을 벌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에너지부는 이날의 공격으로 자국 전력 시스템이 심하게 파괴됐다며 유럽에 대한 전력 수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에너지부는 성명을 내어 “화력 발전소와 변전소가 미사일 공격을 당한 탓에 이날부터 전력 수출을 중단한다”며 “우리 전력 시스템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헤르만 할루셴코 에너지부장관은 방송에 출연해 “이날 공격은 전체 전력 공급망을 겨냥한 최대 규모의 공격이었으며, 전력 공급망 운용 능력을 최대한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유럽연합(EU)에 대한 전력 수출로 15억유로(약 2조800억원)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기대해왔다. 우크라이나의 전력 수출 중단은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연합 에너지 시장에 부담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러시아 정치인들과 분석가들은 이날 공격에 환호하며 우크라이나 정부 전복 작전 등을 주장했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 국민과 국경 방어와 함께 “우크라이나 정권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치 정권이 장악한 현재의 우크라이나는 앞으로도 러시아에 영구적이고 직접적이며 분명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은 “이날의 공격에 100% 만족한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해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았음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정치 분석가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 기반시설에 대한 1차 공격일 뿐”이라며 “러시아 대중은 기반시설을 완전히 파괴해 우크라이나군이 활용하지 못하게 하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 지원을 받는 <아르티>(RT) 방송의 마르가리타 시모냔 편집장은 우크라이나가 크름(크림)반도의 다리를 공격함으로써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러시아와 연합부대를 구성하기로 한 벨라루스는 전투에 직접 참가할 가능성을 배제했다. 빅토르 크레닌 벨라루스 국방장관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연합부대 배치에 합의한 뒤 발표한 영상 메시지에서 “우리는 리투아니아인, 폴란드인, 우크라이나인과 싸우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벨라루스의 군사분석가 알렉산드르 알레신은 벨라루스에 러시아군 1만~1만5천명 정도가 주둔해 6만명 규모의 연합부대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하지만 그는 벨라루스가 자국군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하는 건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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