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여성이 개의날인 17일(현지시각) 반려견과 함께 있다. EPA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원숭이두창이 사람에서 동물로 전염될 수 있다며 감염자는 반려견과 떨어져 지낼 것을 권고했다.
세계보건기구의 원숭이두창 담당자인 로사문드 루이스는 17일(현지시각) “인간에서 동물로 전염된 첫 사례가 보고됐다”며 이렇게 권고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앞서 의학저널 <랜싯>은 지난주 프랑스 파리에서 원숭이두창에 걸린 두 사람이 반려견 그레이하운드에게 병을 옮긴 사례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원숭이두창이 이종 전염될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루이스는 “쓰레기를 잘 관리하는 게 집 밖 설치류(쥐)와 다른 동물들의 감염 위험을 낮추는 데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감염병의 종간 전염을 걱정하는 것은 바이러스가 종간 문턱을 넘을 때 더 치명적으로 변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의 마이클 라이언은 “바이러스가 밀집생활을 하는 작은 포유류에 옮겨갈 수 있을 때 더 위험스런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감염이 잇따라 일어나며 변종 바이러스가 생겨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원숭이두창은 1958년 덴마크의 실험실 원숭이 몸에서 처음 확인됐지만, 사실 설치류에겐 흔한 감염병이다. 인간에 첫 발병한 것은 1970년이며, 당시만 해도 주로 중·서부 아프리카에만 퍼졌다. 그러나 지난 5월 전 세계에 퍼지기 시작해, 92개 나라에서 3만5천명이 감염됐고 12명이 숨졌다.
원숭이두창 예방을 위해 애초 천연두용으로 개발된 백신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병이 확산되며 공급이 부족한 상태다. 이 백신이 원숭이두창의 감염을 막는데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확인해줄 데이터도 충분하지 않다. 1980년대 이뤄진 제한된 연구 결과에 비춰보면 예방효과는 85% 남짓일 것으로 추정된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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