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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중, 사드를 ‘미국 칼’ 규정…대만 지척까지 배치될까 선제 압박

등록 2022-08-11 19:30수정 2022-08-12 18:12

‘3불 1한’ 관례 넘어선 으름장 왜
“미, 동북아에 박아넣으려는 무기”
엑스밴드 레이더 중국 감시 주장
사드 넘어 중거리 미사일도 우려
대만 옆 오키나와 배치 최악 여겨
‘한미 동맹 집착’ 윤 정부에 견제구
주한미군이 2020년 5월29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서 사드 미사일로 추정되는 장비를 사드 기지에 옮기고 있다. 소성리 종합상황실 제공
주한미군이 2020년 5월29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서 사드 미사일로 추정되는 장비를 사드 기지에 옮기고 있다. 소성리 종합상황실 제공

중국이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공식적으로 주장하지 않던 새 요구까지 들고나오며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급격히 높였다. 미-중 전략 경쟁의 범위와 강도가 사드가 배치되던 2016~2017년과 사뭇 달라진 상황이어서 이 문제가 대만 문제처럼 동아시아 전체 정세를 뒤흔드는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까 우려된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10월 사드 ‘3불’을 선언한 뒤 잠잠해졌던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한국의 지난 대선 선거운동 기간이었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는 1월 말 페이스북에 ‘사드 추가 배치’라는 여섯 글자로 된 게시물을 올렸다. 탄도미사일 요격 체계인 사드는 2016년 7월 박근혜 정부 때 배치 결정이 난 뒤 이듬해 4월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기지에 배치됐다. 이를 계기로 한-중 관계가 험악해지면서 중국은 한국에 경제 보복을 퍼부었다. 그해 5월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10월 중국과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불참하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지 않는다’는 이른바 사드 3불 협의를 통해 이 갈등을 ‘봉인’했다.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을 내걸었던 윤 대통령이 취임하자 사드 ‘3불’ 문제가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새로운 관리(지도자)는 옛 장부를 외면할 수 없다”며 사드 3불의 계승을 요구했다. 나아가 왕원빈 대변인은 첫 한-중 외교장관 회의가 끝난 다음날인 지난 10일 “한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3불(不) 1한(限)’의 정치적 선서를 정식으로 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3불 외에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의 운용을 제한한다는 ‘1한’ 약속이 또 있었다는 새로운 주장을 들고나온 것이다.

3불 1한을 지키라는 중국의 요구는 강압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9일 박진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5가지 응당을 견지하라’는 요구를 쏟아냈다. 이 가운데 두번째 요구는 “마땅히(응당) 근린 우호를 견지해 서로의 중대 관심사항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왕 부장이 말한 ‘중대 관심사항’은 사드 3불을 뜻하는 것이다.

중국이 사드 문제와 관련해 ‘응당 요구’라는, 일반적인 외교 관행에 어긋나는 무리하고 과도한 요구를 쏟아내는 가장 큰 이유는 군사·안보적인 우려 때문이다. 중국은 시종일관 사드를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한국에 배치한 무기체계로 규정한다. 한국은 사드를 배치하는 목적이 북한의 미사일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왔지만 중국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9일 사설에서 “사드는 미국이 동북아시아에 박아 넣으려 하는 쐐기이며, 목적은 지역 정세를 교란해서 어부지리를 얻는 것”이라며 “한국은 친구(미국)가 건네준 칼을 절대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사드 체계에 쓰이는 ‘엑스밴드 레이더’(AN/TPY-2)가 중국 동부와 동북부 지역의 군사활동을 감시하는 용도로 쓰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한국에 사드 추가 배치를 허용하면, 이후 오키나와에서 한반도에 이르는 ‘제1열도선’에 비슷한 시설이 속속 배치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방어용 장비인 사드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장차 이 지역에 들어올 수 있는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이다. 미국은 2019년 8월 옛 소련과 맺은 중거리핵전력협정(INF)을 최종 파기했다. 그로 인해 사정거리 500~5500㎞에 이르는 중·단거리 미사일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이 이 미사일 개발을 끝내면, 미-중의 힘이 맞부딪히는 최전선인 오키나와 등에 배치를 추진할 수 있다. 오키나와는 대만의 지척에 있다. 중국 입장에선 악몽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강화되며 사드의 효용성은 첫 배치가 이뤄진 2017년보다 떨어졌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다. 북한은 2019년 2월 말 북-미 하노이 핵협상이 좌절된 뒤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나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라 불리는 변칙적 탄도를 그리는 미사일을 연달아 쏘고 있다. 지난해 9월(화성 8형)과 지난 1월엔 극초음속 미사일이라 주장하는 미사일까지 발사했다. 변칙 궤도를 그리며 낮게 날아가는 이런 미사일은 고도 40~150㎞에 위치한 미사일만 맞힐 수 있는 사드로 요격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 정부의 호들갑은 한국의 새 정부에 던지는 강력한 견제구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한-미 동맹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정치·경제·외교·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입장에선 한국 보수정부가 지나치게 미국 쪽에 기우는 것은 막아야 한다. 다른 문제는 중국이 노골적으로 반대할 명분이 적지만, 사드는 중국의 안보 이해를 침해하는 측면이 있어 발언권이 존재한다. 또 과거 한차례 갈등을 통해 한국의 양보를 얻어낸 터라 이를 지렛대 삼아 한국의 대미 접근을 강하게 견제할 수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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