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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오마이홍콩⑦] 강제 이식되는 중국식 전국민 코로나 조사

등록 2022-02-23 22:35수정 2022-02-23 23:24

21일 홍콩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21일 홍콩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핑궈일보> 퇴직 기자가 급변하는 홍콩 사회의 현주소와 이를 지켜보는 시민사회의 고민을 담은 기사를 <한겨레>에 연재한다. 일곱 번째로 폭발적인 코로나19 확진 상황과 중국의 지원에 관한 이야기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은 전세계 코로나19 사태에 새 국면을 열었다. 홍콩은 이달 중순부터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어 날마다 기록이 깨지고 있다. 11일 1161명이었던 일일 확진자 수는 22일 6211명까지 늘었다. 제때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진이 폭증하면서 환자 치료 측면에 부담이 매우 크다. 홍콩병원관리국 통계를 보면, 홍콩엔 병상 7천여개가 있지만 현재 입원을 기다리는 환자는 1만2천명이 넘는다. 병원 내 병상이 꽉 차자 일부 병원은 주차장 등 빈터에 임시로 천막을 설치해 환자를 입원시키기도 했다. 특히 노년층은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큰데, 일년 중 가장 추운 날씨까지 겹치며 걱정이 커지고 있다.

홍콩 내각인 행정회의 멤버인 레지나 입 라우 석 입법회(국회) 의원은 “홍콩이 제3세계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홍콩의 의료 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량바이셴 전 홍콩병원관리국 행정총재는 앞으로 누적 확진자 수가 10만 건을 넘을 수 있다며 경증 또는 무증상 감염자는 자가 격리를 하라고 권고했다. 자가 격리는 예전부터 ‘위드 코로나’(코로나 공존) 정책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돼 왔다. 이는 중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제로 코로나’(칭링) 정책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홍콩 정부가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홍콩은 위드 코로나도, 제로 코로나 정책도 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전에 겪지 못했던 어려움을 겪고 있다.

22일 홍콩 정부 수반인 캐리람 행정장관이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콩/신화 연합뉴스
22일 홍콩 정부 수반인 캐리람 행정장관이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콩/신화 연합뉴스

사실, 홍콩 정부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중국의 정책인 ‘동태적 제로 코로나’ 방침을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말 ‘동태적 제로 코로나’와 ‘제로 코로나’ 정책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묻는 언론의 질문에 “나는 창시자(시작용자始作俑者)가 아니다. ‘동태적’이라는 말에 대한 권위 있는 해석을 원한다면, 미안하지만 나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작용자’라는 표현은 중국 고전인 맹자에 나오는 말로서, 나쁜 전례를 처음으로 만든 이를 뜻한다. 캐리 람이 맥락에 맞지 않는 틀린 표현을 쓴 것이다.

중국 방역 부문 권위자로 꼽히는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전염병대응처치업무 영도소조의 전문가 조장인 량완니앤의 설명에 따르면, ‘동태적 제로 코로나’ 정책은 신속한 발견과 신속한 처치, 정밀한 통제, 그리고 효과적인 치료 등 4가지 기본원칙을 담고 있다. 이런 기준이라면 홍콩 정부는 현재 동태적 제로 코로나를 실행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보인다. 캐리람 장관은 “동태적 제로 코로나 목표를 계속 견지하는 것 외에 바이러스에 항복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홍콩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방역 상황이 통제 불능의 임계점에 온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직접 지휘를 받는 홍콩 친중 매체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에 대해 세 가지 ‘일체’와 두 개의 ‘확보’로 요약되는 중요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하루빨리 전염병을 통제할 수 있는 ‘일체’의 임무를 위해, ‘일체’의 역량과 자원을 동원하고, ‘일체’의 조처를 함으로써, 홍콩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확보’하고, 홍콩 사회의 안정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홍콩 행정부 2인자인 리자차오 정무국장은 홍콩 정부 관리들을 이끌고 중국 선전에 가서 홍콩을 담당하는 중국 관리들과 방역회의를 가졌다. 홍콩에 돌아온 리자차오 국장은 “홍콩 방역에 협조해 줄 것을 중앙정부에 요청하고, 병리조사, 검사능력 향상, 격리시설 건설 등 5가지 사항에 대한 도움을 받기로 했다”며 “양쪽이 서로 다른 실무팀을 만들어 각종 방역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리자차오 국장은 홍콩에 돌아온 뒤 가사도우미가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 격리한 채 근무해야 했다.

중국의 강력한 방역 지원에 홍콩 관리들과 친중파들은 부랴부랴 충성을 표시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홍콩 특별행정구와 전 홍콩 시민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홍콩 정부의 대응능력을 크게 초과하고 있다. 일국양제의 장점이 발휘됐다. 베이징은 홍콩 특구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라며 “홍콩 정부는 시진핑 주석의 중요 지시에 따라 베이징에 보고하고 베이징의 조속한 협조를 요청하는 구체적인 협조 사항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회 의원과 전국정협 상무위원들도 “시진핑 주석의 지시가 홍콩 각계의 코로나19 극복 자신감을 북돋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감사 성명을 발표했다.

22일 홍콩의 한 시민이 코로나19 신속 검사 키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22일 홍콩의 한 시민이 코로나19 신속 검사 키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민간의 실제 상황은 다르다. 자체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오거나 공식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시민들이 입원·격리를 기다리다가 상황이 호전되고 건강을 회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사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 확진을 의심하던 시민들이 건강을 회복하는 경우도 많다.

현실은 이렇지만 홍콩 당국은 방역 방침을 바꿀 의사가 없어 보인다. 홍콩 정부는 중국에 협조를 받아 다음 달 홍콩에서 모든 시민을 강제 검사해 확진자를 찾아내 처리할 계획이다. 홍콩 당국이 친중파 매체에 밝힌 계획을 보면, 3월 중 홍콩 전 시민 750만명을 대상으로 3주에 걸쳐 세 번의 검사를 할 예정이다. 사실 이전에도 홍콩에서 전 국민 강제 검사가 논의됐지만, 캐리 람 행정장관은 중국 경험상 효과적인 검사를 위해서는 이동을 금지하는 법률 등이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3주간 검사를 하더라도 시민들이 여전히 돌아다니거나 생활할 수 있다면 검사 결과의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에도 중국은 의료진을 파견해 홍콩 전국민의 자발적 검사를 추진했는데, 당시 민주파 단체들은 홍콩 시민의 사적 정보인 유전자 샘플이 중국으로 보내질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홍콩 정부는 이를 ‘루머’라고 부인했지만, 최근 홍콩의 친중 언론도 이런 대량 검사를 성공적으로 하려면 유전자 샘플을 중국으로 보내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전 자신의 주장을 뒤집으며 “우리는 현재 전 국민 바이러스 검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사를 성공적으로 마쳐 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확진자가 가려질 경우 홍콩 정부가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만약 지금처럼 최종 확진자가 지역사회와 가정에 그대로 머물며 스스로 완쾌되기를 기다려야 한다면, 이는 사실상 현재 여러 나라가 취하는 ‘위드 코로나’ 정책과 다를 바 없다.

홍콩 핑궈일보 퇴직기자 천줴밍.
홍콩 핑궈일보 퇴직기자 천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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