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정부가 열흘 동안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외출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한 14일(현지시각) 수도 빈에서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빈/AFP 연합뉴스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오스트리아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12살 이상에 대한 외출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15일 0시부터 열흘 동안 백신을 맞지 않은 이들은 출근, 식료품 구매, 산책 등을 뺀 외출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최대 1450유로(약 196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외출 금지 대상은 전체 인구 890만명 가운데 약 200만명 수준이다.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총리는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오스트리아 정부의 임무”라며 “외출 제한 기간 중에 경찰이 순찰을 돌며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는 국민의 65%만이 백신 접종을 완료해 서유럽 국가 가운데는 백신 접종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일주일 전 8554명을 기록한 하루 신규 확진자는 이날 1만1552명을 기록하는 등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인구 10만명당 확진자는 775.5명으로, 이웃나라 독일(289명)의 2배를 훨씬 넘는다.
앞서, 네덜란드는 지난 13일부터 서유럽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3주 동안 부분 봉쇄 조처에 들어갔다. 주점, 식당, 슈퍼마켓의 영업 시간이 오후 8시까지로 제한됐고, 생활 필수품을 팔지 않는 상점은 오후 6시에 문을 닫아야 한다. 또 운동 경기는 무관중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심각한 동유럽 국가들은 통제 조처 도입을 꺼리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의 11월 첫 주 인구 대비 코로나19 사망자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지만, 동유럽 여러나라가 선거를 앞둔 가운데 정치인들이 봉쇄 조처 시행을 꺼린다고 <에이피>는 지적했다. 루마니아의 보건통계학자 옥타비안 주르마는 정부의 늑장 대응이 “바이러스 대유행을 (보건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대응해 발생하는 비극적 결과의 교과서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각국 정부의 대응이 늦어지면서 의료 체계도 위기에 처했다. 루마니아는 최근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야간 통행 금지를 실시하면서 신규 확진자는 약간 줄었으나, 병원은 환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불가리아에서는 시신을 보관할 영안실이 부족해 시신을 복도에 대기시키기도 하며, 세르비아의 병원들은 코로나19 환자가 아닌 이들에 대한 진료를 중단할 지경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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