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방역조치가 다시 도입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13일 한 카페가 가게 문을 닫고 있다. 암스테르담/EPA 연합뉴스
유럽에서 코로나19 감염률이 다시 치솟으면서 여러 나라에서 다시 고강도 방역조치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12일 유럽에서 지난주 211만7003명이 신규로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며 이는 “코로나19 감염 이후 이 지역에서 주간 단위로 가장 많은 확진자”라고 말했다. 동시에 유럽의 코로나19 사망자도 전세계 사망자의 절반이 넘는 2만8166명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는 이날 발표한 ‘주간 질병 위험 평가서’에서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그리스, 네덜란드 등 10개국을 ‘상황이 매우 우려되는 국가’로 분류했다.
네덜란드는 최소 3주간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를 다시 내렸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3%나 급증해 1만6천 명을 돌파하자, 방역조치 카드를 해제 두 달 만에 다시 꺼내든 것이다.
이에 따라 식당, 주점, 카페, 슈퍼마켓은 오후 8시에 문을 닫아야 하고 ‘비필수 업종’은 오후 6시까지만 영업이 허용된다. 일반 가정에서도 손님의 방문을 4명까지만 허용하며, 업무도 재택근무가 권고된다.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노르웨이와의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지역예선 경기도 무관중으로 치러진다. 헤이그에서는 이번 방역조치에 반발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이에 대해 정부는 물대포까지 동원해 이를 진압했다.
오스트리아도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고강도 방역조치를 예고하고 나섰다. 알렉산데르 샬렌베르그 오스트리아 총리는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전국적인 봉쇄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샬렌베르그 총리는 백신 접종률이 65% 수준에 머무는 현실을 겨냥해 “백신이 충분한데도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률이 낮은 것은 창피한 일”이라며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서는 강경한 방역정책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노르웨이의 요나스 가르 스퇴레 총리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겠지만, 과거처럼 강제 격리 등과 같은 엄격한 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이처럼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게 된 것은 백신 접종률 저조와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의 전파, 느슨한 방역조치 등이 어우러진 탓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진단했다. 유럽은 백신접종이 가장 이른 시기에 추진된 지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불가리아 등 몇몇 나라를 중심으로 가짜뉴스가 번져나가며 백신 접종률이 정체 현상을 빚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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