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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당신은 ‘소셜 네트워크’라는 교회의 헌금기부자

등록 2021-08-05 04:59수정 2021-08-05 16:38

[안희경의 내일의 세계] 세계 지성에게 10년 생존 전략을 묻다
3. 다니엘 코엔
다니엘 코엔 파리경제대 교수는 코로나19가 초래한 현재의 위기를 ‘대면으로 조직된 서비스 경제의 위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세계가 디지털 자본주의로 급속하게 전환되면서 20세기에 이루어낸 인간다운 삶을 위한 안전장치들이 스러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브뤼노 샤루아
다니엘 코엔 파리경제대 교수는 코로나19가 초래한 현재의 위기를 ‘대면으로 조직된 서비스 경제의 위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세계가 디지털 자본주의로 급속하게 전환되면서 20세기에 이루어낸 인간다운 삶을 위한 안전장치들이 스러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브뤼노 샤루아

지금 등장하는 디지털 경제를 ‘탈산업화 사회의 산업화’라고 명명해요. 산업 전반에서 아주 많은 디지털화 과정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디지털 자본주의라고 불릴 새 체제의 첫 세대입니다.
 
얼굴 인식 패턴을 확보하고 인공지능을 발전시키는 데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죠. 인공지능 좋아요. 그러나 바로 뒤에 건강, 금융, 교육 분야가 숨어 있습니다. 이때는 차이를 만듭니다. 불안감을 떨칠 수 없어요.
 

3_다니엘 코엔 Daniel Cohen

프랑스를 대표하는 경제학자이다. 1953년 튀니지 출생.

프랑스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파리1대학, 파리경제대학, 파리고등사범학교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파리경제대학 공동설립자이다.

다양한 저서를 통해 경제 현상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고, 대중매체를 통해 경제 정책뿐 아니라 정치적 쟁점에 대해서도 활발히 발언하고 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경제학자이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부채와 성장 문제에 관해 많은 연구를 수행해왔다. 시장방임주의적 담론에 비판적이며 스스로를 실용적 경제학자로 규정하는 코엔은 프랑스 정부와 국제기구의 정책 수립에도 적극 관여해왔다.

1987년 프랑스경제과학협회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된 이래 1997년 <르 누벨 에코노미스트> 선정 ‘올해의 경제학자’, 2000년 도덕 및 정치·과학 아카데미의 레옹 포셰 상, 2001년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 훈장 수훈을 비롯하여 2012년 경제학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2000년 올해의 경제학 도서 상에 선정된 <우리의 현대>(Nos Temps Modernes), 2012년 올해의 경제학 도서 상에 선정된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비롯하여 2009년 프랑스를 들썩이게 했던 <악의 번영> 및 <화폐, 부, 부채> <세계화와 적들> <출구 없는 사회> 등이 있으며, 최근작으로는 산업 질서 붕괴와 디지털 경제 등장을 정치경제적으로 분석한 <유럽을 성찰하다>가 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1년 반이 지나면서 산업 각 분야의 상황이 드러났다. 코로나19 위기의 성격이 그동안 반복되었던 금융위기들과는 다름을 보여준다. 휘청거린 분야만큼이나 급속한 성장을 이룬 분야들이 도드라진다. 다니엘 코엔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현재의 위기를 대면으로 조직된 서비스 경제의 위기라 진단하며 세상은 이에 대한 응답으로 디지털 자본주의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아이티(IT) 혁명이란 환호 속에서 출현한 디지털 산업이 자본주의의 체질을 바꿔 놓았다. 그 속에서 20세기에 이루어낸 인간다운 삶을 위한 안전장치들이 스러지고 있다. 노동시장만이 아니다. 개인의 모든 활동이 정보로 축적되는 시대, 우리는 안전한가? 코로나19 위기의 끝에 무엇이 놓여 있으며, 지금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주목해야 할 전환의 지점을 살펴본다. 7월5일 오후 3시(파리 현지시각) 파리경제대학 연구실에 있는 다니엘 코엔 교수와 인터넷 화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안희경(이하 안) 지난해 코로나19로 경제가 위협받자 많은 경제학자들이 세계화된 신자유주의 구조에서 위기의 원인을 찾았습니다. 코로나19가 자본주의 질서에도 변화를 가져올까요?

다니엘 코엔(이하 코엔) 팬데믹이 시작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세계화된 신자유주의의 종말을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자본주의는 끝날 것이라는 사고까지 등장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일어난 다음, 금융 자본주의와 세계화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격렬한 저항(오큐파이 운동)이 있었고 위기가 반복돼서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의 위기를 일종의 자본주의의 종말로 생각하는 것은 실수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바로 디지털 경제의 서막입니다. 디지털 자본주의죠. 새로운 기술이 폭발하고 있어요. 우리가 지금 소통하는 줌(Zoom)이 그렇듯 어디에 있든지 쉽게 연결됩니다. 넷플릭스, 아마존 등의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었어요. 코로나19 속에서 디지털 의학이 꽃을 피우는 것을 보았듯 재택근무가 새로운 노동 형태가 됐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지속되리라 봅니다. 개선되면서 유지될 거예요.

코로나19 위기는 서비스 경제의 위기

옥스퍼드대학교 인류미래연구소 닉 보스트롬 소장은 “대면 접촉 욕구는 다시 회복될 것이며 이전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는데요, 부동산 시장을 보면 다른 경향을 실감합니다. 기업들이 도심 사무실을 축소하고 재택근무로 돌리는 상황입니다. 요즘 부동산 회사에서 중개인들에게 내리는 지침이 큰 집을 확보하라는 것입니다. 가족 모두가 각자의 방을 갖고자 하는 구매자들의 욕구 때문입니다.

코엔 디지털 경제와 관련해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깔려 있는 경향들을 봅니다. 1980년대에 시작된 경제 서사는 ‘서비스 경제 체제를 완수해야 한다’였어요. 서비스 경제는 대면 경제로 노동집약적입니다. 당신이 판매하는 상품은 시간이죠.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자르고, 의사에게 가서 치료받고, 누군가가 당신을 돌볼 것입니다. 물질적인 생산물을 제조하는 활동이 아니라 생산자와 고객이 시간을 얼마나 보내는가로 산출되는 생산이기에 서비스 경제라고 합니다. 자본주의 관점에서 보면 대면하는 데에는 비용이 많이 듭니다. 두어 시간 만나기 위해 네다섯 시간 혹은 열 시간씩 걸려서 가야 하죠. 저는 서비스 경제야말로 최초의 산업 경제라고 규정합니다. 그리고 지금 등장하는 디지털 경제를 ‘탈산업화 사회의 산업화’라고 명명해요. 산업 전반에서 아주 많은 디지털화 과정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디지털 자본주의라고 불릴 새 체제의 첫 세대입니다.

앞선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위기를 글로벌 제조업의 위기로 해석하는데, 선생님은 동의하지 않는 건가요?

코엔 잘못된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코로나19 위기를 서비스 경제의 위기로 21세기에 맞는 첫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경제는 대면으로 조직된 서비스 경제의 위기에 대한 응답입니다. 코로나19 위기가 우리 경제가 지나치게 세계화되었음을 보여준 것은 사실입니다. 기후변화로 야기된 팬데믹이 그동안 제품을 만들고 판매해온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도록 했어요. 세계 한쪽 구석에서 원료를 꺼내 다른 구석으로 가져가 조립하고 또 다른 구석으로 가져가 완성합니다. 엄청난 탄소를 배출하죠. 국가와 개인들이 세계화 방식을 점검해야 한다고 인식했습니다. 팬데믹은 시스템의 약점을 보여줬어요. 그러나 이 또한 몇달 정도일 뿐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감정적인 느낌만 남았죠. ‘겨울에 굳이 지구 저편에서 체리를 가져와 슈퍼마켓에서 팔 필요는 없다.’ 이런 종류로요. 이런 자각은 캠페인이나 운동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세계화 방식을 더이상 비용으로 보지 않을 테니까요. 대신 다른 지점에서 세계화 균열이 일어나리라 전망합니다. 중국은 계속 세계화의 중심에 있을 텐데, 더 많은 자재를 수입하고 제조할 거예요. 하지만 앞으로 50년 정도 내수에 집중할 것입니다. 국제적으로 나갈 제품은 줄고, 중국에서 제조해 자기 나라로 가져가던 업체들은 공장을 어디로 옮길지 생각해야 하죠. 그럼 제조업은 자국과 가까운 곳으로 바뀔 것입니다. 그럼에도 현재의 위기에 대한 저의 해석은 ‘재설계를 요구하는 21세기 서비스 경제의 위기’라는 것을 강조하겠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른 차원의 자본주의, 디지털 자본주의를 맞았다는 말인데요. 글로벌 자본의 중심에는 플랫폼 기업이 있습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의 2020년 말 시가 총액은 1조달러를 넘었고, 그들은 상위 5위 안에 들었습니다. 다음은 페이스북, 텐센트, 알리바바이고요. 한국에서는 네이버(4위)와 카카오(9위)가 시가총액 10위권에 올랐고, 미국에 상장된 쿠팡이 하이닉스(2위)와 비슷합니다. 독점은 경제를 망칠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년 뒤엔 구글이 금융계 리더 될 것

코엔 한 세기 전 자본주의의 새로운 물결이 시작될 때 겪었던 상황과 똑같은 자본주의 소아병을 지금 겪고 있습니다. 20세기 초에 모건(J.P Morgan)은 전화 회사를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철강을 사들였죠. 20세기를 시작한다는 미명 아래 ‘강도 남작들’(Robber Barons, 로버 배런스: 헨리 포드, 앤드루 카네기, 존 록펠러 같은 거부들)이 활개쳤습니다. 갑자기 너무 커져서 경쟁자가 존재하지 않는 소아병적인 산업들이 있었어요. 그들은 이윤이 늘어나는 길목을 막고 도전자들을 제압했습니다. 디지털 독점도 마찬가지입니다. 구글과 페이스북을 보면, 수입의 80%를 광고로 법니다. 매우 좁은 사회적 기반으로 볼 수 있는데요, 그들이 세계 광고의 100%를 소유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들은 좋은 서비스를 한다는 이미지 속에서 지구촌 사람들의 정보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정보가 당신에게 칫솔을 판매하는 데 사용될 거예요. 웃기는 일이죠. 구글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매우 앞서 있습니다. 그들이 계속 번영하고자 한다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텐데, 아마도 구글 자율주행 자동차가 되겠죠. 그리고 페이스북은 통화를 만드는 데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지난 4월7일에 제이피모건의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이 연례 서한에서 ‘은행의 역할이 줄어드는 요즘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월마트를 비롯한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해서도 은행 못지않게 강력한 규제를 해야 경제를 지탱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코엔 맞습니다. 우리는 사회계약으로 이뤄온 규정들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20년 후에는 구글이 금융계의 리더가 될 것입니다. 페이스북 은행도 있을 거예요. 아마존은 그들이 개척한 시장을 뛰어넘어 각계로 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본 것이 다가 아니에요.

코로나19 속에서 한국은 모든 식당과 은행 등에 갈 때 본인 인증을 하는데요, 개인의 일과와 소비 성향이 드러납니다. ‘감시사회’를 실감했습니다. 개인정보가 빅데이터로 축적되어 기업의 이윤으로 흐르고 선거 유세에 사용되는 이 시대가 과연 안전할지 의문입니다.

코엔 정보 경제의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얼굴 인식 패턴을 확보하고 인공지능을 발전시키는 데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죠. 반대하지는 않아요. 인공지능을 좋아합니다.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데이터들이 도달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당신에 대한 알고리즘을 획득했습니다.” 제가 어딜 가든 제 데이터가 생산되고 어딘가에 쌓입니다. 지금까지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제가 테니스를 좋아한다면 제 정보는 저한테 라켓이나 팔고 말 거예요. 짜증나지만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광고 바로 뒤에 건강, 금융, 교육 분야가 숨어 있습니다. 이때는 차이를 만듭니다. 신용 기준에 맞는 사람만 대출해주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요? 선택된 소수만 리더십 프로그램을 제공받고 다른 사람들은 참여할 수 없다면요? 채용은 점점 더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그림에 열중하고 신용카드 사용이나 검색 등으로 정보가 쌓인다면, 전공이 무엇이건 회사에 취직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테니스 라켓만 사라고 했기에 그 뒤에 걸려 있는 고리들을 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는 확장될 거예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우리에게 그 시스템에서 벗어날 시간이 남아 있을까요?

코엔 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우리가 20세기에 이뤘던 일들을 다시 해야죠. 그때 우리는 많은 규제를 곳곳에 갖췄어요. 특히 1930년대 뉴딜을 통해 오늘까지 지탱하는 수많은 안전 규제들을 갖췄습니다. 그 시도를 지금 해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위험이 고스란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떠넘겨진 자본주의를 가졌어요. 잃어버린 문명의 요건들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그리고 이는 국가가 응답해야 할 일입니다.

극좌들이 짜증스러워할 제안

아이티 혁명이라는 단어가 일종의 착시 현상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노동하는 이가 존재하고 상품을 만들고 배달하는 이가 존재합니다. 다만 주문받는 사람이 기계로 대체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을 뿐이라 여깁니다. 디지털 혁명이라는 이름 속으로 많은 인도주의적 가치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코엔 우리는 매우 많이 버는 부자에게 이롭도록 소득이 분배되는 시장 양극화를 보고 있지요. 하층 계급은 생활할 수 있을 만큼의 임금을 받지 못하는 위태로운 사회에서 삽니다.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사회인지 질문해야 해요. 좀 더 깊이 생각한다면 중산층이 있는가 살펴야 하죠. 민주주의가 살아남을지 여부가 달려 있거든요. 우리 사회가 양극단으로 빠질 수 있습니다. 포퓰리즘이 부상함으로써 인종차별주의, 외국인 혐오가 풀뿌리 차원에서 퍼졌죠. 일터를 잃은 노동자들이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면서 휩쓸리고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규제가 잘 시행되는지 확인하고, 시장에 경쟁에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고, 노동시장에서 지켜야 하는 사항들을 감시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사회계약을 입에 올릴 필요가 없도록 합시다. 현재 디지털 경제가 4분의 1가량 진행됐습니다. 이제는 모든 형태의 사회복지 국가에 대해 고려해야 해요. 주거 문제는 더 많은 상상력을 동원해서 복지안을 짜내야 합니다. 최저임금도 강화해야 하고요. 네, 이런 종류의 제안은 극좌들을 짜증스럽게 한다는 것을 저도 압니다. 타협안이고 불평등 구조에 투항하는 거라 여기니까요.
2012년 6월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와 페이스북 관계자들이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내 멘로파크시에 위치한 페이스북 본사 야외에서 나스닥 상장을 축하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12년 6월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와 페이스북 관계자들이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내 멘로파크시에 위치한 페이스북 본사 야외에서 나스닥 상장을 축하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신자유주의하에서 경쟁에 도태되는 이들을 위한 복지를 강화하자 할 때, 무조건 밀어붙이는 대처와 레이건의 방식도 문제지만, 경쟁 체제를 놔두고 부분적인 복지를 논하는 클린턴이나 오바마의 방식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산업이 자동화로 변하는 소위 ‘디지털 혁명’이라는 요즘, 연착륙을 위한 모색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코엔 불평등과 경제 불안의 원인을 바로잡았던 과거의 시도를 여러 각도에서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디지털 경제는 새로운 유형의 사람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호모 디지털리스(Homo digitalis)라고 부를 수 있어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를 사고하는 특정한 유형입니다. 그러니까 사회 속 네트워크에 들어가 있는 거죠. 당신은 아주 작은 교회를 구성하는 헌금기부자가 되어 있습니다. 그 작은 서클에서 더욱 세뇌되어 스스로를 노동자이자 고객이라고 굳건하게 믿을 거예요. 사생활 보호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의 생활을 알게 되죠. 더욱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로 빠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변화하는 시스템 속에서 재설계되고 있어요. 소비자로서 혹은 노동자로서 디지털 권리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인터넷 세상의 공룡’을 상징하듯 미국 캘리포니아주 구글 본사에 있는 공룡 화석 모델. 다니엘 코엔 교수는 페이스북과 구글에 대해 “사회계약으로 이뤄온 규정들을 다시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위키피디아
‘인터넷 세상의 공룡’을 상징하듯 미국 캘리포니아주 구글 본사에 있는 공룡 화석 모델. 다니엘 코엔 교수는 페이스북과 구글에 대해 “사회계약으로 이뤄온 규정들을 다시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위키피디아

 

1920년대 스페인 독감이 끝났을 때 미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너무 행복한 나머지 사람들이 미친 듯이 돈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일이 곧 일어날 수 있어요. 돌아갈 곳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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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점에선 로봇이 매우 광범위한 범위에서 일할 겁니다.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항상 패자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기업에서 나옵니다. 너무 늙었거나 새 기술이 없는 이들을 위해 기본소득이 필요합니다.

안전벨트 맸다고 부주의하게 운전할까?

코로나19 동안 많은 정부에서 경기 부양책을 썼습니다. 돈을 많이 쓴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고, 인플레이션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코엔 미국은 트럼프 정권이었지만 약자와 노동자를 지원하는 사회적 요구를 받아들였습니다. 국가가 위험을 회피하려 한다면 과연 국가가 존재하는 것일까요? 지금 경제의 회복 능력은 매우 높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전혀 다릅니다. 당시엔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프랑스는 거의 잃어버린 10년을 보냈어요. 기업이 다시 직원을 고용하기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바이러스와 관련해서 현재 기업들의 상황은 다양합니다. 백신이 나왔을 때 일부의 불황은 끝났고요. 미국과 프랑스에는 저축액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돈을 별로 쓰지 않았어요. 정부가 소득을 지원했지만 여행이나 식당에 갈 기회가 없었죠. 집에 있어야 했으니 가족과 시간도 충분히 보냈습니다. 1920년대 스페인 독감이 끝났을 때 미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너무 행복한 나머지 사람들이 미친 듯이 돈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식 생활방식이라 불리는 소비사회가 시작된 거죠. 이런 일이 곧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돌아갈 곳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내야 합니다. 지금은 부채가 더 많아져도 문제될 건 없다고 봐요. 물론 금리는 오르겠죠. 그렇지만 당장 긴축을 고려할 상황은 아닙니다.

요즘 보편적 기본소득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동안 여러 나라에서 전국민 현금지원책을 시행하면서 어느 정도 기본소득에 대한 시험을 했다고 보는데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코엔 저는 기본소득을 찬성합니다.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의도는 아닙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소외되기 때문이에요. 그들의 삶이 지속되도록 견고한 기초를 마련해야죠. 기본소득에 대한 많은 오해가 있습니다. 로봇이 일하게 만드는 길이라며 로봇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해결하자는 말도 나옵니다. 기본소득 논쟁이 노동의 종말이나 지식에 대한 논쟁으로 가고 있어요. 노동의 종말은 일어나거나 혹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느 시점에는 로봇이 매우 넓은 범위에서 일할 것입니다. 여러 변화의 시간이 오겠죠. 그리고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항상 패자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기업에서 나옵니다. 그들은 다른 일로 갈 수가 없어요. 이미 너무 늙었거나 새 기술이 없기에 불가능합니다.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모두에게 돈을 준다면 시장에 돈을 주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복지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이는데요.

코엔 항상 그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참조할 부분이죠. 하지만 실제로 가난에 빠지면 매우 위험합니다. 물론 기본소득으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도 있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회사는 사람들이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을 알면 임금을 줄 의무가 덜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마치 안전벨트를 착용하면 사람들이 더 많은 사고를 낼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안전벨트를 맸다고 해서 부주의하게 운전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규제를 정하고 말하는 거예요. “이제 당신은 안전벨트를 맸습니다. 시속 110㎞로 달리면 안 됩니다.” 좋은 것은 언제나 나쁜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저는 안전을 추구하는 사람이고 기본소득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좋습니다.

최저법인세 15%는 낮다고 생각

가난한 사람들을 거론했는데요, 분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도구는 과세입니다. 과세에 있어 정의란 무엇인가요? 바이든은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코엔 바이든의 정책이 강력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진행되는 논쟁을 보면 비교적 온건하다고 느낍니다. 잉여 자본이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일은 매우 쉽습니다. 지금까지는 과세 정책에 있어 그리 큰 추진력을 보지 못했습니다. 요즘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죠.

글로벌 기업들이 이윤을 내는 국가에 세금을 내도록 해당 국가가 과세하는 방안과 함께 다국적 기업들에 최저 15% 세율의 글로벌 최저법인세를 부과하도록 7월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에서 합의했습니다.

코엔 올바른 방향으로 한발 떼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15% 과세는 낮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불평등이 증가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레이건의 혁명과도 같은 경제 정책이 만든 결과입니다. 부자들에게 혜택을 주어 수입이 늘어나면 그 이득이 가난한 사람에게까지 흘러간다는 낙수효과를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효과는 일어나지 않았어요. 부자는 더 부자가 됐지만 가난한 사람은 그렇지 않았죠. 우리는 그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세금 낙수효과를 시작해야 해요. 잉여 자산소득, 이윤에 과세해서 모두에게 이로움이 흘러내리도록요. 그러나 필요조건인 재분배를 넘어, 정상적인 사회에서 밥 먹고 산다는 느낌이 들도록 충분조건을 제공해야 합니다. 적절한 주거 환경을 갖도록 하고 좋은 교육과 일자리에 접근하도록요. 이는 안전망을 제시하는 문제입니다. 기본소득이 하나의 대안이죠.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먹고살 수 있다. 아무 일이나 닥치는 대로 해야 하는 덫에서 탈출할 수 있다.’ 최소한의 안전망 위에 발 딛고 있다면 좀 더 나은 일자리를 찾는 데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너무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하나요? 배곯지 않고 삶을 계획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요?

팬데믹 기간에 아마존은 새로운 쇼핑 기술을 테스트했다.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이라는 기술이다. ‘그냥 나간다’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신용카드를 갖고 이 기술이 설치된 슈퍼마켓이나 상점에 가서 물건을 가지고 나오면 이메일로 영수증을 받는 시스템이다. 계산하는 과정이 없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선반에서 물건을 집었다 내려놓는 행위와 구매 행위를 구분하고 고객의 동선을 따라가며 가상 카트에 담는 행위 등을 포괄하는 이 기술은 자율주행차에서 사용되는 인공지능과 같은 종류다.

처음 이 뉴스를 접하고 든 생각은 ‘그 많은 마트 노동자들은 어디로 갈까?’였다. 2017년에 미국 최대 유기농 식료품 체인인 홀푸드를 인수한 아마존이 이제 직원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는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작업도 일부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다. 아마존의 새 기술은 인력 감소 전략이 아니다. 어떤 매장이나 세계 어디에서나 신청하면 계산하는 포스기계 들여놓듯 설치할 수 있는 ‘매장 회전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그리고 아마존은 말한다. “우리는 이메일로 영수증을 보내기 위한 고객 정보만을 수집합니다.” 저스트 워크 아웃이 수집하는 정보는 단지 소비자의 일상뿐일까? 혹여 도시 경제까지 거머쥐진 않을지….

다음 회는 지역경제의 회복탄력성에서 기후 위기 돌파구를 제시하는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교수와의 인터뷰이다.

한국에서 번역·출간된 다니엘 코엔의 저서들.
한국에서 번역·출간된 다니엘 코엔의 저서들.

글 싣는 순서

1. 재러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지은이, UCLA 지리학과 교수
2. 케이트 레이워스 <도넛 경제학> 지은이, 경제학자
3. 다니엘 코엔 파리 경제대 경제학 교수
4.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오래된 미래> 지은이, 로컬경제 활동가
5. 대니얼 마코비츠 <엘리트 세습> 지은이, 예일대 로스쿨 교수
6. 조한혜정 문화인류학자, 연세대 명예교수
7. 사티시 쿠마르 슈마허대 창립자

‘안희경의 내일의 세계’는 매주 목요일에 실립니다.

문명의 미래를 묻는 사람 안희경

재미 저널리스트. 2002년 미국으로 이주, 문명사적 성찰과 대안 모색 등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 있다. 세계 지성들과 코로나19의 원인과 이후 인류의 미래를 탐색하는 <오늘부터의 세계>, 세계적 마음 전문가들의 인터뷰집 <사피엔스의 마음>, 리베카 솔닛 등 세계 여성 지성들과의 대화를 엮은 <어크로스 페미니즘>, 재러드 다이아몬드 등 세계 지성 11명과의 대담집 <문명, 그 길을 묻다>, 노엄 촘스키 등 세계 석학 7인과의 대담집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윌리엄 켄트리지 등을 인터뷰한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 <이해인의 말>, 에세이 <나의 질문>과 다수의 번역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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