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저성장이 아니라 행복하지 않은 사회다.”
영국의 진보적 싱크탱크인 신경제재단(NEF)의 닉 마크스 연구위원은 19일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정부의 정책 목표를 성장이 아닌 행복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23~24일 ‘성장을 넘어, 더불어 행복을 찾아서’란 주제로 열리는 제7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기조강연에 나선다.
마크스 연구위원은 “어느 나라든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한 성장 지표에만 집착할 경우 사람들의 실제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사회, 환경적 요소 등을 등한시해 결국에는 국민행복에 기여하지 못하는 왜곡된 정책들이 나오고 성장동력도 약화된다”며 정책 기조와 목표의 전환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우선 ‘삶의 만족도’ 또는 행복 수준을 체계적이며 지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 개발이 필수 조건이라는 게 그의 핵심 주장이다.
실제로 신경제재단의 ‘지구행복지수’(HPI) 개발을 주도해온 그는 “누구나 행복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대부분 이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려고는 하지 않는다”며 “통계 전문가로서 늘 측정에 관심이 많아 행복이 반영되는 지디피의 대안 지표를 만들어 각국에 확산시키려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 시도 중 하나로 1994년 미국에서 개발된 ‘지속 가능한 경제후생지수’(ISEW)를 적용해 영국의 행복지수를 처음으로 측정해 내놓은 뒤, 세계 각국에 경제활동 위주의 기존 국민계정 대신에 ‘국민행복계정’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
닉 마크스는 “행복지표 개발과 조사에 적극적인 나라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행복과 삶의 질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며 “일과 삶의 균형, 정신적 건강 수준, 교육제도가 학생들을 과도한 경쟁 압박으로 내몰지 않는지, 여성·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대우 등을 조사해 이 결과로 활발한 토론과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형중 기자, 이민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hj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