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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저성장 시대, 한중일의 대안발전모델은?

등록 2016-11-24 18:05수정 2016-11-24 22:03

[2016 아시아미래포럼] 발전경제학 세션
전문가들 “금융 개방·자유화가 아시아의 불평등, 위기 초래”
2016 아시아미래포럼 이틀째인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발전경제학세션 2부 ‘저성장시대, 아시아의 대안적 발전모형:각국의 경험으로부터의 함의'에서 C.P. 찬드라세카르 인도 자와할랄네루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6 아시아미래포럼 이틀째인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발전경제학세션 2부 ‘저성장시대, 아시아의 대안적 발전모형:각국의 경험으로부터의 함의'에서 C.P. 찬드라세카르 인도 자와할랄네루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깝게는 영국 브렉시트와 트럼프 시대 등장에 따라 무역개방·금융자유화로 대표되는 세계화는 종말을 고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일각에서는 진단한다. 1997년 동아시아를 휩쓴 외환위기 이후 한국·일본·인도 등 아시아 경제는 그후 20여년간 세계화의 거센 파고 속에 요동쳐 왔다. 세계화의 향후 진로에 대한 전망과는 별개로, 소득양극화와 불평등 등 그동안 세계화가 아시아 각국의 사회경제에 그어놓은 상처는 매우 깊고 광범위하다.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2016 아시아미래포럼’ 둘째날 발전경제학세션에서 발표·토론자로 나선 아시아 각국의 진보적 발전경제학자들은 “지난 수십년간 세계 금융자본이 이끈 개방·자유화 흐름이 아시아 각국 경제에 불평등과 양극화, 경제적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찬드라세카르 인도 자와할랄네루대 교수는 중국과 함께 세계경제의 거대한 생산·수요처로 등장한 인도의 어두운 이면을 강조했다. “2000년대 들어 인도가 신흥시장으로 부상하자 막대한 규모의 투기적 국제금융자본이 인도에 흘러들어와 금융시장에 과잉 유동성이 발생했다. 은행마다 넘쳐난 시중 유동자금을 굴려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개인·가계를 새로운 대출처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 대비 총대출액이 계속 증가하는 등 인도 경제가 빚에 의해 지탱되는 ‘부채경제’로 바뀌고 있다.” 인도 시중은행의 총대출 가운데 가계대출 비중은 2008년 위기 이전에 4~5%였으나 위기 이후 25%로 증가했다. 신흥경제가 외국자본의 매력적인 투자처로 여겨진다는 사실에 흔히 환호하지만, 실상은 해외금융자본의 이윤논리 속에 깊숙이 편입되면서 금융발 거품경제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인도의 경제 성장은 수출주도형이 아니라 해외자본이 만들어낸 신용거품이 주도하고 있다. 대출의 성격도 나빠서 은행 총대출 가운데 11%가량이 부실화된 ‘스트레스성 자산’이다. 그는 “아시아 각국 정부가 자본통제에 나서면 일시적으로 외국자본이 대거 탈출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는데 이것을 떨쳐내지 못하면 아시아 경제의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경제의 경험을 발표한 요코카와 노부하루 무사시대 교수는 한·중·일 등 동아시아 경제를 주도해온 국가의 부침 과정을 ‘야생 기러기편대’ 모형으로 설명했다. 1980년대 이후 섬유·기계산업을 보면, 브이자(V) 대열의 선두에서 다른 기러기떼를 이끌고 가는 모델 국가가 일본에서 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신흥공업국으로, 다시 중국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그는 “90년대 이후 아직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 역시 자본금융화의 영향과 무관할 수 없다”며 “금융이 주도하는 세계화 경제로 변모하면서, 노동생산성은 높아져도 임금소득은 오히려 정체·하락하는 등 선순환 성장의 고리가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 경제 역시 다른 아시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핵심 정보통신기술 및 지식기반 산업은 물론 내수부문 역시 개방에 휩쓸리면서 산업 내부의 불균형 성장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임금상승에 기반한 수요 중심의 성장 엔진이 고장나고, 임금소득과 기업소득 사이의 격차와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제조업 등 실물 산업부문의 혁신과 생산성을 위축시키고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는 금융자유화의 이런 기생적 특성을 줄이는 게 당면과제”라고 말했다.

금융자유화의 폐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이 겪어온 경험도 유사하다. 발표자로 나선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는 “한국 경제는 해방 후 토지개혁과 한국전쟁 이후의 사회적 이동성 확대 등에 기반해 비교적 ‘평등주의적 성장’을 달성했으나 1997년 위기를 기점으로 성장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임금노동 내부의 양극화 심화는 물론이고 노동과 자본 분배 몫의 불평등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가계의 노동소득과 기업의 자본소득 간의 연간 성장률 격차는 70~90년대 0.1%에 그쳤으나 2000년대 들어 17.1%로 급격히 벌어졌다. 이 교수는 “한국이 규제완화와 노동유연화 등 일련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통해 어느 정도 성장을 지속해 왔지만, 다른 아시아 경제와 마찬가지로 이 성장모형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메커니즘을 내장하고 있었다”며 “평등주의적 성장을 복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경로는 민주적 복지국가 확립”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동향분석센터장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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