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중국 상하이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개막된 2016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회의(경제회의)의 한 세션에 루이스 데 긴도스 스페인 경제부 장관(왼쪽)과 페르난도 아포르텔라 멕시코 재무차관(가운데), 그리고 인도의 디네시 샤르마 러크나우시 시장(오른쪽)이 패널로 참석하고 있다. 상하이/AFP 연합뉴스
[토요판] 김경락의 초딩 이코노미
(15) G20 경제회의
(15) G20 경제회의
지난 26일 중국 상하이에는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요 국가의 경제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였어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이하 G20 경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랍니다. 우리나라도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가 참여했지요.
주요 국가의 경제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뭘까요? 매일 바쁜 일정을 보내는 사람들이 상하이를 가로지르는 창장(장강)을 구경하거나 20년여 만에 고속 성장한 중국의 발전된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아닐 거예요. 사실 이틀간의 일정 내내 여러 회담이 줄줄이 있는 터라 시내 구경을 할 만한 한 시간의 여유도 없다고 해요.
이 회의에서 오가는 내용들을 따라가면 오늘날 세계경제가 어떻게 흘러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변화해갈지 가늠할 수 있어요. 이 회의에서 결정되는 내용들이 각 국가의 경제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거든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지요. 경제 외교 전쟁의 마당인 G20 경제회의에 대해 알아보아요.
G20 나라들은 누가 골랐을까요
회의 이름 그대로 20개국이 참여해요.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러시아,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멕시코,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아르헨티나 등 19개 국가와 유럽연합(EU)이 그 주인공이죠. 특정한 국가나 하나의 기관이 아닌 인류 공동의 번영을 위한 경제 정책을 논의한다는 목적으로 1999년 독일 베를린에서 첫 회의가 열렸어요.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 G20도 출범 목적이 좀 거창하지요?
길게 보면 G20 경제회의는 그전에 있던 G7 회의의 확장판이라 할 수 있어요. G7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선진국으로 구성된 터라, ‘부자 모임’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지요. 또 G7이 1990년 초까지 미국과 소련(현재의 러시아)을 중심으로 한 냉전 체제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달라진 정치환경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었죠. 특히 중국이나 브라질 등 경제 규모가 부쩍 커진 신흥국가들의 불만이 컸어요. 다시 말해 G20 회의는 달라진 정치·경제적 환경을 고려해 G7에 신흥국가들을 끼워넣어 세계적 정책 결정의 대표성을 높인 국제협의체라고 할 수 있지요. 그 덕택에 G7 회의 울타리 밖에 있던 우리나라도 G20이 만들어지면서 국제무대에서 좀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어요. G20 국가들의 경제 규모(국내총생산·GDP)를 모두 더하면 전세계의 85%가 넘고, 수출입 규모는 80%, 인구 비중은 70% 정도 되어요. 이 정도면, 세계적인 경제 이슈를 논의하는 데 큰 손색이 없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서 궁금증 하나. G7에서 G20으로 확대되는 과정에 새로 들어간 13개 국가를 누가 골랐을까요? G20은 공식적인 가입 기준은 없다고 밝히고 있어요. G20 출범 과정이 그다지 투명하지 않다고 할 수 있어요. 실제로 그 누구도 미국 등 G7의 주요 국가들이 G20 구성에 강한 입김을 행사했다는 주장을 반박하지 못해요.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존 커튼 교수(정치학)는 저서에 이런 기록을 남겼어요.
“가이트너와 코흐-베저(각각 미국과 독일의 고위 경제 관료)는 (G20) 회원국의 명단을 써내려갔다. 캐나다는 넣고, 스페인은 빼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넣고, 나이지리아·이집트는 빼고…그들은 자신들이 작성한 회원국 명단을 G7 재무장관들에게 보냈다.”
한마디로 세계 제일 강대국인 미국과 당시 G7 의장국인 독일 입맛대로 G20 회원국들이 선택됐다는 주장이죠. 경제·무역 규모가 G20에 들어가도 손색이 없는 나라라고 하더라도 미국과 독일의 정치·경제적 이해와 충돌하면 회원국으로 선택받지 못했을 거라는 추정은 쉽게 할 수 있어요. 실제로 G20 출범 과정에서 여기에 끼지 못한 나라나, 미국 등이 주도하던 세계화에 반대하는 운동단체들의 비판이 거셌죠. 선진국이지만, G20에 들지 못한 노르웨이의 당시 외교부 장관 요나스 스퇴레의 비판은 매우 날카롭습니다. “G20의 구성은 몇몇 주요 나라나 권력자들이 결정했다. 우리는 몇몇 실력자들이 세계를 좌지우지하던 19세기에 더 이상 살고 있지 않다.” 이렇듯 G20은 G7보다 더 높은 대표성을 갖췄음에도 결국은 미국 등 일부 강대국 손바닥 안에서 춤을 추고 있다는 의혹 어린 시선을 피할 수 없습니다.
주요국가 경제수장들이 모이는
G20 경제회의가 상하이에서 열려요
올해 성장률 전망이 3.0% 불과한데
좋은 위기극복 전략이 나올까요
20개국 경제수장들 잘 지켜보세요 형편이 상대적으로 나은 미국은
돈 거둬들이는 금리인상 시작하고
독일이 나라곳간을 허는 정책엔
사실상 반기를 들고 있어요
국제공조가 흔들리는 조짐이래요 경제회의 세차례 한 뒤 정상회의 비판과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출범한 G20이 정작 세계경제에서 집중적으로 주목을 끌게 된 것은 세계를 덮친 2008년 경제 위기 때부터였어요. 그전에는 세계경제가 그리 나쁘지 않았던 터라, G20에서 함께 논의할 주제나 의미 있는 결정을 할 이유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대규모 위기가 닥쳐오면서 G20의 역할이 크게 중요해진 거죠. G20 정상회의가 생긴 것도 2008년부터였어요. 각 국가의 경제 수장들의 모임에서 각 국가의 최고 지도자 모임으로 한 단계 위상이 올라간 것이죠. G20 경제회의 합의 사항에 대한 실행력을 더 높이기 위한 조처라고 풀이할 수 있어요. 장관이 G20 경제회의에서 합의를 했어도 대통령(혹은 수상)이 ‘노’(NO) 하면 안 되는 거 아니겠어요? 실제로 정상회의는 한해 동안 3~4차례 열리는 G20 경제회의가 모두 마무리된 이후에 열리고, G20 경제회의에서 합의된 것을 각국 정상들이 재확인하는 성격이 짙어요. 2008년 워싱턴에서 첫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이후 2010년까지는 한해에 두번씩, 2011년부터는 한해 한번씩 열리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2010년에 정상회의(5차)를 서울에서 주재했어요. 우리나라가 G20 수준의 주요한 국제 행사를 주재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라 해요. 당시 이명박 정부에선 G20 정상회의 주최로 우리나라의 위상이 한 단계 높아졌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지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0차례 정상회의가 열렸고, 미국(2차례), 영국, 캐나다, 한국, 프랑스, 멕시코, 러시아, 오스트레일리아, 터키가 의장국을 맡았어요. 올해는 세 차례(2·4·7월) G20 경제회의가 마무리된 뒤인 9월초 중국 항저우에서 열려요. 내년과 2018년엔 각각 독일(함부르크)과 인도(뉴델리)에서 개최될 예정이에요. 이런 과정을 거쳐 G20 경제회의는 오늘날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WB)·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국제기구와 더불어 세계경제의 방향에 영향을 주는 정책을 다루는 주요 조직으로 성장했어요. 이외에도 G20은 전 지구적으로 벌어지는 탈세 행위나 갈수록 깊어지는 양극화 혹은 불평등과 같은 개별 국가 차원에서는 온전히 해결할 수 없거나, 어느 나라나 안고 있는 과제들로 논의 범위를 더욱 확장하고 있지요. G20 경제회의의 위상이 2008년 위기 이후 높아진 것은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국제사회에 형성됐기 때문이었어요. 주요 회원국들의 경제 정책이 엇갈리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한 방향으로 집행이 돼야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봤던 거예요. 이런 판단은 2008년 위기 이전 최대 경제 위기로 꼽히는 1930년대 대공황의 경험을 배경으로 해요. 당시에는 각 국가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합치기보다는 뿔뿔이 각자 위기에 대응했고, 그 결과 경제 위기가 매우 길어졌었거든요. 나라마다 무역 장벽을 앞다퉈 높이고, 돈을 풀기보다는 시중에 풀린 돈을 나라 금고로 거둬들이는 정책을 폈더랬죠. ‘나 혼자 살려고 하면 다 같이 죽는다’는 점을 2008년 세계 정상들은 모두 잘 알고 있었던 거예요. 이래서 2008년 이후 G20이 합의한 위기 극복 해법은 일관됐어요. 1930년대 위기 대응 방식과는 정반대 방향이었지요. 자유무역을 유지하고, 정부와 중앙은행은 한결같이 돈을 시장에 공급하자는 게 해법의 핵심이었죠. 경제 위기가 닥쳐오면 보통 기업이나 가계는 투자와 소비를 꺼리게 되면서 경제는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지기 마련이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도록 금리를 내리고 나라 곳간을 헐어 정부가 돈을 쓰게 되면 기업과 가계가 돈을 빌리더라도 적은 이자만 내면 되니, 투자와 소비를 덜 줄이거나 외려 늘릴 수 있어요. 실제 G20 회원국들은 이런 전략에 합의를 했고, 비교적 충실히 국내 경제 정책에 반영했어요. 그 결과 2008년의 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 때에 견줘 상대적으로 빨리 극복되는 듯했어요. 미국과 독일의 나홀로 발걸음 이번 회의를 둘러싼 환경은 매우 음울해요. 국제 공조로 회복되는 듯한 세계경제가 다시 고꾸라지고 있거든요. 국제통화기금(IMF)과 더불어 신뢰도를 인정받는 세계경제 지표를 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8일 올해 세계경제가 지난해와 같은 3.0% 성장에 머물 것이라고 발표했어요. 이 기구가 불과 3개월 전에 내놓은 수치를 0.3%나 끌어내린 점을 염두에 두면, 실제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뒷걸음칠 가능성이 커 보여요. 경제 회복 속도가 더욱 느려진다는 뜻이에요. 문제는 경제 회복을 촉진할 수단이 이제는 딱히 없다는 데 있어요. 앞에서 말한 ‘돈 풀기 정책’에는 ‘전례없는’ ‘예외적인’ ‘비전통적인’과 같은 꾸밈말이 따라붙었어요. 과거에는 쓰이지 않았던, 혹은 이론적으로만 검토됐던 정책이라는 뜻이죠. 이런 특단의 정책까지 이미 모두 쏟아부은 마당에 또다른 정책 수단을 찾기가 어려운 게 현재 G20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지요. 그래서 현재 이야기되는 정책도 기존 정책을 좀더 강화하자는, 즉 돈을 좀더 열심히 풀자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요. 더 큰 문제는 나라 간 공조도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에요. 2008년 이후 벌써 세월이 8년이 지났잖아요? 나라마다 생각이 달라질 때가 된 거죠. 또 경제 사정도 나라마다 차이가 있고요. 특히 형편이 상대적으로 나은 미국은 그간 풀어놓은 돈을 거둬들이는 금리 인상을 지난해 말 시작하고, 독일이 나라 곳간을 더 허는 정책에 대해 사실상 반기를 들고 있지요. 국제 공조를 이끌어야 할 주요국 2곳이 나 홀로 발걸음을 내디딘 상황에서 국제 공조가 흔들릴 수밖에요. 요즘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도 ‘국제 공조’보다는 ‘환율 전쟁’과 같은 각 나라들이 서로 갈등하거나 싸운다는 내용의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이런 점에서 올해 G20 회의는 어느 해보다 그 의미가 커요. 흔들리는 국제 공조를 다잡아야 하고, 기존의 위기 극복 전략을 강화하고, 나아가 새로운 전략까지 내놓아야 하니까요. 여러분도 G20의 경제 수장들이 이런 막중한 과제를 잘 풀어나가는지 지켜보아요.
김경락 경제에디터석 기자 sp96@hani.co.kr
▶김경락 경제에디터석 기자. 세종특별자치시에서 기획재정부를 출입하며 재정·금융 분야를 다루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소식을 전하는 것만큼이나 알기 쉽게 경제 현상을 소개하는 데 관심이 많다. 쓴 책으로 <내 동생도 알아듣는 쉬운 경제>(사계절)가, 번역한 책으로 <오래된 희망, 사회주의>(메디치미디어)가 있다. 딱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눈높이에서 경제 현상의 이면을 풀어준다. 격주 연재.
G20 경제회의가 상하이에서 열려요
올해 성장률 전망이 3.0% 불과한데
좋은 위기극복 전략이 나올까요
20개국 경제수장들 잘 지켜보세요 형편이 상대적으로 나은 미국은
돈 거둬들이는 금리인상 시작하고
독일이 나라곳간을 허는 정책엔
사실상 반기를 들고 있어요
국제공조가 흔들리는 조짐이래요 경제회의 세차례 한 뒤 정상회의 비판과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출범한 G20이 정작 세계경제에서 집중적으로 주목을 끌게 된 것은 세계를 덮친 2008년 경제 위기 때부터였어요. 그전에는 세계경제가 그리 나쁘지 않았던 터라, G20에서 함께 논의할 주제나 의미 있는 결정을 할 이유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대규모 위기가 닥쳐오면서 G20의 역할이 크게 중요해진 거죠. G20 정상회의가 생긴 것도 2008년부터였어요. 각 국가의 경제 수장들의 모임에서 각 국가의 최고 지도자 모임으로 한 단계 위상이 올라간 것이죠. G20 경제회의 합의 사항에 대한 실행력을 더 높이기 위한 조처라고 풀이할 수 있어요. 장관이 G20 경제회의에서 합의를 했어도 대통령(혹은 수상)이 ‘노’(NO) 하면 안 되는 거 아니겠어요? 실제로 정상회의는 한해 동안 3~4차례 열리는 G20 경제회의가 모두 마무리된 이후에 열리고, G20 경제회의에서 합의된 것을 각국 정상들이 재확인하는 성격이 짙어요. 2008년 워싱턴에서 첫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이후 2010년까지는 한해에 두번씩, 2011년부터는 한해 한번씩 열리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2010년에 정상회의(5차)를 서울에서 주재했어요. 우리나라가 G20 수준의 주요한 국제 행사를 주재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라 해요. 당시 이명박 정부에선 G20 정상회의 주최로 우리나라의 위상이 한 단계 높아졌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지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0차례 정상회의가 열렸고, 미국(2차례), 영국, 캐나다, 한국, 프랑스, 멕시코, 러시아, 오스트레일리아, 터키가 의장국을 맡았어요. 올해는 세 차례(2·4·7월) G20 경제회의가 마무리된 뒤인 9월초 중국 항저우에서 열려요. 내년과 2018년엔 각각 독일(함부르크)과 인도(뉴델리)에서 개최될 예정이에요. 이런 과정을 거쳐 G20 경제회의는 오늘날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WB)·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국제기구와 더불어 세계경제의 방향에 영향을 주는 정책을 다루는 주요 조직으로 성장했어요. 이외에도 G20은 전 지구적으로 벌어지는 탈세 행위나 갈수록 깊어지는 양극화 혹은 불평등과 같은 개별 국가 차원에서는 온전히 해결할 수 없거나, 어느 나라나 안고 있는 과제들로 논의 범위를 더욱 확장하고 있지요. G20 경제회의의 위상이 2008년 위기 이후 높아진 것은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국제사회에 형성됐기 때문이었어요. 주요 회원국들의 경제 정책이 엇갈리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한 방향으로 집행이 돼야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봤던 거예요. 이런 판단은 2008년 위기 이전 최대 경제 위기로 꼽히는 1930년대 대공황의 경험을 배경으로 해요. 당시에는 각 국가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합치기보다는 뿔뿔이 각자 위기에 대응했고, 그 결과 경제 위기가 매우 길어졌었거든요. 나라마다 무역 장벽을 앞다퉈 높이고, 돈을 풀기보다는 시중에 풀린 돈을 나라 금고로 거둬들이는 정책을 폈더랬죠. ‘나 혼자 살려고 하면 다 같이 죽는다’는 점을 2008년 세계 정상들은 모두 잘 알고 있었던 거예요. 이래서 2008년 이후 G20이 합의한 위기 극복 해법은 일관됐어요. 1930년대 위기 대응 방식과는 정반대 방향이었지요. 자유무역을 유지하고, 정부와 중앙은행은 한결같이 돈을 시장에 공급하자는 게 해법의 핵심이었죠. 경제 위기가 닥쳐오면 보통 기업이나 가계는 투자와 소비를 꺼리게 되면서 경제는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지기 마련이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도록 금리를 내리고 나라 곳간을 헐어 정부가 돈을 쓰게 되면 기업과 가계가 돈을 빌리더라도 적은 이자만 내면 되니, 투자와 소비를 덜 줄이거나 외려 늘릴 수 있어요. 실제 G20 회원국들은 이런 전략에 합의를 했고, 비교적 충실히 국내 경제 정책에 반영했어요. 그 결과 2008년의 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 때에 견줘 상대적으로 빨리 극복되는 듯했어요. 미국과 독일의 나홀로 발걸음 이번 회의를 둘러싼 환경은 매우 음울해요. 국제 공조로 회복되는 듯한 세계경제가 다시 고꾸라지고 있거든요. 국제통화기금(IMF)과 더불어 신뢰도를 인정받는 세계경제 지표를 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8일 올해 세계경제가 지난해와 같은 3.0% 성장에 머물 것이라고 발표했어요. 이 기구가 불과 3개월 전에 내놓은 수치를 0.3%나 끌어내린 점을 염두에 두면, 실제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뒷걸음칠 가능성이 커 보여요. 경제 회복 속도가 더욱 느려진다는 뜻이에요. 문제는 경제 회복을 촉진할 수단이 이제는 딱히 없다는 데 있어요. 앞에서 말한 ‘돈 풀기 정책’에는 ‘전례없는’ ‘예외적인’ ‘비전통적인’과 같은 꾸밈말이 따라붙었어요. 과거에는 쓰이지 않았던, 혹은 이론적으로만 검토됐던 정책이라는 뜻이죠. 이런 특단의 정책까지 이미 모두 쏟아부은 마당에 또다른 정책 수단을 찾기가 어려운 게 현재 G20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지요. 그래서 현재 이야기되는 정책도 기존 정책을 좀더 강화하자는, 즉 돈을 좀더 열심히 풀자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요. 더 큰 문제는 나라 간 공조도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에요. 2008년 이후 벌써 세월이 8년이 지났잖아요? 나라마다 생각이 달라질 때가 된 거죠. 또 경제 사정도 나라마다 차이가 있고요. 특히 형편이 상대적으로 나은 미국은 그간 풀어놓은 돈을 거둬들이는 금리 인상을 지난해 말 시작하고, 독일이 나라 곳간을 더 허는 정책에 대해 사실상 반기를 들고 있지요. 국제 공조를 이끌어야 할 주요국 2곳이 나 홀로 발걸음을 내디딘 상황에서 국제 공조가 흔들릴 수밖에요. 요즘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도 ‘국제 공조’보다는 ‘환율 전쟁’과 같은 각 나라들이 서로 갈등하거나 싸운다는 내용의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이런 점에서 올해 G20 회의는 어느 해보다 그 의미가 커요. 흔들리는 국제 공조를 다잡아야 하고, 기존의 위기 극복 전략을 강화하고, 나아가 새로운 전략까지 내놓아야 하니까요. 여러분도 G20의 경제 수장들이 이런 막중한 과제를 잘 풀어나가는지 지켜보아요.
김경락 경제에디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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