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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경제를 일찍 깨쳐야 좋은 세상도 만들죠

등록 2016-07-15 19:48수정 2016-07-15 19:58

[토요판] 김경락의 초딩이코노미
(25) 연재를 마치며-초딩 엄마·아빠에게 드리는 글
한겨레신문사가 연 ‘어린이 경제기자교실’ 참가 학생들이 자신들이 직접 취재하고 만든 신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용일 <한겨레21> 기자 yongil@hani.co.kr
한겨레신문사가 연 ‘어린이 경제기자교실’ 참가 학생들이 자신들이 직접 취재하고 만든 신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용일 <한겨레21> 기자 yongil@hani.co.kr

안녕하세요. 김경락 기자입니다. 토요판의 ‘초딩이코노미’ 코너에 지난 1년간 격주로 글을 썼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주제로 쓴 첫 글 ‘투자의 달인 도련님과 대머리독수리의 승부’에서 시작해 브렉시트를 다룬 ‘영국 국민들이 어리석어 대형사고를 쳤냐고?’란 제목의 보름 전 글까지 모두 24편의 기사가 나갔습니다. 길다면 긴 기간 동안 연재를 하다 보니 때론 일관성을 잃기도 했습니다. 연재 중반부까지는 ‘해요체’를 사용하다가 그 이후부터 ‘해라체’로 바꾸기도 했지요.

이 코너의 마지막 회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로 갈음하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세가지입니다. 일단 이 코너의 독자에 대해서입니다. ‘초딩이코노미’ 코너에서 다룬 주제 중에는 사실 초등학생이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 아니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것들도 많았습니다. 아이들이 이역만리에서 벌어진 브렉시트를 알아야 할 필요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또 한국은행의 양적완화는 또 어떻고요? 아마도 그런 생각을 하신 부모님들이 많으실 거예요.

물건값 깎아줘도 소비 안 늘어

이 코너의 소개글은 이렇습니다. “딱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눈높이에서 경제 현상의 이면을 풀어준다.” 그렇습니다. 사실 ‘초딩이코노미’ 독자는 어른들이지요. 특히 무미건조하고 딱딱하기만 한, 알쏭달쏭한 도표와 그래프만 가득 실린 경제 기사에 염증을 느끼는 어른들께 경제 현안을 좀더 쉽게 풀어서 전하고 싶었습니다. 제 글이 초등학교 4학년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제 능력 탓이니 뒤늦게나마 넓은 이해와 양해를 구합니다.

둘째,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등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이 코너를 읽어주시길 바랐습니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건 제 개인적 경험도 한자리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초등학생 학부모이거든요. 경제 기사를 쓰다 보면 가끔 제 아이한테도 들려주고 싶은 주제들이 있곤 했지요. 그런데 막상 입을 떼고 나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 할지, 그보다 이 주제를 어떻게 아이가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지 참 난감해지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는 알았으면 좋겠다란 마음만 있을 뿐 전달하기가 어려우니 답답할 노릇이었지요. 그래서 언제부턴가 경제 기사를 쓸 땐 우리 아이가 독자이려니 하며 쓰는 습관이 붙더라고요.

아이가 경제 기사의 특정한 주제들에 대해 조금씩 접하길 바란 마음은 이래서였습니다. 제가 경제 기사를 쓰고는 있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기자가 된 이후에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됐거든요. 대학교 때까지도 정치·사회·문화 기사는 탐독하면서도 경제 기사는 잘 읽지 않았어요. 그 이유야 뻔하지요. 어렵고 상대적으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 같고, 돈냄새만 나는 것 같아서였어요. 그런데 경제 기사를 10년 정도 쓰다 보니, ‘진작에 알았다면 우리 사회에 대해 좀더 깊게 이해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정치·사회를 움직이는 저 깊은 동력은 어김없이 ‘경제’란 녀석이었거든요. 전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한참 뒤에 이런 사실을 몸과 마음으로 깨달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좀더 일찍 깨치기를 바란 게 제 심정이었습니다. 그래야 현재의 답답한 정치·경제·사회적 상황을 우리 아이들이 개선하거나 적응할 힘을 기를 수 있을 테니까요.

이제 세번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세번째 이유는 이번 회에서 다루려는 뼈대이기도 합니다. 24회에 걸친 ‘초딩이코노미’ 연재 기사에서 다룬 주제들과, 왜 그런 주제들을 다루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지요. 길지만 이 역시 나름대로 쉬운 말로 풀어보겠습니다.

현재 우리 경제 상황 어떠신가요? 모두들 답답하실 겁니다.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져 있으니까요. 2010년부터 6년째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외려 더 어려워진다고 하지요. 경제를 이끌어가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안간힘을 쓰기는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왜 우리 경제가 이리도 망가졌을까요? 많은 분들이 저마다 처방을 내놓습니다만, 저는 이런 관점에서 이 사안을 다뤘습니다. 공급의 문제라기보다는 수요의 문제이며, 이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요 선진국이 공통적으로 앓고 있는 질병이라는 것이지요. 수요의 문제라는 건 이런 겁니다. 아무리 질 좋고 값싼 물건을 만들어 내어도 이를 살 만한 여력이 있는 사람이 줄고 있거나 또는 지금은 여력이 있음에도 앞으로 살길이 막막해서 씀씀이를 줄이고 있는 현상이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반짝 블랙프라이데이…그러나 열린 지갑은 결국 닫혀요’(6회)에선 정부의 물건값 깎아주기 정책이 가계의 소비를 늘리는 데는 미봉책에 불과하며,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정체된 가계소득을 늘려줄 수 있는 정책이나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아빠는 기름 넣고 남은 500원을 어디에 썼을까요?’(13회)도 엇비슷한 주제를 담은 기사였지요. ‘빚 1130조원은 시한폭탄일까 암세포일까?’(5회)도 다른 나라에 견줘 많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현실이 가계가 선뜻 소비에 나서기 힘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쓴 기사였습니다. 5회와 6회를 이어 보면 빚 많은 가계에 물건값 깎아준다고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을 갖게 되는 거지요.

돌파구는 정말 없을까요?

불평등 문제도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다만 이 역시 앞서 말한 대로 우리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져 있고, 그 이유가 수요 부진에 따른 것이라는 맥락 속에서 불평등 문제를 살폈습니다. 사회 정의나 빈곤 해결의 입장에서만 불평등 문제에 접근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지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현상을 다룬 ‘일터의 불평등이 우리 경제를 곪게 만들지’(21회)나 경제성장과 불평등 간의 상관관계를 따져본 ‘부자 아빠를 둔 친구가 부럽나요?’(8회)가 이런 예에 속합니다. 예전엔 불평등은 경제 성장을 위해 불가피하게 감내해야 할 현상이라고 봤지만 이제는 불평등이 경제 성장을 제약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불평등을 찬양(?)까지는 아니더라도 옹호는 했던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기구마저도 불평등 문제의 심각성에 주목하고 있을까요. 불평등 해소는 흔히 하는 말로 좌파만의 주장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하는 경제 성장을 위해 넘어서야 할 과제입니다.

“초딩 4학년 눈높이 맞춘다”던 다짐
우리 아이가 독자려니 하고 썼어요
정치·사회 움직이는 원동력은 경제
아이들이 일찍 깨쳤으면 하는 바람
사회 개선하고 적응하는 힘 길러야죠

지금 경제가 어려운 건 수요의 문제
주요국 공통적으로 앓는 질병이죠
불평등은 경제성장 막는 핵심요인
IMF·OECD도 한목소리로 외쳐

불평등이나 부채, 더딘 소득 증가 등의 이유로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진 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닙니다. 종종 언론에는 경제를 이끌어가는 정부에 그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특정 정권 탓을 하는 기사가 실리긴 하지만 모든 책임을 정부에 돌리거나 정부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점을 직시하지 않으면 엉뚱한 처방이 나올 수도 있고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소개한 ‘세계 경제 회복 아이디어, 뭐 좀 없습니까?’(15회)나 뾰족한 해법이 없자 기상천외한 마이너스 금리 제도를 들고나온 일본과 유럽의 사례를 전한 ‘마이너스금리로 저금하는 세상 온다고요?’(16회)도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쓴 기사였습니다. 지난 3월 세기의 대국이라고 불리는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의 바둑 경기를 다룬 ‘내가 너희들 일자리 가로챌까봐 두렵니?’(17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좀더 나은 경제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여겨졌던 기술 발전이 그 속도가 더 가팔라지면서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으며, 결국 일자리를 잃은 인간은 소득도 줄어들게 된다는 이야기를 이 기사에 담았지요. 이런 기술의 위협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 경제에는 돌파구가 정말 없을까요?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저성장과 실업, 불평등을 키워드로 하는 세상일까요? ‘초딩이코노미’에서는 그에 대한 해법도 나름 소개를 해봤습니다. 소개된 제안 혹은 해법은 ‘정부의 소득 재분배 기능의 강화’와 ‘재정 지출 확대’에 맞췄습니다. 물론 다른 방안도 많겠으나 우리나라 정부가 다른 나라에 견줘 크게 취약할 영역일뿐더러 얼마든지 바꿔 갈 수 있는 부분이라 봤기 때문입니다. 국가신용등급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른 사건을 계기로 쓴 ‘점수 올라서 신나긴 한데 좀 찜찜해요’(11회)에선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의 이면에는 정부가 나랏돈을 너무나 쓰지 않은 현실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가계가 소득이 늘지 않고 미래가 불안해 소비를 하지 않은 탓에 전반적인 경제에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마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의문을 던져본 거지요. ‘나랏돈 덜 써야 할까요? 세금 더 걷어야 할까요?’(4회)는 정부의 재정 운용이 현재 어떤 수준에 있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좀더 직접적으로 들여다본 기사였습니다. 정부나 여론은 언제나 세금을 더 걷는 데(혹은 내는 데) 부담스러워하고 나랏돈을 적게 쓰려고(쓰라고) 요구를 합니다. 과연 이런 생각과 요구가 우리 경제에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 짚어본 것이지요. ‘고루 잘 살자면서 복지는 왜 싫어하니?’(19회)‘소득 격차 줄이려면 정부가 구원투수 나서야 돼’(22회)도 양극화는 문제라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소득 재분배, 즉 복지 확충에는 꺼려하는 여론이나 복지는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국가 채무가 늘어나는 것 혹은 세금을 더 내는 것은 기피하는 여론의 이중잣대를 이야기해보려는 취지로 쓴 기사입니다.

재벌 독과점과 중국의 도전

이외에 ‘샤오미가 삼성전자까지 잡을까요?’(10회)‘재벌을 한 바구니에 담았는데 깨지면 어쩌죠?’(9회), ‘투자의 달인 도련님과 대머리 독수리의 승부’(1회)에선 한국 경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재벌의 독과점과 한계에 봉착한 경쟁력, 중국의 도전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기업 구조조정 문제도 두 편(‘아빠부터 자르고 기업이 살면 좋겠어요?’(12회), ‘서둘러 폭탄을 없애는 일, 그게 우리 경제 숙제야’(20회))에 걸쳐 다뤘고, 국제 금융 시장의 현안(‘중국이 기침했는데 왜 우리가 떨어야 하죠?’(2회), ‘영국 국민들이 어리석어 대형사고 쳤냐고?’(24회))도 짧게나마 이 코너에서 소개를 했습니다.

그간 이 코너에서 쓴 기사들을 하나하나 불러내봤습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제가 앞으로도 경제 기사를 얼마나 더 쓸지 알 길은 없지만 적어도 남은 기간 동안에는 이런 관점에서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밝히기 위해서입니다. 제 개인 이메일이나 기사 댓글을 통해 크고 작은 의견을 주신 독자분들께 감사 인사도 드립니다. 그간 이 코너에서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전해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딩’ 엄마·아빠, 화이팅입니다!

※ ‘김경락의 초딩이코노미’는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간 좋은 글을 써주신 필자와,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주신 독자들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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