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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세계 최대 무역협정 TPP협상 타결 선언

등록 2015-10-05 22:32수정 2015-10-05 23:50

미국 주도…일본 등 12개국 참여
유제품 개방 등 3대 쟁점 합의
참여국 GDP, 세계 경제의 37%
한국 거대시장 참여싸고 논란 일듯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12개 당사국 장관급 각료들이 엿새 동안 마라톤협상을 벌인 끝에 마침내 타결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티피피 가입 여부를 놓고 논란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무역대표부 등 각국 협상단은 5일(현지시각)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마침내 핵심 쟁점들을 실질적으로 타결했다고 선언했다. 이는 구체적인 품목에 대한 기술적 합의만 남겨놓았다는 것으로, 합의가 사실상 끝났음을 의미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티피피 협상의 대략적 합의 사실을 발표한 뒤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의 미래에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티피피는, 일본·오스트레일리아·말레이시아·베트남·캐나다 등 12개 참여국의 국내총생산(GDP) 합계가 세계 경제의 거의 40%에 이르러 ‘메가(거대) 자유무역협정(FTA)’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부터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티피피 협상을 벌여온 협상국 각료들은 3대 쟁점 가운데 자동차부품 원산지 문제와 의약품 특허 보호기간에 대해서는 합의에 도달했지만, 유제품 수입 개방 수준을 놓고는 막판 진통을 겪었다.

미국과 일본이 주로 이해당사자였던 자동차부품과 관련해선, 미국은 티피피가 출범하는 즉시 일본산 자동차부품 가운데 80% 이상에 대해 수입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7월 하와이 티피피 각료회의 당시의 50%보다 미국이 더욱 양보한 것이다.

의약품 특허 보호기간을 놓고 날카롭게 맞섰던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는 ‘사실상 8년’으로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대다수의 의약품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12년을, 오스트레일리아를 비롯한 칠레·페루 등 대다수의 협상국은 5년을 주장하며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하지만 3대 쟁점 중 하나인 유제품 수입개방 수준을 놓고 캐나다와 뉴질랜드가 맞서면서 4일 예정됐던 ‘타결 기자회견’이 하루 뒤로 연기되는 등 막판 변수로 등장했다. 유제품이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뉴질랜드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수출이 줄자, 캐나다 등에 유제품 수입을 대폭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오는 19일 총선을 앞두고 있는 캐나다 정부는 정치적 이유를 들며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제품 관련 개방 수준은 아직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았으나, 워싱턴 소식통은 “유제품 관련 내용도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번 티피피 타결은 세계적 차원에서 상당한 경제적·국제정치적 의미를 띠게 된다. 우선 경제적 측면에서, 12개 참여국의 국내총생산 합계가 세계 경제의 37.1%, 교역액 합계는 세계 교역의 25.7%에 이른다. 다자간 거대 단일 시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 자명하다.

국제정치적 측면에선, 티피피는 오바마 미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 정책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오바마 행정부는 위기의 충격이 덜했던 아시아 경제의 활력에 주목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를 자양분 삼아 경제적 재기를 모색하는 전략을 세우고, 2010년부터 티피피를 야심차게 밀어붙였다. 여기에는 경제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아시아에서 미국의 외교·안보와 관련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전략적 인식도 깔려 있었다. 아시아 중시 정책이 군사적 측면에서 한·일·오스트레일리아 등 동맹간 군사네트워크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티피피는 중국을 배제함으로써 경제적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의도도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티피피 협상 참여 12개국 가운데 일본·멕시코를 뺀 10개국과 모두 양자 자유무역협정을 이미 타결·발효한 상태다. 티피피가 사실상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이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정부와 경제단체 등에선 티피피 가입에 조급증을 내고 있지만, 경제적 실익이 크지 않은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 대신에 기존에 촘촘하게 짜놓은 자유무역협정을 활용하는 게 더 낫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아울러 무리하게 티피피 가입을 추진하다 12개 참여국의 승인을 모두 받는 과정에서 비싼 입장료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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