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노조(UAW)가 파격적 후생복지 양보안을 3일 제안하고, 파산 위기의 미국 3대 자동차업체가 34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도록 적극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가 구제금융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비관적이다.
론 게텔핑거 자동차노조 위원장은 이날 △퇴직자 의료보험료 지급 유예 △실직 노동자에 연봉의 95%까지 최장 2년간 지급하는 일자리 은행제도 일시 중지 등을 제안했다. 자동차 노조는 제너럴모터스, 포드, 크라이슬러 노동자 약 14만명이 가입해 있다.
게텔핑거 위원장은 “추가 조처를 할 의향도 있다”며 ‘고통 분담’을 강조하고, 구제금융 지원을 한번 더 호소했다. 노조의 제안은 자동차 3사가 2일 공장 통폐합, 일부 브랜드 매각 등 자구책을 내놓은 데 뒤따른 고육책으로, 4일 3사 경영진이 다시 의회에 출석해 구제금융을 요청하기 하루 전에 이뤄졌다.
<에이피>(AP) 통신은 노조의 양보안이 ‘높은 인건비가 미국 자동차 업계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라고 비판하는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자동차 3사는 연금 등을 포함해 시간당 약 74달러의 인건비를 지급하는 반면, 미국 도요타 공장의 1인당 인건비는 시간당 45달러 수준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특히, 80년대 중반 자동화 확대 조건으로 시작된 일자리 은행제도는 특혜라는 집중 비난을 받아왔다. 현재 3600명이 수혜자로, 지난해까지는 평생 혜택을 받았다. 퇴직자까지 포함하는 평생 의료보험 혜택도 지엠이 내년 말까지 70억달러를 내야 하는 등 큰 부담이 돼왔다.
<워싱턴 포스트> 등은 노조의 양보와 경영진의 ‘협박’에도 구제금융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노조의 양보가 “올바른 방향”이라면서도, 구제금융 지원에 대한 의원들의 지지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많은 의원들이 또다시 사기업에 막대한 세금을 지원하기를 꺼리고 있다. 데이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도 “더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여론마저 부정적이다. 이날 공개된 <시엔엔>(CNN) 방송 여론조사에서, 자동차업계에 대한 구제금융에 61%가 반대했다.
부실 금융기관 지원 등을 위해 마련한 7천억달러를 자동차 업계에 지원하는 방안은 공화당이 반대하고, 고효율 에너지 자동차 개발에 책정된 250억달러의 자금 전용은 민주당이 거부하는 교착상태도 풀리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 경제의 ‘중추’인 자동차 3사의 붕괴를 방치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 저널>은 파산보호신청이나, 지분 보장 등을 통한 정부의 경영 참여 방안 등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제프 플레이크 공화당 하원의원은 “전문가들은 파산을 선택사항이 아니라, 최고의 선택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3일 지엠과 크라이슬러의 신용등급을 CAA2에서 CA 등급으로 내렸다. 김순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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