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9일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미국 반도체 정책의 한국 기업들에 대한 불이익 우려 문제를 논의하려고 미국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국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과도한 경영 개입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안 본부장은 9일(현지시각)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 상무부가 최근 발표한 반도체법 보조금 지원 공고에 관해 “대미 투자 비용이 증가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앞으로 우리 기업들과 긴밀한 협의 하에 보조금 지침이 집행돼야 한다는 점을 미국 쪽에 적극 제기했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반도체 보조금 지급 기준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것은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와 한-미 반도체 공급망 협력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이날 마이크 파일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등을 만난 안 본부장은 “미국 쪽은 반도체 분야 협력에서 한국이 가장 중요한 파트너들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했고, 보조금 신청 절차 진행 과정에서 한국 정부 및 기업들과 긴밀히 협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390억달러(약 51조7천억원) 규모의 반도체 시설투자 보조금 지급 기준을 내놓으면서 기업의 영업 비밀에 해당할 수 있는 시설 공개 등을 요구하고, 초과 이익 환수 방침을 밝혔다. 안 본부장 설명은 미국 정부가 개별 기업들과의 보조금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 쪽 요구 사항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뜻이다. 그는 보조금 수령 조건으로 제시된 10년간 중국 내 생산 능력 확대 금지에 대해서도 한국 기업들의 시설 가동에 문제가 없게 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협의 과정에서 “미국이 요구한 조건이 국제 기준에 맞지 않고 전례가 없는 수준이며, 이런 조건을 과하게 요구하면 기업들의 대미 투자 매력도가 상당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 반도체 업계도 보조금 지침이 과도한 내용을 담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상무부와의 협약 체결 과정에서 조건이 어렵기는 하겠지만 소화할 수 있는 정도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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