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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감세, 불평등 더 악화시킬 것이다” IMF의 경고

등록 2022-09-28 14:03수정 2022-09-29 02:43

“대규모 감세 정책 재고해야” 이례적 비판 나서
23일(현지시각) 영국 리즈 트러스 총리와 콰시 콰텡 재무장관이 켄트주 노스플리트에 위치한 제조업체 버클리 모듈러를 방문했다. 켄트/로이터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각) 영국 리즈 트러스 총리와 콰시 콰텡 재무장관이 켄트주 노스플리트에 위치한 제조업체 버클리 모듈러를 방문했다. 켄트/로이터 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이 영국의 고강도 감세정책에 대해 인플레이션과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이례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27일(현지시각) 영국 <비비시>(BBC) 등 외신은 국제통화기금이 대변인 성명을 통해 영국이 최근 발표한 새로운 예산안을 재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영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재정정책이 통화정책과 엇갈리게 작동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현 시점에서 대규모 재정 패키지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의 쓴소리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국제통화기금이 선진국의 경제정책에 개입하는 것은 대단히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 전략·정책·심의국장을 지낸 마르틴 뮐라이센도 “기금이 주요 회원국의 경제정책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에 전했다.

신임 리즈 트러스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는 23일 대규모 감세를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미니 예산안을 발표했다. 법인세 인상 계획 철회, 소득세 인하 등을 포함하는 이번 정책은 2026년까지 연간 450억파운드에 달하는 감세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영국 역시 전 세계를 강타한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고 있어, 감세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고물가를 잡기 위한 잉글랜드은행(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도 배치된다.

26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한 환전소에 영국 파운드화의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런던/EPA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한 환전소에 영국 파운드화의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런던/EPA 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은 트러스 총리의 감세가 불평등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비판했다. 잉글랜드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데, 두 가지가 맞물리면 취약계층의 생활비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대출 부담도 커지게 된다. 국제통화기금은 “감세를 통해 성장을 촉진하려는 목표는 이해하지만 잉글랜드은행이 잡으려는 물가 상승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며 “게다가 이번 조치의 성격은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과 경제학자들은 정책 발표 직후부터 대규모 감세정책이 “무책임”한 조치라는 평가를 해왔다. 세금을 줄이겠다는 목표만 있을 뿐 지출 구조조정 등 돈을 아낄 계획이 병행되지 않아 재정건전성 우려도 커졌다. 정책 발표 후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한 것도 이러한 비판을 뒷받침했다. 달러 대비 파운드화 환율은 26일에 역대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고, 영국 정부가 대규모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영국 국채 금리는 크게 뛰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영국 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한 신뢰성 우려가 지속되면 영국의 부채 감당 능력이 영구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거센 비판 속에서도 콰시 콰텡 영국 재무장관은 27일 은행, 보험사와 자산운용사에 “우리의 성장 계획과 다가오는 중기 재정 계획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지난해 세운 정부 지출 계획 수정 역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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