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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터키 테러로 드러난 어린이 테러 동원 참상

등록 2016-08-22 17:01수정 2016-08-22 19:14

가지안테프 테러로 적어도 51명 사망
테러용의자는 12~14살 어린이로 추정
이슬람국가, 보코하람 등 어린이 이용 테러
서,중앙아프리카 테러의 20%가 어린이

20일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한 터키 남동부 도시인 가지안테프에서 부상자를 실어나르는 구급차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 있다. 가지안테프/EPA 연합뉴스
20일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한 터키 남동부 도시인 가지안테프에서 부상자를 실어나르는 구급차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 있다. 가지안테프/EPA 연합뉴스
평화로운 주말이었던 20일(현지시각) 밤, 터키 남동부 가지안테프의 한 야외 결혼식장에서 신랑 누레틴 아크도안과 신부 베스나 아크도안의 결혼식이 열렸다. 6개월 전 약혼식을 올렸던 이들은 쿠르드족과 터키 정부군 사이의 교전이 이어졌던 터키 동부 시르트 지역을 피해 좀더 안전한 도시인 가지안테프로 이사온 참이었다. 손과 발에 그림을 그리는 전통 의식인 헤나 파티를 마지막으로 결혼식이 끝나자, 하객들은 길거리로 우르르 빠져나와 음악의 리듬에 맞춰 함께 춤을 췄다. 축하 파티가 끝나가던 밤 10시50분께, 귀가 찢어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모여있던 하객들 사이로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자살 폭탄 테러였다.

결혼식 하객을 대상으로 벌어진 이 테러로 적어도 51명이 숨지고 69명이 다쳤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21일 전했다. 부상자 가운데 17명은 중태다. 폭발 당시 사고 현장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다는 이브라힘 아테시는 “갑자기 사람들이 달려나오길래 가봤더니, 온 거리에 뜯겨나간 신체 조각과 함께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며 참상을 전했다.

이번 테러는 올해 터키에서 일어난 민간인 대상 테러 중 피해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 6월 41명의 사망자를 낸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 테러를 포함해 터키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일어난 폭탄 테러는 올해만 5건, 사망자는 167명에 이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테러 발생 이튿날인 21일 발표한 성명에서 “초기 수사결과, 이번 테러의 배후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진 연설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12~14살로 추정되는 테러범이 자폭했거나 누군가에 의해 폭파당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을 자살 폭탄 테러에 ‘동원’하는 일은 극단주의 테러 조직에선 이미 만연해 있다. 이번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이슬람국가는 ‘칼리프의 아이들’이라는 이름의 유소년 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 부대에 소속된 아이들은 지하디스트 전사로 길러진다는 명목으로 이슬람국가가 운영하는 학교에 다니며, 참수나 집단 처형에 실제로 참여하면서 폭력에 익숙해 진다.

세계적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나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보코하람,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역시 어린이들을 폭탄 테러에 동원했다. 어린이들이 검문 검색을 받지 않고 테러 대상이나 테러 장소에 보다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린이들을 부리기가 더 쉽고, 세뇌가 된 어린이들은 때로 어른들보다 더 과감해 어린이들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지난 4월 유니세프가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2014~15년 나이지리아와 카메룬, 차드, 니제르 지역에서 어린이가 감행한 자살 폭탄 테러는 모두 44건으로 전체 폭탄 테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유니세프 서·중앙 아프리카 사무소의 마뉘엘 퐁텐 대표는 “아이들을 폭탄 테러에 동원하는 것은 전쟁의 끔찍한 모습중 하나”라며 “이 아이들은 범죄자가 아닌 피해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터키 남동부의 가지안테프 지역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한 이튿날인 21일,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가지안테프 법의학 연구소 밖에서 기다리면서 오열하고 있다. 가지안테프/EPA 연합뉴스
터키 남동부의 가지안테프 지역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한 이튿날인 21일,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가지안테프 법의학 연구소 밖에서 기다리면서 오열하고 있다. 가지안테프/EPA 연합뉴스
이번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한 터키 남동부의 가지안테프는 시리아와 남쪽으로 불과 60㎞정도 떨어져 있는 도시다. 국경이 인접한 덕분에 시리아와 터키 주민들의 교류도 활발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뒤 가지안테프는 유럽으로 떠나려는 시리아 난민들이 통과하는 길목으로 변했다. 또 쿠르드족 민병대나 이슬람국가와 같은 무장단체 조직원들까지 모여들였다. 터키 경찰은 지난해 앙카라와 이스탄불에서 일어났던 이슬람국가의 폭탄 테러에 쓰인 폭탄이 가지안테프에 있는 폭탄제조 시설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지안테프의 마흐무트 토으룰 지역 의원은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친쿠르드족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의 지지자들이었다”며 “이번 테러가 쿠르드족에 대한 보복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신랑인 누레틴 아크도안 역시 인민민주당 소속이었다.

이번 테러가 이슬람국가 소행으로 확인된다면, 이는 최근 시리아 지역에서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는 이슬람국가의 보복적 성격의 폭탄 테러로 볼 수 있다. 최근 쿠르드족 민병대는 미국 주도의 연합군과 함께 시리아 북부의 만비즈 지역에서 이슬람국가를 격퇴한 바 있다. 안보 분석가인 메틴 커르잔은 이번 테러를 ‘이슬람국가가 표적이 쿠르드족이라는 것을 알고 자행한 첫 민간인 테러 공격’으로 정의내리면서 “이슬람국가가 쿠르드족에 보복하고 터키 공세에 저항하기 위해 터키의 인종·종교적 경계를 활용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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