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인 14일(현지시각) 밤 남부 니스에서 대형 트럭이 군중 사이로 돌진해 적어도 84명이 숨졌다. 경찰이 사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니스/AP 연합뉴스
14일 밤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의 코트다쥐르 해변가 프롬나드 데 장글레 산책로에서 시민들과 관광객 수천명은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바스티유 데이)을 맞아 열린 불꽃놀이를 구경하고 있었다.
불꽃놀이가 끝나갈 즈음이었던 밤 11께 약 1500여명의 인파가 아쉬움을 남기며 산책로를 따라 길을 걷고 있을 때, 25t 흰색 트럭이 렌발 아동병원 근처 차도에서 갑자기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산책로로 올라섰다. 처음에는 다들 ‘트럭이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인가’라고 생각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트럭이 속도를 내면서 산책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앙투안이라는 이름의 한 목격자는 현지 매체 니스 마탱에 "불꽃놀이가 막 끝났을 때였다. 그때 흰색 화물차를 봤다. 시속 60~70㎞ 속도로 빠르게 달려갔다”고 전했다. 트럭은 산책로를 지그재그로 운전하며 산책로의 사람들을 치고, 비명을 지르고 달아나는 이들을 쫓아가며 또 치면서 ‘광란의 질주’를 벌였다. 축제가 참사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평소 아름답고 평온한 쪽빛 리비에라 해변이 순식간에 핏빛으로 물들었다. 자신의 이름을 나데르라고 밝힌 목격자는 프랑스 <베에프엠>(BFM) 방송에 “처음엔 트럭이 길을 잃은 줄 알았다. 멈추라고 운전사에게 이야기했는데 멈추지 않았다. 차 앞에 소녀가 있었는데 치고 지나갔다”고 말했다. 목격자 프랑크 시돌리는 <로이터> 통신에 “사람들이 쓰러졌고 그 다음에 우리가 있던 5m 앞에서 트럭이 멈췄다”며 “한 남자아이가 엄마를 놓치고 바닥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축제 소음 때문에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시민과 관광객들은 금새 산책로 밖으로 뛰기 시작했다. 한 목격자는 <베에프엠> 방송에 “모두가 ‘뛰어, 뛰어’, ‘공격이 발생했다’라고 소리쳤다. 총소리도 들렸다. 엄청난 혼란이 일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트럭을 피해 근처 호텔로 뛰어들었면서 현장 인근 네그레스코 호텔 로비는 임시 수용소처럼 변했다.
트럭은 남쪽을 향해 2㎞를 달리다가 멈춰 경찰과 대치했다. 운전사가 총을 꺼내 경찰을 향해 쏘면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범인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살되면서 끝이 났다. 30분이 지났고, 84명이 숨졌다. <뉴욕 타임스>는 트럭 질주의 첫번째 희생자 중 1명은 중년 무슬림 여성이었다고 전했다. 아들 2명을 포함한 가족들은 사건 현장에서 멍하니 서서 흐느끼고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희생자 중에는 이 여성 뿐 아니라 무슬림들이 다수 포함됐다. 부모와 함께 산책로에 나온 아이들 상당수도 희생됐다. 주검들 근처에 아이의 인형도 발견됐다.
사건 현장은 참혹했다. 니스 지역 신문의 기자인 다미엔 알레망은 “사람들 몸뚱이가 길가에 볼링 핀처럼 날라다니는 모습을 봤다”며 “죽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5m마다 봤다”고 말했다. 휴가차 니스에 있었던 이란 기자 마리암 비올레트는 <가디언>에 “거의 1마일(약 1.6㎞)을 걸으면서 주검들이 여기저기 있는 모습을 봤다. (내가 본) 주검이 30구 이상은 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폴란드 사람들이 형제자매 2명을 잃고 울부짓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주검들이 길가에 나뒹굴자 급한대로 산책로 근처 식당의 식탁보를 가져다가 주검에 덮어줬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아에프페>(AFP) 통신원은 “사람들이 차에 치이고 파편이 날라다녔다. 파편을 피하기 위해 얼굴을 가려야 했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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