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우드 어떻게 잡았나
프랑스 수사당국이 파리 테러의 기획자로 지목한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를 사살할 수 있었던 것은 테러범들의 실수와 결정적 제보, 그리고 당국의 신속한 대응 등이 빚어낸 결과였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수사 관계자들의 말을 따, 파리 외곽 생드니에 숨어 있던 아바우드와 ‘제4의 테러팀’이 13일 밤 동시 테러 때 몽마르트르에서 테러를 계획했으나 실패하자 18일 파리 서부의 금융가 라데팡스에 대한 공격을 계획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18일 새벽 이들을 습격하지 않았다면 또다른 테러 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검찰은 19일 급습 현장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여성 한명의 주검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혀, 모두 3명이 숨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 의심
수사당국이 시리아에 있을 것으로 봤던 아바우드의 행방에 의심을 품은 것은 테러 때 가장 많은 희생자를 냈던 바타클랑 콘서트홀 근처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휴대전화에서 시작됐다. 휴대전화에는 13일 밤 9시42분에 “우리는 시작한다”는 문자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바타클랑 테러팀이 공격 직전, 작전 개시를 누군가에게 보고한 것이다. 테러범의 실수가 수사당국엔 첫 행운이었다.
추적 결과, 메시지는 파리 테러팀의 은신처 3곳 중 하나인 파리 남부 외곽의 알포르빌 호텔방에 있던 전화기에서 수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호텔방은 살라 압데슬람이 빌린 곳이었다. 하지만 살라가 속했던 시내 중심가 레스토랑 테러팀은 이미 테러에 나선 상황이었다. 스타드 드 프랑스 테러팀도 20분 전 첫 테러를 시작했다. 누군가 테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보고를 받고 있었던 셈이다. 수사당국이 아바우드의 존재를 포착하게 된 순간이었다.
‘아바우드 파리있다’ 깜짝정보 확보
사촌 전화감청해 “오고있다” 포착
새벽 4시 문 폭파하고 경찰견 투입
창문에 보이는 순간 저격수가 ‘탕’
테러범 실수-제보-급습 ‘3박자’ ■ 제보 이즈음 깜짝 놀랄 만한 제보가 수사당국에 들어왔다. ‘아바우드가 중동의 사막에 있는 게 아니라 파리 외곽 생드니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미 프랑스와 유럽연합 경찰에 쫓기던 아바우드가 어떻게 유럽의 심장부인 파리에 들어와 있는 게 가능한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때까지 유럽 정보당국에서는 아바우드가 유럽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가 없었다. 그런데 16일 터키로부터 아바우드가 그리스를 통과했던 사실이 확인됐다는 정보가 날아들었다. 이는 제보의 신빙성을 뒷받침했다. ■ 확신 수사당국은 아스나 아이트불라센(26)의 휴대전화를 감청하면서 아바우드가 파리에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수사당국은 이미 마약거래 혐의로 감청하고 있었던 아이트불라센에 대한 감청을 파리 테러 뒤 확대한 터였다. 아이트불라센이 전화기로 아바우드를 언급한 적은 없었다. 둘 사이의 통화도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 아이트불라센한테 전화를 걸어 “사촌”이 오고 있다고 말한 게 포착됐다. 수사당국은 본격적으로 아바우드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복수의 프랑스 고위 관계자는 모로코 정보당국이 생드니에 있는 아바우드의 은신처를 확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바우드와 아이트불라센은 모두 모로코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경찰은 아바우드가 “사촌”으로 지칭됐으나, 실제 아이트불라센과 아바우드가 혈연관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 습격 생드니의 아파트를 확인한 경찰 특공대가 18일 새벽 4시, 아바우드가 있던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20분 뒤 경찰은 아파트 3층의 은신처 문에 폭발물을 설치하고 터뜨렸다. 문 일부가 훼손됐을 뿐 문은 열리지 않았다. 경찰의 공격에 대비한 듯 안에서 문을 개조해 방어력을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두번째 폭발물을 터뜨리고, 먼저 경찰견을 들여보냈다. 경찰견이 총에 맞아 죽었다. 총격전이 벌어졌다. 창문으로 아바우드가 보인 순간 인근 건물에 대기하고 있던 저격수가 아바우드를 조준했다. 수사당국은 저격수의 총알에 맞아 아바우드가 숨진 것으로 추정한다. 경찰이 아파트를 공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아이트불라센이 모습을 드러낸 건 새벽 6시15분께였는데 그는 경찰과 짧은 대화를 주고받은 뒤 폭탄 조끼가 터지면서 숨졌다. 아바우드의 주검은 은신처인 3층 아파트가 아닌 2층에서 발견됐다. 아파트 천장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경찰은 아이트불라센이 폭탄을 터뜨렸을 당시 3층 바닥이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총성은 오전 11시37분에야 그쳤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사촌 전화감청해 “오고있다” 포착
새벽 4시 문 폭파하고 경찰견 투입
창문에 보이는 순간 저격수가 ‘탕’
테러범 실수-제보-급습 ‘3박자’ ■ 제보 이즈음 깜짝 놀랄 만한 제보가 수사당국에 들어왔다. ‘아바우드가 중동의 사막에 있는 게 아니라 파리 외곽 생드니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미 프랑스와 유럽연합 경찰에 쫓기던 아바우드가 어떻게 유럽의 심장부인 파리에 들어와 있는 게 가능한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때까지 유럽 정보당국에서는 아바우드가 유럽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가 없었다. 그런데 16일 터키로부터 아바우드가 그리스를 통과했던 사실이 확인됐다는 정보가 날아들었다. 이는 제보의 신빙성을 뒷받침했다. ■ 확신 수사당국은 아스나 아이트불라센(26)의 휴대전화를 감청하면서 아바우드가 파리에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수사당국은 이미 마약거래 혐의로 감청하고 있었던 아이트불라센에 대한 감청을 파리 테러 뒤 확대한 터였다. 아이트불라센이 전화기로 아바우드를 언급한 적은 없었다. 둘 사이의 통화도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 아이트불라센한테 전화를 걸어 “사촌”이 오고 있다고 말한 게 포착됐다. 수사당국은 본격적으로 아바우드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복수의 프랑스 고위 관계자는 모로코 정보당국이 생드니에 있는 아바우드의 은신처를 확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바우드와 아이트불라센은 모두 모로코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경찰은 아바우드가 “사촌”으로 지칭됐으나, 실제 아이트불라센과 아바우드가 혈연관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 습격 생드니의 아파트를 확인한 경찰 특공대가 18일 새벽 4시, 아바우드가 있던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20분 뒤 경찰은 아파트 3층의 은신처 문에 폭발물을 설치하고 터뜨렸다. 문 일부가 훼손됐을 뿐 문은 열리지 않았다. 경찰의 공격에 대비한 듯 안에서 문을 개조해 방어력을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두번째 폭발물을 터뜨리고, 먼저 경찰견을 들여보냈다. 경찰견이 총에 맞아 죽었다. 총격전이 벌어졌다. 창문으로 아바우드가 보인 순간 인근 건물에 대기하고 있던 저격수가 아바우드를 조준했다. 수사당국은 저격수의 총알에 맞아 아바우드가 숨진 것으로 추정한다. 경찰이 아파트를 공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아이트불라센이 모습을 드러낸 건 새벽 6시15분께였는데 그는 경찰과 짧은 대화를 주고받은 뒤 폭탄 조끼가 터지면서 숨졌다. 아바우드의 주검은 은신처인 3층 아파트가 아닌 2층에서 발견됐다. 아파트 천장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경찰은 아이트불라센이 폭탄을 터뜨렸을 당시 3층 바닥이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총성은 오전 11시37분에야 그쳤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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