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콘서트홀 진입로 앞에 시민들이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뜻으로 꽃다발을 놓고 있다. 나무에 걸린 태극기에 영어로 “파리를 위해 기도합니다. 테러 반대”라고 쓴 모습도 보인다. 파리/조일준 기자
조일준 기자의 파리 테러현장 르포
파리 복지단체 “3분간 손맞잡자”
집회금지 파리 시민들 현장 묵념 숙연한 분위기속 무슬림 숨죽여
추모식 열려다 안전 우려로 취소 현재 파리와 교외 지역은 테러의 참극에 이어 18일 새벽 경찰의 습격작전으로 당분간 모든 거리 행진과 추모 집회가 금지된 상태다. 정부 차원의 공식 행사도 지난 15일부터 3일 동안 희생자 애도기간 이후로는 없었다. 그러나 파리 시민들은 19일 오후부터 20일 오전 내내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공화국광장뿐 아니라 바타클랑 콘서트홀, 프티 캉보주 식당 등 참사 현장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파리를 제외한 전국의 주요 도시들에서도 이날 오후 묵념과 행진 등 대규모 추모 행사를 열 계획이다. 프랑스의 아랍계 이민자와 무슬림들은 더욱 숨죽이고 움츠러들었다. 프랑스 최대의 이슬람 사원인 ‘그랑드 모스케 드 파리’도 애초 이날 정오 금요예배가 끝난 오후 2시에 사원 정문 앞길에서 대규모 추모식을 열 예정이었으나, 행사를 하루 앞둔 19일 안전 문제를 우려해 전격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이 사원은 성명을 내어 “경찰 쪽과 논의한 결과, 대중적인 추모 행사에 필수적인 안전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점이 명확했다”고 취소 사유를 밝혔다. 이 행사는 테러 이후 처음으로 프랑스 무슬림 단체가 앞장서려던 추모 행사였다는 점에서 특별한 관심을 모았다. 사원 쪽은 취소 발표 직전까지도 “파리의 다양성과 (프랑스) 공화국의 가치에 대한 더욱 깊은 천착”을 강조하며 무슬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었다. 앞서 지난 17일 이 사원을 찾아갔지만, 인터뷰는커녕 사원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정문 양옆으로 길게 이어진 담벽의 보조 출입문에는 “모든 강좌가 취소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마침 사원 정문 앞에는 노르웨이에서 왔다는 기자 2명도 안내자에게 취재를 요청하고 있었으나 끝내 발길을 돌려야 했다. 파리 아랍문화원도 마찬가지였다. 현대식 건물로 지어진 아랍문화원 앞 벽보판에는 소총의 총구 그림 밑에 “우리 프랑스 무슬림들은 테러리즘에 반대한다”는 문구가 쓰인 수십장의 포스터들이 붙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테러 반대’라는 믿음은 똑같지만, 아랍계 무슬림 프랑스인들은 이번 테러 사건을 비아랍, 비무슬림 시민들보다 훨씬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파리/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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