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테러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바타클랑 공연장은 참사 나흘째인 17일(현지시각)에도 모든 길목이 경찰 바리케이드로 봉쇄됐다. 하루 종일 바람이 불고 오후 한때 비까지 내린 궂은 날씨에도 공연장 주변에는 추모객들의 숙연한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시민 파트리크 모랑(사진 가운데)은 특히 바타클랑 공연장 테러가 남의 일 같지 않다. 자신이 에펠탑 앞에 있는 샤요 국립극장에서 소품 감독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총격 사건이 벌어지던 시각에 저는 미국 무용단의 마지막 공연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다음날에야 알게 됐는데, 같은 무대공연 종사자로서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 더 끔찍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는 “사건 다음날 파리 시내의 모든 공공장소가 폐쇄됐었다”고 말했다. 최근 프랑스에서 테러가 잇따른 이유에 대해 그는 “알제리와 모로코 등 이슬람 지역을 식민 통치한 역사적 배경, 무슬림 인구 급증, 방리외(파리 외곽지대)에 사는 무슬림에 대한 분리주의 정서 등으로 갈 길을 잃은 청소년들이 일탈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진단했다.
이번 테러 이후로 프랑스 사회에선 아랍계 주민 등 소수자 집단에 대한 사회적 배제와 분리주의 경향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모랑의 생각은 달랐고 단호했다. “아니오. 프랑스는 자유·평등·박애라는 가치에 대한 믿음이 워낙 커서 (이번 일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로 무슬림 사회에 대한 억압이 생긴다면 그건 프랑스와 전혀 다른 나라이지 프랑스가 아닙니다.”
모랑은 “프랑스 시민사회가 관용과 열린 태도를 유지하는 힘은 교육에서 나온다”며, “(프랑스인들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고 말했다.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사람은 자유롭게 태어났다’고 배우고 흔들림 없이 믿습니다. 프랑스인은 절대로 독재 사회에서 지낼 수도, 적응할 수도 없습니다.”
그는 아랍계 무슬림들에 대한 현실적인 형평성 문제를 많이 들었다면서도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잘 모르고 자세한 정보도 없다”고 말했다. “그들도 분명히 프랑스인입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습니다. 아랍계 프랑스인들이 필요할 때 앞장서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랑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이번 테러에 대한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털어놓았다. 그는 “공격적인 수단은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며 더 큰 화와 위험을 부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또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인은 너무 착해서 문제다, 강한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게 정치에서 강경책이 나오는 토양”이라고 말했다.
파리/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