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인 압델하미드 아바우드. 사진 <다비크>
파리 테러를 기획한 인물이 벨기에인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아바우드는 현재 시리아에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에이피>(AP) 통신은 익명의 프랑스 정보 당국자가 “아바우드가 파리 테러의 주 설계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익명의 당국자는 자신들이 입수한 이슬람국가 조직원들의 대화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이 대화에서 아바우드는 파리에서 테러를 저지를 때 최대한 사상자를 낼 수 있는 이상적 목표로 콘서트홀을 권했다는 것이다.
아바우드는 모로코계로 벨기에 브뤼셀 외곽 몰렌베크에서 성장했다. 파리 테러 용의자로 수배대상에 오른 살라 압데슬람(26)과 어린 시절 친구라고 벨기에 언론이 전했다. 파리 테러 때 자폭한 살라의 형 이브라힘(31)과도 서로 아는 사이다. 압데슬람 형제는 프랑스 국적이지만 벨기에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2013년 시리아에 가서 이슬람국가에 가담한 아바우드는 최근 다시 유럽에 나타나 테러 배후 조종도 한 듯보인다. 벨기에 경찰이 지난 1월 동부 베르비에 시에서 테러를 준비하는 조직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근거지를 급습해 테러를 준비했던 2명을 사살했는데, 이 조직 구성과 자금 조달 배후에 아바우드가 있다고 벨기에 경찰은 보고 있다.
아바우드는 벨기에에 잠입했던 일을 무용담처럼 이슬람국가 홍보 잡지 <다비크>에 지난 2월 털어놨다. 아바우드는 “벨기에에 돌아와서 안전한 집을 확보해 다른 2명과 함께 작전 계획을 짰다”며 “나중에 경찰의 검문에 걸린 적이 있지만 경찰은 내 사진과 나를 대조해보고도 그냥 보내줬다. 닮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알라의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아바우드는 이슬람국가에 매우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인물로 13살 동생까지 시리아에 데려갔다. 훼손된 시신을 끌고 다니는 트럭에 아바우드가 탄 모습이 이슬람국가 홍보영상에 나온 적이 있으며, 이슬람국가 대원 모집을 한 혐의로 7월 벨기에 사법부가 궐석재판을 통해 징역 20년을 선고한 상태다.
한편, 파리 테러 현장 중 한 곳인 축구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발견된 시리아 여권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프랑스 정부가 밝혔다. 여권 소지자인 아흐마드 무함마드(25)의 지문 자체는 그리스 입국 때 정보와 일치한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