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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9·11 테러땐 엘리트 주도…이번엔 소외계층이 범행

등록 2015-11-17 19:44수정 2015-11-17 21:35

[파리 테러 이후] 드러나는 사건 전모

범인 중 최소 3명 프랑스 국적
벨기에 브뤼셀 외곽 빈민가 거주
2년 전 터키 거쳐 시리아로 들어가
프랑스서 자라 본국 잠입 손쉬워
최고지도자 만났는지는 확인 안돼

테러 기획 아바우드 감옥서 급진화
올해 두 차례나 테러기도 전과
1999년 11월 말, 아프가니스탄 동부 토라보라 산악 동굴에 있던 오사마 빈라덴을 젊은 청년 4명이 찾아왔다. 모하마드 아타 등 아랍 청년들은 독일 함부르크에 유학했던 엘리트들이었다. 빈라덴은 이들을 환영했다. 비행기를 납치해 미국 백악관과 의사당, 국방부 청사, 세계무역센터 등을 공격하려는 테러 계획이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테러를 직접 실행할 사람이 필요했다. 선발해 놓은 알카에다 대원들은 영어를 못했고, 서방 세계를 알지 못했다. 그러던 참에 제발로 찾아온 이 지식인 청년들은 테러를 실행할 수 있는 보증수표였다. 이후 ‘함부르크 그룹’으로 불린 이 청년들은 독일로 돌아갔고 2000년 미국으로 건너가 비행학교에서 조종술을 배웠다. 그리고 2001년 전대미문의 9·11 테러를 자행했다. 테러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인 탈레반이 정권을 잡고 있던 아프간에서 계획되고, 독일에 조직됐으며, 미국에서 실행됐었다.

미국 9·11 테러와 프랑스 파리 테러의 국제 네트워크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지난 13일 밤 발생한 프랑스 파리도 9·11 테러처럼 국제적인 테러 네트워크를 통해 벌어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테러를 “시리아에서 계획됐으며, 벨기에에서 조직돼, 프랑스에서 실행에 옮겨졌다”고 말했다. 알카에다의 9·11 테러 때 아프간-독일-미국으로 이어졌던 국제 테러 네트워크가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에선 시리아-벨기에-프랑스로 이어진 셈이다.

파리 테러를 저지른 이스마엘 오마르 모스테파이(29) 등 적어도 프랑스인 3명은 자발적으로 2013년 터키 등을 거쳐 시리아로 들어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들이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의 최고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를 만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라크 정부는 바그다디가 프랑스·미국 등에 테러를 지시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서방에 알려줬다고 주장한 바 있다. 파리 테러범들은 프랑스에서 성장한 이들이어서 테러를 준비하거나 실행에 옮길 때 발각될 가능성이 줄어든다. 9·11 테러를 주도한 함부르크 그룹도 서구식 교육을 받고 영어에 능통해 미국에 들어가 비행 조종술을 배우기가 수월했다.

출신 국가가 서로 달랐던 함부르크 그룹은 부유층이나 중산층 가정에 자란 고학력 지식인들이었다. 이들은 현지 모스크에서 이슬람주의의 세례를 받고 같은 아파트에서 생활하면서 이념적으로 무장했다. 반면, 이번 파리 테러범들은 사회의 소외층이었고, 일부는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들어갔다가 교도소에서 급진적인 이슬람주의와 접했다. 테러를 주도한 이들이 살았던 벨기에 브뤼셀 외곽의 몰렌베크는 청년실업률이 50% 정도에 이르는 저소득층 지역이다. 파리 테러범들이 자신의 출신국을 공격한 것도 9·11 테러를 자행한 이들 가운데 미국인이 한명도 없었던 것과 다른 점이다.

그렇지만 비행기를 납치해 뉴욕 세계무역센터 등을 공격하는 9·11 테러를 머릿속에서 생각해 냈던 칼리드 셰이크 모하마드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유학한 엘리트였다. 그는 쿠웨이트에서 자랐다. 모하마드는 조카인 람지 유세프가 1993년 2월 뉴욕 세계무역센터 지하 주차장 테러를 벌였을 때 이를 함께 논의했다. 그는 1994년 서울을 거쳐 미국으로 가는 여객기를 태평양에서 폭파시키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발각돼 무위로 돌아가기도 했다. 이후 아프간으로 가 빈라덴을 만났고, 9·11 테러계획을 만들어 냈다.

시리아에서 이번 파리 테러를 기획한 것으로 추정되는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도 테러를 기도하다 실패한 적이 있다. 올해 1월 벨기에에서 대규모 테러를 꾸미다가 경찰의 기습을 받고 겨우 빠져나와 시리아로 달아났다. 지난 8월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 파리로 가던 고속열차에서 총기를 난사하려다 제지당한 사건도 아바우드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아바우드는 벨기에 몰렌베크 출신으로 브뤼셀의 명문고등학교에 다니다가 행실이 나빠 퇴학을 당한 뒤 2010년 절도 혐의로 교도소에 간 뒤부터 급진화됐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보도했다.

9·11 테러를 지시했던 빈라덴은 알카에다가 1998년 8월 저지른 아프리카 케냐·탄자니아 주재 미국 대사관 동시폭탄 테러로 아프간에서 미국의 크루즈 미사일 공격을 받게 된다. 이후 빈라덴은 미국에 대한 대규모 테러공격을 감행하기로 하고 1999년부터 테러 계획을 구체화했다. 이슬람국가가 파리 테러를 자행한 배경에도 최근 시리아와 이라크 북부에서 미국의 공습 지원을 받은 쿠르드족 페슈메르가에 밀려나는 등 수세로 몰리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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