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프랑스 파리 극장과 축구경기장, 식당, 카페 등 7곳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일어나 150명 이상이 숨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경을 폐쇄했다. 파리=AP연합
프랑스-독일 친선경기 7만여 관중 꽉들어차
관중들에 테러 발생 안알린채 경기 끝마쳐
하프타임때 운동장 헬기 선회하자 웅성웅성
보고 받은 올랑드 조용히 경기장 빠져나와
관중들에 테러 발생 안알린채 경기 끝마쳐
하프타임때 운동장 헬기 선회하자 웅성웅성
보고 받은 올랑드 조용히 경기장 빠져나와
프랑스와 독일 국가대표팀이 친선경기를 한 13일 밤 프랑스 파리 외곽의 축구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는 7만여명의 관중으로 가득 차 있었다.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본선을 앞두고 주최국 프랑스와 우승후보 독일이 맞붙었기 때문에 경기장은 뜨거운 열기에 싸여 있었다.
전반 17분께 첫번째 폭발음이 경기장을 흔들었다. 그 순간 일부 축구팬들은 “올레!”(잘 한다!)하고 외쳤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테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고 일상적으로 벌어졌던 불꽃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분 뒤 두번째 폭발음이 들릴 때부터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했다. 두번째 폭발음이 들리자 관중석에는 침묵이 흘렀다. 파리 한복판에서도 무장 괴한들의 총기 난사를 하는 등 동시다발 테러가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양팀 선수 22명이 밖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도 모른 채 축구경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관중들에게 테러 사실이 알려지지도 않았다. 전반전에 프랑스 팀이 한골을 넣자 프랑스 팬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하프타임 때 헬리콥터가 운동장을 선회하면서 심각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관중들도 알아채기 시작했다. 휴대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파리 한복판에서 테러가 터진 사실을 관중들도 알게 됐다. 관중들한테 축구경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도 축구경기는 이어졌다. <아에프페>(AFP) 통신 기자는 “경기가 계속됐고 끔찍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무척 겁이 나 있었다”고 했다. 한 축구팬은 “경기가 끝날 무렵 우리는 상황을 깨달았다. 경기장의 공기는 꽁꽁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프랑스가 독일을 2대0으로 이겼지만, 기뻐하는 관중들은 아무도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 밖에서 사건이 발생했으니, 되도록 서쪽 문을 통해서 나가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바깥 소식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나가기를 꺼린 일부 관중들은 그라운드로 내려오기도 했다.
이날 축구경기를 관람하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테러 사건을 보고받고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와 비상 각료회의를 소집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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