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타클랑 극장의 2008년도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150년 된 명소…젊은이들이 즐겨찾는 대중음악 공연장
1월 테러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서 200m 거리
1월 테러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서 200m 거리
록 음악 팬들의 열기로 가득찼어야 할 150여년 역사의 극장은 참혹한 유혈 사태의 무대가 돼 버렸다.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동시다발 테러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장소는, 파리 동부 11구 볼테르가에 위치한 바타클랑 극장이었다. 바타클랑 극장에서만 적어도 82명이 숨진 것으로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바타클랑 극장은 파리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곳 가운데 하나다. 1864년 지어진 바타클랑 극장은 록 음악을 비롯한 대중음악 공연과, 스탠드업 코미디 등 다양한 공연을 열고 있다. 유명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를 비롯해 프린스, 오아시스 등 유명 음악인들이 바타클랑 무대에 섰다.
이날 바타클랑 극장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록 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EODM)의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친구 사이인 제시 휴즈와 조시 옴므가 1998년 결성한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은 최근 네번째 앨범을 내놓고 유럽 투어 공연에 나선 참이었다. 최대 15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연장 표는 매진된 상태였다. 공연장 안에 정확히 몇 명이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콘서트가 시작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극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뉴욕 타임스>는 괴한 4명이 AK-47 소총을 난사하며 공연장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밤, 공연을 즐기던 관객들은 테러 상황을 곧바로 인지하지 못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생존자는 위성방송 <프랑스24>에 “음악을 듣고 있던 중에 갑자기 총성이 들렸다. 정말 (총을 쏘고 있다고) 믿지 못했다. 그러나 총격이 계속, 또 계속됐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의자 뒤로 숨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공연장을 빠져나가야 한다고 깨달았다”고 말했다.
괴한 중 한명은 총격을 시작하기 바로 직전 “알라후 악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쳤다. 야스민이라는 이름의 생존자는 프랑스 방송 <베에프엠 테베>(BFM TV)에 “총격범 중 한명이 ‘시리아에서 당신들이 하는 일, 당신들은 그것에 대한 대가를 지금 치를 것이다’라고 외치는 걸 들었다”고 말했다.
괴한들의 무차별 총기 난사는 20여분간 계속됐다. 사람들을 향해 수류탄도 던졌다는 증언도 있다. 생존자인 프랑스 라디오 방송 <유럽1> 기자 쥘리앙 피에르는 사건 당시를 “대학살 현장 같았다”고 묘사했다. “우리는 굉장히 많은 총격 소리를 들었다. 괴한들은 매우 평온했고, 단호했으며 서너 차례 무기를 재장전했다.”
어둠 속에서 울려퍼지는 총격 소리에 사람들은 극심한 공포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그웬이라는 이름의 생존자는 <베에프엠 테베>(BFM TV)를 통해 “괴한들이 총격을 시작할 때, 총에서 나오는 불빛만 보였다. (총소리가 나자) 사람들이 땅에 엎드렸다. 완전히 어두웠다”고 전했다.
밤 10시가 넘어 프랑스 경찰들이 극장 밖을 둘러싸자, 총격범들은 생존자들을 인질로 잡기 시작했다. 두 시간이 넘는 대치가 계속됐다. 밤 12시15분께, 경찰이 극장 안을 급습했다. 몇 차례의 총격과 폭발이 있었다. 총격범 4명 가운데 3명은 몸에 두른 조끼를 폭발시켜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나머지 1명은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경찰의 급습 이후, 프랑스 현지 티브이 화면에는 인질로 잡혀있다가 구출된 관객들의 모습이 나왔다. 이들 중 일부는 여전히 머리에 손을 올린 채였다. 극장 밖 거리에는 경찰과 구급 차량으로 가득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 멤버들은 모두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타클랑 극장은 지난 1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알카에다로부터 공격을 받은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서 2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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