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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프랑스 역사상 가장 큰 도전에 직면”

등록 2015-11-14 14:43수정 2015-11-16 22:26

13일 프랑스 파리 극장과 축구경기장, 식당, 카페 등 7곳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일어나 150명 이상이 숨졌다. 파리=AP연합
13일 프랑스 파리 극장과 축구경기장, 식당, 카페 등 7곳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일어나 150명 이상이 숨졌다. 파리=AP연합
무차별적 대규모 테러에 충격 휩싸인 프랑스
“주검 덮을 수 있게 창문으로 이불 시트 던져”
극우 정당들, 프랑스 사회의 ‘이슬람화’ 비판
적어도 150여명 이상이 숨진 최악의 테러 앞에 프랑스는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이번 테러가 지난 1월 시사만평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때처럼 특정한 표적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무차별적인 대규모 테러라는 점이 충격을 더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3일 텔레비전에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파리에 전대미문의 테러 공격이 있었다”면서 “프랑스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공격을 당해 많은 이들이 숨졌다. 프랑스는 범인에 대항해 단결하고 단호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주변에서 테러가 발생한 파리 외곽 축구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프랑스와 독일 친선 국가대표 경기를 관람 중 대피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프랑스 전역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국경을 폐쇄했다. 2005년 이민자 폭동 이후 첫 국가 비상사태 선포다. 국경 폐쇄 조처는 곧 풀렸다. 아울러 14일 파리 인근 모든 학교에 임시 휴교령이 내려지고, 모든 거리 시위가 금지됐다.

한 달도 남지 않은 파리의 지방 선거에 출마한 많은 후보들은 당분간 선거 유세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집권 사회당과 니콜라 사르코지가 이끄는 공화당, 유럽생태녹색당도 당 차원에서 선거운동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일간 <르몽드>가 전했다. 사르코지 대표는 “이처럼 비극적인 상황에서 프랑스 전체의 연대가 요구된다. 테러리스트들은 프랑스에 선전 포고를 했다. 우리의 대응은 단호해야 한다”며 정부의 조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프랑스의 이민정책을 비판해온 극우 정당들은 이번 테러의 책임을 정부와 프랑스 사회의 이슬람화에 돌렸다. 극우정당 국민전선(FN) 역시 선거운동 중단을 발표했으나, 앞서 이 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인 루이 엘리엇은 트위터에 “발스(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씨, 위험이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며 “무책임하다!”라고 올렸다. 유럽연합에 비판적인 프랑스 보수정당 프랑스운동 대표는 “파리에서 벌어진 어마어마한 비극”을 “프랑스의 허술함과 모스크화(이슬람화)”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한편 진보적 성향의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의 로랑 조프랭 편집인은 사설에서 “90년간에 걸친 알제리 내전 와중에도 프랑스는 이런 정도의 폭력을 경험한 적이 없다”며 이번 테러를 프랑스가 역사상 “가장 큰 도전”에 직면했다고 썼다. 그는 프랑스가 표적 공격이 이뤄졌던 <샤를리 에브도> 등과 달리 이제 프랑스의 일상이 위협받고 있다며 “이 유혈사태들이 현재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연관짓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샤를리 에브도> 테러 당시 사설에서 보복이 아닌 ‘톨레랑스’(관용) 정신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중동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프랑스는 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주저하지 말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썼다.

13일 저녁 스마트폰를 통해 전해진 테러 소식을 접한 파리 시민들은 공포와 충격 속에 빠져들었다. 프랑스 독일 친선 축구 경기를 관람하다 파리에 발이 묶인 독일인 등을 염두에 둔 ‘#열린문’(#PorteOuverte) 해시태그 메시지와 함께 파리 시민들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도 전해졌다.

프랑스 사업가 로렌스 베것(45)은 “우리가 괴물을 만들어낸 것 같다”며 테러리스트들이 프랑스 보안당국보다 작전 능력이 뛰어나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이들(테러범)은 젊고 기민하며 도덕도 없고 어떤 것에도 제약받지 않는다”고 했다.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축구경기를 관람한 토니 반델(31)은 “당연히 우리의 미래가 걱정된다”며 “시리아에서 (프랑스가) 공습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샤를리 에브도>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미 프랑스는 충격에 빠졌다. 우리의 아이들은 여전히 학교에서 이에 대해 말한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덧붙였다.

테러가 발생한 샤론 거리 인근에 집에 있는 한 청년은 “거리에 숨이 끊어진 주검들을 덮을 수 있도록 사람들이 창문으로 이불 시트를 던지고 있었다”고 <르피가로>에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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