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중심가에서 열린 반유대주의 반대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방위군(IDF)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민간인 피해자가 커지며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영국에서 80여년 만에 가장 큰 반유대주의 반대 시위가 열렸다.
런던 경찰은 26일 이날 도시 중심에서 열린 반유대주의 반대 집회에 약 5만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집회 참가자들은 “영국의 유대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반유대주의에는 무관용을” 등 내용이 적힌 펼침막을 들고 나와 구호를 외쳤다. 영국 언론들은 이날 집회가 독일에서 나치스의 움직임이 본격하기 시작한 1936년 이후 런던에서 열린 최대 규모 반유대주의 반대 시위라고 전했다.
자신을 학생이라고 밝힌 아브라함 엘 하이는 로이터 통신에 “나는 내 유대인 공동체를 지지하기 위해 여기에 나왔다”라며 “우리는 스스로를 위해 일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우리를 대신해주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케이트 워스는 “이 행진을 통해 사람들이 이 나라에 인종차별주의가 자리할 공간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길 바란다”며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 지금 현재 유대인이 겪고 있는 일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날 집회에는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등 정치인들도 참여했다.
집회에 나온 일부 시민들은 하마스에 인질로 잡힌 이스라엘 인질들의 사진을 들고 나왔다. 일부 참석자들은 이를 보며 “그들을 집으로 데려오라”고 외쳤고, 히브리어로 노래를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런던 경찰은 이날 반유대주의 반대 집회가 시작된 직후 극우 활동가 토미 로빈슨을 체포했다. 그는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집회 현장을 떠나달라는 경찰의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로빈슨 외에도 현장에서 반유대주의적 발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성을 체포했다.
런던 경찰은 지난달 1일 이후 반유대주의 행위에 대한 신고가 554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1년 전 같은 기간 신고 건수가 44건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이슬람 혐오 행위는 220건으로 3배 가량 늘었다. 전날인 25일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런던에서 가자지구 내 영구적 휴전을 촉구하는 집회를 했다. 여기엔 경찰 추산 약 4만5천명이 참여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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