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의 증권거래소 건물 전경.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고금리가 이어지며 은행의 이윤이 크게 늘어나자 이탈리아 정부가 올해 한시적으로 40%에 달하는 ‘횡재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가 상한선을 설정하는 등 한발 물러섰다.
이탈리아 재무부는 9일(현지시각) 횡재세(순이자수익에 대한 세금)의 부과액을 은행 총자산의 0.1%를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정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앞서 재무부는 7일 내각회의에서 올해 금리 인상으로 기록적 수익을 낸 자국 은행에 일시적으로 40% 세금을 적용하는 특별법을 깜짝 승인했다. 횡재세를 거둬 대출을 보유한 가계와 기업을 돕는 데에 사용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발표 다음날인 8일 은행 주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쳤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인테사 산파올로와 유니크레딧의 주가가 각각 8%, 6.5% 하락하는 등 은행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독일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 프랑스의 비앤피(BNP)파리바, 크레디트아그리콜의 주가가 떨어지는 등 여파는 유럽의 다른 주요 은행들로도 번졌다. 결국 이탈리아 정부는 횡재세에 상한선을 두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섰다.
이탈리아가 도입하기로 한 40% 횡재세는 은행의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순이자수익에 적용된다. 2021∼2022년 사이 순이자수익 증가분 가운데 5% 초과액과 2021∼2023년 순이자수익 증가분 가운데 10% 초과액 중 더 큰 금액을 기준으로 부과될 예정이었다. 이에 따른 총 세수는 45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상한선이 적용되면서 25억유로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 안은 이탈리아 의회가 향후 60일 안에 법안을 통과시키면 시행된다.
헝가리·스페인 등 유럽 다른 나라에서도 횡재세를 부과 중이다. 에스토니아는 은행 세율을 올해 14%에서 18%로 올릴 계획이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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