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을 자회사로 둔 신한·케이비(KB)·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사의 지난해 순이익이 역대 최고치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인상하는 동안 은행들도 대출 이자율을 크게 올렸고,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벌어지면서 이자 수익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별다른 노력 없이 큰돈을 번 은행에 횡재세를 매겨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4조642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재작년보다 15.5% 늘어났다. 케이비금융은 0.1% 늘어난 4조4133억원, 우리금융은 22.5% 늘어난 3조1693억원, 하나금융은 2.8% 늘어난 3조625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 합계액은 15조8506억원에 이른다.
역대 최대 순이익은 이자 수익의 증가에 힘입은 것이다. 신한금융이 10조67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7.9% 증가한 것을 비롯해 4대 금융지주 모두 20% 안팎의 증가율을 보였다. 4곳을 합하면 이자 수익이 38조원이나 된다. 은행들은 예대금리차 확대로 쉽게 이자 수익을 늘렸다. 한은 집계를 보면 지난해 말 전체 예금은행의 예대금리차(잔액기준, 가중평균)는 2.55%포인트로 2021년 말의 2.21%포인트보다 0.34%포인트 커졌다. 같은 기간 총대출 금리는 3.04%에서 4.92%로 크게 뛰었다.
가계의 여유자금을 맡아 기업에 빌려주는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은 과거보다 많이 약화돼 있다. 지난해 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조금 늘긴 했지만, 연말 가계대출은 1058조원으로 기업대출(1170조3천억원)과 거의 비슷한 규모다. 가계대출의 75.5%는 떼일 위험이 적은 주택담보대출이다. 가계를 상대로 한 이자 장사로 돈을 많이 번 4대 은행은 직원 성과급으로 월 기본급의 200∼300%를 지급하고, 주주 배당도 크게 늘리고 있다. 실적 호전에 따른 귀결이라고는 하나,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가계의 처지에서는 씁쓸할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로 알려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 2일 금융지주회사들에 “대출 증가 속도를 낮춰 위험가중자산 증가율을 줄이고,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을 확대하라”는 주주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은행이 배당을 늘리기 위해 위험가중자산 비율을 낮추면,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이 줄어들 수 있다. 은행 경영진은 무리한 배당을 하지 말고, 서민 대출이자 경감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