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육군의 주력탱크 ‘M1A1 에이브럼스’가 2021년 3월 라트비아에서 ‘크리스탈 애로’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독일에 이어 미국도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는 “감사하다”며 크게 반겼고, 러시아는 “위험한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31대의 ‘M1 에이브럼스’ 탱크를 지원할 것”이라며 “되도록 빨리 (탱크 사용을 위한) 우크라이나군 훈련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지원 규모는 탱크대대가 탱크 31대로 구성되는 우크라이나군의 편제에 맞춘 것이다.
이번 발표는 독일이 레오파르트 2 탱크 14대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직후에 이뤄졌다. 그동안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이 고가의 선진 무기인 에이브럼스 탱크를 운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탱크 지원에 부정적이었다. 이번 태도 변화로 서방의 우크라이나 탱크 지원에 물꼬가 터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영국은 자국산 탱크 챌린저 2 14대를 지원하겠다고 공언했고, 폴란드와 핀란드, 덴마크 등도 독일이 허용하면 자국군이 보유한 레오파르트 2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정상들과 통화했다며 유럽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군 2개 탱크대대를 무장하기에 충분한 탱크를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적어도 탱크 62대를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300대에는 못 미치는 규모지만, 우크라이나군이 동부와 남부 격전지에서 화력 열세를 보완하는 데 적지 않은 구실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어갈 것이다. 우리는 완전히 견고하게 뭉쳐 있다”며 “푸틴은 미국을 비롯한 동맹의 지원이 시간이 지나면 약해지길 바라겠지만, 틀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방어를 돕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며 “러시아에 대한 공격 의도는 없다. 러시아군이 러시아에 머문다면 이 전쟁은 오늘 끝날 것이며, 전쟁 종식이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지원할 탱크는 미군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물량이 아니라 군수업체에서 새로 조달하는 탱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실제 우크라이나가 에이브럼스 탱크를 받기까지 몇 달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이 탱크 사용법에 숙달하도록 교육·훈련을 먼저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저녁 화상연설에서 “우리에게 매우 필요한 현대 탱크를 제공해주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감사하다“고 반겼다. 그는 “우리가 자유를 강화하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지키기 위해 함께 일하는 방식은 역사적 성취가 될 것”이라며 “이제 자유의 주먹이 독재가 다시 일어서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세르게이 네차예프 독일 주재 러시아 대사는 독일의 탱크 지원 결정에 대해 “매우 위험한 결정”이라고 “갈등을 새로운 대결의 수준으로 전환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 대변인은 탱크 지원의 군사적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며 탱크가 지원되면 모두 “다른 무기들처럼 불타 없어질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