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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키이우, 지하철역에 1만5천명 ‘피신’…“지상보다 안전”

등록 2022-03-03 15:28수정 2022-03-03 20:45

우크라이나 군인이 2일 키이우(키예프)의 지하철 도로호지치역에 피신한 아들을 만나 반갑게 안고 있다. 키이우/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인이 2일 키이우(키예프)의 지하철 도로호지치역에 피신한 아들을 만나 반갑게 안고 있다. 키이우/EPA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지하철역에서 러시아군의 공습을 피해 버티고 있다.

2일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지하철역에 피해 있는 이들은 주로 여자와 어린이들 그리고 나이 많은 남자들이다. 지하철 환승역 바닥에 스티로폼 매트리스 등을 잇대어 깔고 생활하고 있다. 통상 매트리스 한 장에 3~4명이 함께 누워 지낸다. 일부에선 텐트를 설치해 지내기도 한다. 아이들은 여행가방이나 각종 생활용품 더미 사이에서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으며, 어른들은 말없이 핸드폰 화면을 스크롤하며 전쟁 뉴스를 읽으며 지낸다.

9살 율리아나 가족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키이우 지하철 도로호지치역으로 피했다. 아빠는 우크라이나 군대와 함께 싸우러 나갔다. 엄마와 함께 지내는 율리아나는 “여긴 만족스럽진 않다. 그래도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엄마 율리아 게라시멘코는 “얼마 전 6살 아들이 키이우 밖에서 할머니와 지내다 안전하게 독일로 피신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안전하다는 소식이 반갑지만 아들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수의사인 올라 코발추크(45)와 대학생 딸 옥사나(18)도 도로호지치역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지내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 아이들이 힘들어하며 밤에 울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키이우에서 전쟁을 피해 지하철역으로 내려와 지내는 사람이 1만5천여명 정도 된다고 키이우 시장이 말했다. 그는 지하철역의 생활이 불편하고 답답하지만 총탄이 날아다니는 지상보다는 위험이 적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곳에 머문다고 말했다.

지하에 마련한 대피 공간이 지하철역에만 있는 건 아니다. 키이우의 한 산부인과병원에선 지하실에 분만실을 마련해 산모의 출산을 돕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러시아 침공 이후 지금까지 다섯 아기가 이렇게 태어났다고 말했다.

키이우 지상에선 우크라이나 군인과 자원자들이 러시아군의 시내 진입에 대비하느라 분주하다. 한쪽에선 시내로 진입하는 도로를 막는 콘크리트 장벽을 쌓고 있고, 곳곳에서 시야를 가리기 위해 타이어를 태워 연기를 피우고 있다. 또 최근엔 거리 곳곳에 “대전차 지뢰 매설 지역”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민간인 차량의 접근을 막고 있다. 도로 한쪽엔 총탄 자국이 가득한 차량이 버려져 있어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더하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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