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2일(현지시각)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높아지면서 국제 유가가 2일(현지시각) 110달러를 넘어섰다. 유럽 가스 가격도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이날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7%(7.19달러) 오른 110.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4월분 가격은 장중 한 때 2011년 5월 이후 최고치인 배럴당 112.51달러까지 치솟았다고 미 경제 매체 <시엔비시>(CNBC)가 보도했다. 영국 런던 거래소에서 5월분 브렌트유는 배럴당 113.94달러로 전날보다 8% 오르며 2014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온라인 외환·상품 거래 업체 ‘오안다’의 에드 모야 선임 시장 분석가는 “지금도 빠듯한 원유 시장이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따른 공급 위험에 더욱 직면할 것으로 보여, 가격 상승세가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 서비스 기업 ‘에스앤드피(S&P) 글로벌’의 대니얼 예긴 부회장은 러시아 원유 공급 차질이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보지 못하던 에너지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금융 위험, 평판 위험, 운영 위험 등이 한꺼번에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를 포함한 석유수출국 모임인 ‘오펙플러스’는 이날 4월 원유 생산량을 3월보다 하루 40만배럴만큼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는 원유 생산량을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차츰 회복시킨다는 기존 계획을 고수한 결정이다. 게다가 일부 산유국은 기존의 증산 계획 대로 생산을 늘리지도 않은 상황이다.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번 결정은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중동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려 유가를 잡으려는 미국에 협력하지 않겠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 대응에 우선 순위를 두는 동안 러시아가 중동에서 꾸준히 인지도와 영향력을 높여온 것도 이런 배경의 하나로 꼽았다.
유럽의 가스 가격도 폭등했다. 유럽 가스 가격을 대표하는 네덜란드 티티에프(TTF) 가스의 4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이날 한때 60%까지 폭등했다가, 전날보다 36% 오른 MWh(메가와트시)당 165.54유로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사상 최고치에 해당하는 값이다. 영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도 이날 35% 상승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유럽은 전체 가스 수요의 3분의 1 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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