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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세계가 푸틴 성토하는데…중국인들은 왜 러시아 편들까

등록 2022-03-03 14:05수정 2022-03-04 11:12

중국 교수 5명 반전 성명 냈다 삭제
중 당국 ‘반러 친미 내용’ 보도 통제
‘반미 동맹’ 러시아 선호 커지면서
푸틴 등 무조건적인 지지 나타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 연합뉴스
전 세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고 심지어 러시아에서도 반대 시위가 지속되고 있지만 유독 중국 만은 예외다. 중국 정부가 전략적 이유로 러시아 편에 서는 것은 예견된 일이지만, 중국 국민들도 러시아 편을 들며 반대 의견을 허용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쑨장 난징대 교수 등 중국의 역사학 교수 5명은 지난달 26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불의의 전쟁’이라고 비판하는 글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렸다가 봉변을 당했다. 이들은 800자 정도의 짧은 글에 ‘핵무기를 보유한 강대국이 약한 형제국가를 공격해 국제사회가 경악하고 있다. (중략) 전쟁에 유린당했던 나라(의 국민으)로서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에 공감한다’고 적었다.

자극적인 내용 없이 상식적인 선에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중국 누리꾼들은 이를 용인하지 않았다. “다섯 마리의 쥐가 소동을 일으킨다”, “국가 입장에 어긋난다”는 등의 맹목적인 비난이 쏟아졌고, 결국 글은 2시간여 만에 삭제됐다.

진지한 비판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날, 이스라엘은 시리아를, 미국은 소말리아를 공습했다. 왜 교수들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은 외면하고 우크라이나 침공만 지적하는가”라며 “이스라엘과 미국의 전쟁이 진정한 강권 전쟁이고, 러시아의 전쟁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선, 러시아는 악’이라는 미국 중심 세계관의 모순을 지적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리아 정부군 3명이 숨졌고, 미국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소말리아의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를 공습했다.

중국인들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는 과열된 상태다. 지난달 24일 오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명령을 내리면서 한 연설은 5천자가 넘는 장문의 중국어로 번역돼 온라인상에서 10억회 이상 공유됐다. 누리꾼들은 푸틴 대통령을 ‘대제’라고 부르면서 “지지한다”, “피가 끓어오른다”, “훌륭한 연설이다. 매우 조리있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한 누리꾼은 “두 번 자세히 읽으니, 글자마다 주옥같다. 러시아의 절체절명의 반격을 지지한다. 당신들은 세계 평화에 공헌하고 있다”고 적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이 반전 주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에서 큰 반향은 없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를 보면, 중국 베이징대, 칭화대 등 출신 132명이 실명으로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으나, 중국 언론이나 인터넷 등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중국 당국이 최근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 ‘러시아에 불리하고 서방에 유리한 내용’은 보도하지 못하도록 한 언론 통제 지침을 내렸다고 <도이체 벨레> 중문판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국가 차원에서 ‘친러 반미’ 감정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코스타리카 시민들과 우크라이나 여성이 2일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의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산호세/로이터 연합뉴스
코스타리카 시민들과 우크라이나 여성이 2일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의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산호세/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의 러시아 사랑은 각별하다. 중국 인민대 마더용 교수가 2017년, 2018년 각각 2300여명과 5400여명을 대상으로 주변국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는 러시아였고, 미국, 인도, 한국, 일본, 북한 차례였다. ‘혈맹 관계’라는 북한에 대한 선호가 가장 낮고, 한때 사회주의 종주국 자리를 놓고 다퉜던 러시아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과의 대결 양상이 격해지면서 같은 편에 선 러시아에 대한 선호가 강해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제재를 감수하면서 미국 1강 체제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 에델만 연구소의 지난해 11월 조사를 보면, 중국인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는 91%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데, 국가의 선택을 개인의 선택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환구시보>가 18~69살 중국인 2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중국인 55.6%가 ‘중-러 관계’를 가장 중요한 국제 관계로 꼽았다. 중-유럽 관계(44.9%)와 중-미 관계(41.8%)가 뒤를 이었는데, 이는 앞서 15년 동안 같은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던 중-미 관계가 뒤집힌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러시아의 정치 체제가 중국과 비슷한 점도 이유로 꼽힌다. 두 나라는 공산주의 국가라는 역사를 공유하면서 한 지도자가 장기 집권하는 권위주의 정치 체제를 갖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경우 10년 임기의 관례를 깨고 장기 집권을 추진하고 있고, 푸틴 대통령도 20년 이상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서구식 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중국 입장에서, 푸틴이 지배하는 러시아의 권위주의 체제가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푸틴에 대한 개인적 선호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터넷 게시판 등을 보면, ‘중국인은 왜 푸틴을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이 적지 않고, 그의 개인적인 카리스마나 러시아 지도자로서 미국과 맞서는 모습 등을 이유로 꼽는 답변이 적지 않다. 한 누리꾼은 “푸틴은 강인하고 도도한 러시아 민족주의자로서 많은 이념이 중국민의 관념과 맞아떨어진다. 푸틴은 조국에 대한 열정과 애국심이 강하고 민족적 색채가 짙다. 중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성격이다”라고 적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지도자가 된 뒤 푸틴 대통령과 40차례 가까이 회담을 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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