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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우크라 침공 전진기지’ 벨라루스, 핵무기 배치 가능 개헌안 통과

등록 2022-02-28 17:39수정 2022-03-01 02:33

“영토 비핵화 중립국가 목표” 조항 삭제
러시아 핵무기 배치 현실화될 수도
루카셴코 2020년 시위 뒤 러에 밀착
러시아-서방 대립 격화 우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7일 수도 민스크에서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한 뒤 발언하고 있다. 민스크/로이터 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7일 수도 민스크에서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한 뒤 발언하고 있다. 민스크/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진기지로 이용되고 있는 벨라루스에서 핵무기 배치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개헌안이 통과됐다. 벨라루스로 러시아 핵무기 배치가 전진 배치되면, 서구와 러시아의 대립이 격화될 수 있다. 전세계가 ‘신냉전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또 다른 징후로 읽힌다.

벨라루스 선거관리위원회는 28일 전날 이뤄진 개헌 국민투표(투표율 78.63%)에서 65.16%의 찬성으로 개헌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번 국민투표가 관심을 모은 것은 개헌안에 “영토를 비핵화하고 중립국가화를 목표로 한다”(18조)는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러시아의 핵무기가 서유럽을 더 노골적으로 위협할 수 있도록 벨라루스로 전진 배치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도 이런 속셈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투표 당일 방문한 투표소 앞에서 “당신들(서구)이 우리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에 핵무기를 들여온다면, 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가서 조건 없이 줬던 핵무기를 돌려달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벨라루스에는 소련 시절 핵탄두가 탑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배치돼 있었다. 하지만 소련의 해체로 독립한 뒤인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를 통해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과 함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약속받고 핵무기를 포기했다.

이번 개헌을 이끈 루카셴코는 소련 집단농장 관리자 출신으로 1994년부터 28년간 집권 중이다. 2020년 1월엔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합병하려고 한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날을 세운 적도 있다. 하지만 그해 8월 6번째 대통령에 당선될 당시 전국적인 부정선거 규탄 시위가 일어나고 서방이 제재를 가하자 급격히 러시아에 밀착했다. 유일한 ‘비빌 언덕’인 푸틴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며 생존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이번 개헌안에는 루카셴코의 장기 집권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대거 들어 있다. 대통령 3연임 금지 조항이 있긴 하지만, 2025년 대선에서 선출되는 새 대통령의 임기부터 적용된다. 그로 인해 루카셴코는 2035년까지 대통령으로 머물 수 있다. 러시아가 2020년 푸틴 대통령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내용의 개헌을 통해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게 한 것을 참고한 듯한 내용이다. 또 최고 국정자문기구인 ‘전 벨라루스 국민회의’의 권한을 강화해 퇴임 뒤에도 상왕처럼 군림할 수 있게 했다. 평생 형사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도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벨라루스인들 상당수가 이번 국민투표도 부정선거로 보고 있으며 26일에도 반전 시위가 일어나 1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24일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벨라루스엔 연합훈련을 명목으로 러시아군 3만여명이 파병돼 있었다. 이들이 우크라이나 북쪽 국경을 넘어 키예프를 포위 공격하고 있는 러시아의 주력이다. 벨라루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국인 리투아니아·라트비아·폴란드와도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나토는 벨라루스를 경계하며 이 지역에 전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25일 벨라루스 개헌을 비판하며 “나토의 방어 태세 적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키어 자일스 영국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 러시아·유라시아 프로그램 선임연구원도 최근 <포린 폴리시>에 “러시아군의 벨라루스 영구 주둔은 사실상 정해졌다. 그들은 러시아의 공격용 전초기지로 쓰이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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