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도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26일 수도 키예프 거리에서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페이스북 갈무리
우크라이나가 수도 키예프를 겨냥한 러시아군의 밤샘 공세를 견뎌낸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날이 밝은 새벽 키예프 거리에서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며 “우리는 무기를 놓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6일 새벽 키예프 거리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30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나는 여기 있다. 우리는 무기를 놓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조국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무기는 진실이고, 우리의 진실은 이것은 우리의 나라이고, 우리의 아이들이고,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지킬 것이라는 점이다. 내가 당신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이것 뿐이다.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그보다 몇시간 앞선 25일 자정 무렵 올린 동영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늘 밤 우크라이나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다. 오늘 밤은 매우 힘들 것이다. 적들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사용해 우크라이나인들의 저항을 분쇄하려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운명이 바로 지금 결정되고 있다”고 우려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새벽 동영상을 통해 건재를 과시한 점을 비춰볼 때 키예프 곳곳에서 격전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 밤 러시아군의 공격을 일단 저지한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고 고문(선임 보좌관)인 미하일로 포돌리악도 우크라이나 방송에 나와 러시아군이 “키예프로 최대한 많은 장비를 옮겨오려 하고 있지만, 현재 (키예프) 교외와 주변 주역의 상황은 통제되고 있다. 각각 떨어진 사보타쥐(후방 교란) 부대와 정찰 부대가 도시 안에 있지만, 우크라이나 경찰과 자경대들이 맞서고 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밤샘 공세를 이겨낸 26일 새벽 키예프에서 시민들이 더 안전한 피난처를 찾아 대피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 제공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키예프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알렸다. “키예프, 우리의 찬란하고 평화로운 도시가 러시아의 지상군, 미사일의 공격 아래서 하룻밤 더 살아남았다. 나는 전 세계에 요청한다. 러시아를 완전히 고립시켜 달라. 대사를 추방하고, 석유 금수조처를 취하고, 경제를 망가뜨려라. 러시아의 전쟁 범죄를 멈춰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이 26일 트워티를 통해 러시아를 고립시키자고 호소했다. 쿨레바 장관 트위터 갈무리
하지만, 미국 <시엔엔>(CNN)은 이날 새벽 “키예프 국제공항 주변의 주거용 건물이 미사일 혹은 로켓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하며, 러시아군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구 군사 전문가들은 양국의 전력차가 너무 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세를 꺾고 키예프를 끝까지 지켜내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25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난 몇개월 동안 키예프가 함락될 가능성이 실제 있다고 말해왔다. 러시아군이 계속해 키예프로 진공하고 있어 정말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외로 대피를 시켜주겠다는 미국 정부의 제안을 거부했다. 주영국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제안에 대해 “여기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탄약을 원히지 탑승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우크라이나인들이 대통령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주영국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탈출 제안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주영국 우크라이나 대사관 트위터 갈무리
우크라이나가 항전 의사를 불태우면서 국제 사회의 지원도 이어지는 중이다. 이날 아침 트위터로 올린 별도 메시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우리 파트너들이 보내오는 무기와 장비들이 우크라이나로 들어오고 있다. 반전 연대는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25일 오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하고, 우크라이나 방위를 위해 3억5000(만달러(약 4200억원)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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