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통령이 25일 밤 우크라이나 정부 수뇌부가 한 자리에 있음을 보여주며 국민들의 항전을 독려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우리는 여기 있습니다.”
개전 사흘째인 26일 새벽(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격렬한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볼로도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부 수뇌부가 모두 함께 있음을 보여주며 국민들의 항전을 독려했다. 그는 25일 밤 10시 반 무렵 키예프 밤 거리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30여 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우리 모두는 여기 있다. 우리는 키예프에 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켜내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도부는 여기에 있습니다. 대통령 행정부의 수뇌부는 여기 있습니다. (데니스) 슈미갈 총리는 여기 있습니다 (대통령 최고 고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여기 있습니다. 우리 모두 여기 있습니다. 군은 여기에 있습니다. 시민들과 사회는 여기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여기서 우리의 독립과 국가를 지켜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국가를 지키려는 모든 남성과 여성에게 영광이 있기를. 우크라이나에 영광이 있기를.”
미 국방부 등은 이번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핵심 목표가 친서방 정책을 펴는 젤렌스키 정부를 참수(제거)하고, 친러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탈나치화’라는 표현으로 설명하는 중이다. 이를 알고 있는 듯 젤렌스키 대통령도 24일 밤 연설에서 자신이 러시아 군의 ‘첫번째 목표’라고 말했었다. 미국 <시엔엔>(CNN)은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신나치라 부르지만, 그는 유대인이고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손자”라고 거듭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러시아가 (개전 첫날인) 24일부터 젤렌스키가 수도를 빠져나갔다는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는 캠페인을 시도했다”고 전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있는 한 인사는 신문과 인터뷰에서 “그는 건전한 정신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키예프에 남기로 결심했다. 대통령은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키예프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결연한 저항 의사를 밝히면서 코미디언 출신인 그를 비하하고 비판해 왔던 인사들 사이에서도 ‘재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독립 언론의 편집장 올가 루덴코는 트위터에 “젤렌스키가 그동안 정말로 많은 나쁜 실수를 저질렀지만, 점점 자신이 국가를 이끌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적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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