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이 23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23일(현지시각) 유엔에서 러시아의 침략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했다. 이에 많은 나라의 대표들이 “우크라이나,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다”라며 힘을 실어줬다고 <에이피>(AP) 등 외신이 보도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리독립을 인정하고 파병 의사를 내비치는 것과 관련해 러시아에 “국제법의 핵심 원칙”을 위반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러시아에 강력하고 단호하며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글로벌 안보 질서 유지의 임무를 맡고 있는 국제 안보기구의 완전한 붕괴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대규모 전쟁의 시작은 우리가 아는 세계 질서의 종말을 의미할 것”이라며 “이것은 우리를 20세기 가장 어두웠던 시간으로 되돌릴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쿨레바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계획된 돈바스 지역 공격을 막기 위해 나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다”며 “우크라이나는 누구도 위협하거나 공격한 적이 없다. 우크라이나는 그런 공격을 계획한 적도 없고 하지도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러시아군에 당장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물러나고 외교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러시아는 국제 안보 상황을 위태롭게 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며 “우리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원하며 모든 문제를 외교로 풀길 원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이런 호소에 많은 나라 대표들이 호응했다. 라체자라 스토에바 불가리아 대사는 “우크라이나,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다”라며 지지의 뜻을 밝혔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 대사는 러시아의 침공이 500만명에 이르는 이민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경고하며 “여기에 중간지대는 없다. 양쪽에 똑같이 긴장완화를 요구하는 것은 러시아에 자유 이용권을 주는 것이다. 러시아는 침략자다”라고 공박했다.
이밖에 과테말라와 터키, 일본 대사 등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유엔 사무총장도 러시아의 도네츠크·루간스크 분리독립 인정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영토 완결성과 주권에 대한 침해”라며 “이제 절제와 이성을 발휘하고 긴장을 완화해야 할 시기”라고 호소했다.
장쥔 중국 대사는 러시아를 거명하지 않았지만, “나라의 주권과 영토적 완결성은 보호해야 한다”는 중국의 원칙적 입장을 강조했다.
반면 바실리 네벤쟈 러시아 대사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친러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지역에서 9만6천여 명의 난민이 러시아로 대피했다고 주장하며 러시아는 이들의 어려움을 도와주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이날 저녁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의 요청으로 열릴 예정이다. 미국 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분리독립 인정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의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아에프페>(AFP)가 보도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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