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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선대의 ‘전통’과 ‘파격’ 넘나들었던 김정은 국제무대 첫 데뷔

등록 2018-03-29 05:01수정 2018-03-29 08:57

김정은 숨가쁜 56시간 방중
예전과 달라진 ‘파격’
김, 리설주와 함께 오·만찬
국제무대 부부 동반 이례적
사회주의 인사법 포옹도 안해

선대의 ‘자취’ 따라
정부보다 ‘당’ 앞세운 전통 고수
과거처럼 열차 이동·조어대 숙박
첨단과학기술 현장 방문도 비슷
VR 안경 쓴 김정은-리설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베이징 중국과학원을 방문해 가상현실(VR) 기기로 보이는 안경을 쓰고 체험하고 있다. <노동신문>이 28일 실은 사진이다. 연합뉴스
VR 안경 쓴 김정은-리설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베이징 중국과학원을 방문해 가상현실(VR) 기기로 보이는 안경을 쓰고 체험하고 있다. <노동신문>이 28일 실은 사진이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탄 열차는 28일 오전 6시(현지시각)께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압록강을 건넜다. 25일 밤 10시께 이 다리를 건너면서 시작된 첫 방중이 56시간 만에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 북-중 관계의 지속

김 위원장은 전용열차를 타고 온데다, 베이징에서 중관춘을 방문해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살펴보고, 국빈 숙소 조어대의 18호에서 묵는 등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양국의 발표문에서 모두 북-중 관계가 “선대가 창건해 정성 들여 길러온 것”이라며 우호의 전통을 강조하는 것도 이전과 다르지 않다. 북-중 관계는 항일 투쟁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한국전쟁 때 같은 편에 선 경험을 뿌리로 하기 때문에 ‘혈맹’으로 일컬어지는 특수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만큼 이번 만남은 기본적으로 북-중이 그동안 뼈대로 삼아온 당제관계(당 대 당)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쪽이 관영매체를 통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두 지도자의 호칭은 ‘조선노동당 위

원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김정은)과 ‘중국공산당 총서기,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시진핑)으로 표기돼 당을 우선시하는 전통적 흐름을 유지했다.

25일 밤 김 위원장을 단둥역에서 영접한 것도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천추파 랴오닝성 서기였다. 다른 외국 정상은 중국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마중을 나가는 것과는 달리, 중국공산당의 대외 업무 총책임자가 나간 것이다. 김 위원장은 “불원천리하여 수도로부터 멀리 떨어진 국경도시까지 마중나온 데 대하여 사의를 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중국 쪽의 대접이 극진했던 것도 이런 특수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쪽 발표를 보면,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 두 차례 식사를 같이 했다. 도착 당일인 26일 인민대회당에서 환영 만찬 및 공연 관람을 했고, 27일에도 국빈 숙소인 조어대의 양원재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두 번 모두 부부 동반이었다. 특히 두 부부만 따로 한 오찬은 “가정적 분위기”에서 “시종 화기롭고 혈연의 정이 차넘쳤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오찬 장소인 양원재는 1773년 건립된 청나라 건륭제의 별궁으로, 이 통신은 김일성 주석이 “중국의 선대 수령들과 친선의 정을 두터이하신 유서 깊은 곳”이라고 전했다. 중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과 공식 만찬 외에 개별 식사 자리를 마련한 것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떠올리게 한다.

김 위원장은 27일 대학 및 정보기술(IT) 중심지로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을 방문해 중국과학원 문헌정보센터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관람했다. 이는 부친 김정일 위원장이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직전 베이징에 와서 중관춘의 롄샹그룹 컴퓨터 공장을 참관하고, 2011년에도 중관춘에서 통신서비스업체 선저우수마(디지털차이나)를 방문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 북-중 관계의 변화

김 위원장의 방중이 과거의 모습을 재현한 장면으로 점철된 것은 아니다. 그가 부인 리설주를 대동한 것은 북-중 관계에서 최초의 일이다. 이는 비단 북한만이 아니다.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이 전면에 나서는 것 또한 역대 중국 정상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결국 북-중 양쪽 지도자가 부부 동반으로 나란히 선 모습은 양국의 ‘신시대’를 상징한다. 중국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리설주와 펑리위안이 모두 유명한 가수 출신이라는 것을 알리는 게시물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시진핑 부부에 작별 인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27일 베이징을 떠나면서 차 안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시진핑 부부에 작별 인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27일 베이징을 떠나면서 차 안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위원장의 외국 방문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포옹 인사는 이번엔 등장하지 않았다. ‘사회주의 형제의 키스’로 불리는 인사법은 사회주의 국가 정치인들이 만날 때 왼쪽 가슴과 오른쪽 가슴을 번갈아 3차례 깊이 끌어안는 형식으로, 냉전 시기 소련과 동구권 지도자들은 상대의 뺨 또는 입술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냉전 종식 이후에도 북한, 중국 등 아시아 사회주의 국가들과 쿠바 등은 여전히 이같은 인사법을 버리지 않았는데, 이번에 북-중 사이에서 사라지게 된 셈이다.

과거 김정일 위원장이 방중했을 때 중국공산당의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들이 전원 만찬에 참석했던 전통도 이번엔 볼 수 없었다. 그러나 행사에 리커창 총리, 왕치산 부주석, 왕후닝 중앙서기처 제1서기 등 최고 지도부 인사가 참석했고, 양제츠 정치국원,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쑹타오 부장 등 대외 라인 핵심 인사들이 배석했기 때문에 ‘격’이 낮아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김 위원장의 방문은 베이징만을 방문한 ‘원포인트’ 일정이었다. 과거 김정일 위원장도 첫 방문 때는 베이징만 다녀갔다가, 나중엔 경제가 발달한 연해지역이나 김일성 주석의 항일 사적지가 있는 동북지방을 찾았다. 지속적인 상호 방문을 약속한 만큼 김 위원장도 부친의 족적을 따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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