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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시진핑 만난 김정은 “단계적·동시적 한반도 비핵화” 첫 언급

등록 2018-03-28 21:55수정 2018-03-28 22:26

북-중 정상회담
김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
한-미가 평화 조처 취해야”
시진핑, 김정은 초청 수락
집권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부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와 함께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집권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부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와 함께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25~28일 부인 리설주와 함께 중국을 방문했으며, 26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고 북한과 중국 관영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서기의 ‘유훈에 따른 비핵화 의지’를 밝히며, 남한과 미국이 “평화 실현을 위해 단계적, 동보적(동시적) 조치를 취하면 비핵화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8일 <조선중앙통신>과 <신화통신> 등 북·중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25일 특별열차편으로 평양을 출발한 김 위원장 일행은 북-중 접경지역인 랴오닝성 단둥에서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 중국 쪽 인사들의 영접을 받았다. 이어 26일 베이징에 도착해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환영행사, 정상회담, 환영만찬을 함께했다. 김 위원장은 27일 시 주석과 오찬을 함께한 뒤 베이징을 출발해, 28일 아침 6시께(현지시각) 국경을 넘어 평양으로 귀환했다.

■ 한반도 비핵화 ‘유훈’ 강조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표명과 새로운 정세에 대한 의견이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올해 들어 조선 반도 정세에 긍정적 변화가 생겼고, 조선이 중요한 노력을 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 목표와 평화·안정,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견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우리는 북남 관계를 화해·협력의 관계로 바꾸면서, 북남 정상회담을 거행하고, 미국과 대화를 하고, 조(북)-미 정상회담을 거행하기로 결심했다”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서기의 유훈에 따라 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도록 노력하는 것은 우리의 변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첫 국제 외교무대에 나선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유훈)를 명확하게 밝힌 것은 의미가 크다.

김 위원장은 이어 “만약 남조선과 미국이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답해 와서 평화·안정의 분위기를 만들고 평화 실현을 위해 단계적, 동보적 조치를 취한다면, 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남한과 미국이 향후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어떤 조처를 요구하고, 이에 맞춰 북한에도 동일한 수준의 담보 조처를 해주는 ‘동시병행’ 방식으로 비핵화를 진행하겠다는 구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한반도 정세, 주도적 긴장 완화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주도적으로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우리는 주동적으로 긴장된 정세를 완화시키는 조처를 취했으며, 평화적 대화를 건의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은 반도 문제에서 계속 건설적 구실을 발휘하기를 바라며, 조선을 포함한 각국과 함께 노력해, 반도 정세가 완화의 방향으로 가도록 함께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중국에선 김 위원장이 한반도 정세의 급변과 관련해 “정의(인정과 의리)와 도의상 나는 즉시 시진핑 총서기를 만나 상황을 통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한 데 주목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일각에서 한반도 정세에서 중국이 배제되는 모양새라는 이른바 ‘차이나 패싱’ 논란을 깔끔히 정리해주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 북-중 관계 전면 복원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과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 과정에서 삐걱거렸던 양국 관계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과거의 ‘혈맹’으로 전면 복원됐다는 평가다. 두 정상은 회담과 이어진 만찬에서 ‘조-중 우의’와 ‘선대 지도자의 우의’를 유독 강조하고, 앞으로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을 비롯한 정상급 교류를 이어가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결과물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지난 20일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 주석이 재선을 확정한 점을 축하하면서, “나의 첫 외국 방문의 발걸음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가 된 것은 너무도 마땅한 것이며, 이는 조-중 친선을 대를 이어 목숨처럼 귀중히 여기고 이어나가야 할 나의 숭고한 의무”라고 말했다. 향후 북-중 관계를 과거의 전통에 따라 풀어갈 것임을 강조한 셈이다.

시 주석은 “노(앞)세대 영도자들이 공동의 이상과 신념으로 정성껏 키워온 중-조 친선을 중시하고 끊임없이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중국공산당과 정부의 전략적 선택이며 확고부동한 의지”라며 북-중 관계의 중요성에 의미를 부여했다. 시 주석은 또 “조선에는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깊은 곳에서 나오는 샘물은 마르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며 “전통적인 중-조 친선은 피로써 맺어진 친선으로서 세상에 유일무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이 앞으로 상호 방문, 특사 교환 등 정상급 교류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점도 북-중 관계의 극적인 변화를 드러낸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 방북을 초청했고, “초청이 쾌히 수락됐다”고 밝혔다. 중국 쪽도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상호 방문” 등 고위급 교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 경제협력 북-중 관계의 복원에 따라 두 나라 간 경제협력도 활성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비핵화 과정의 진전에 따라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현재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이미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고, 조선 사회주의 건설도 새로운 역사적 시기에 진입했다”며 “조선 쪽과 함께 노력해 양국 인민의 복지를 부단히 증진시키고, 지역 평화·안정·발전을 위해 긍정적 공헌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조선 동지들이 정치적 안정을 수호하고 경제발전을 추동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을 굳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 틀에서 벗어나진 않겠지만, 북한이 단계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생필품 등 비군사적인 부분에서 제재를 풀어 북한이 숨 쉴 구멍을 열어주는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끼칠 영향 4월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관계가 전면 복원되면서, ‘남-북-미’와 ‘남-북-중’이 겹쳐진 ‘이중 삼각대화’가 향후 한반도 정세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는 긴 과정이다. 따라서 협상 과정에서 ‘신뢰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이 “남-북-미와 남-북-중의 두 가지 대화 틀이 동시적으로 움직이는 게 불안요소를 제거하고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라는 ‘출구’를 분명히 하고, 협상의 ‘입구’를 기존보다 넓히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종적인 비핵화를 위한 ‘동시병행 해법’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환 김지은 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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