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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류샤오보 사망...투병과정 공개·아내 연금해제 이뤄질까?

등록 2017-07-14 11:28수정 2017-07-14 11:55

간암 발병 원인·투병 과정 등 밝혀질 지 의문
아내 류샤 우울증 심각...가택연금 해제 요구 봇물
중 ‘경제적 위상’ 높아지며 ‘인권탄압’ 비판 희석
유엔 등 국제사회 ‘중 비판’ 수위도 살펴볼 대목
중국의 노벨평화상 수상 인권운동가 류샤오보가 간암으로 숨진 1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중국의 인권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류샤오보 사진(오른쪽)과 아내 류샤의 사진을 들고 류샤오보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뉴욕/ AP 연합
중국의 노벨평화상 수상 인권운동가 류샤오보가 간암으로 숨진 1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중국의 인권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류샤오보 사진(오른쪽)과 아내 류샤의 사진을 들고 류샤오보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뉴욕/ AP 연합
중국의 가장 저명한 양심수로 평가받는 민주화운동가 류샤오보가 13일 61살을 일기로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지난달 26일 중국 당국이 말기 간암에 걸린 그를 ‘병 보석’으로 입원 조처했다고 밝힌 지 18일째 되던 날이었습니다. 지난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 당시 그는 시상식 참석을 허락받지 못했습니다. 시상식에는 그의 부재를 상징하는 ‘빈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의자에는 끝내 누구도 앉을 수 없게 됐습니다. 그의 죽음 이후 몇가지 문제들을 짚어봅니다.

■ 발병 원인과 투병 과정은 공개될까

류샤오보의 암 투병 사실이 발표된 뒤 그의 신체검사 및 치료, 운동 등의 옥중생활 동영상이 갑자기 공개되는 등, 중국 당국은 그가 적절한 치료를 받아왔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선양시 사법국은 13일 밤 9시께 발표한 통지문에서 “복역 도중 간암에 걸렸고, 병보석으로 풀려나 치료를 받았으며, 중국의과대학부속제일병원은 여러차례 국내 저명 종양 전문가의 진료를 요청했고, 미국과 독일의 권위있는 간암 전문가도 진료에 참가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류샤오보는 투병 과정에서 부인 류샤와 함께 치료를 위한 출국을 원한다고 밝혔고, 진료에 참가한 미·독 전문가는 각각 자신이 속한 시설이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며 류샤오보의 상태는 출국이 가능하며 빠른 시일 안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류샤오보 사망 당일인 13일 밤 기자회견에서 병원 쪽은 류샤오보 쪽이 애초 아무런 얘기를 않다가 외국 의료진이 방문하자 국외에서 치료를 받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혈종 탓에 이송은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입원 뒤 병세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외부 접촉의 엄격한 통제는 불가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병원 쪽은 장례, 부검 등 류샤오보 주검의 후속조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이들은 어떻게 발병했는지, 왜 더 조기에 발견할 수 없었는지, 치료는 적절했는지 등을 묻습니다. 2011년 당시 80살이었던 류샤오보의 아버지 류링도 간암으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과연 그동안 공개된 것들 이외에 더 많은 사실이 밝혀질지 의문시됩니다.

■ 남은 사람들, “호의를 고마워했다”?

올해로 복역 생활 9년째였던 류샤오보는 지난 5월31일 신체검사 도중 간에 종양이 발견됐고, 6월7일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아 입원했습니다. 이후 부인 류샤와 처남 류후이, 맏형 류샤오광 부부와 동생 류샤오쉬안 부부 등 가족이 달려와 그를 간병했다고 합니다.

가족들은 류샤오보의 상황이 외부에 철저히 통제돼 있었다고 전해왔습니다. 그가 입원해있던 랴오닝성 선양시 중국의과대학부속제일의원이 누리집 게시물을 통해 그의 치료 상황을 전한 것이 사실상 외부에서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소식이었습니다. 이 병원은 12일 오후 “환자의 병세는 위독한 상태로, 병원은 현재 전력을 다해 구호조처를 취하고 있다. 가족들은 호의를 고마워하며 서명했다”는 글을 올린 뒤 13일 하루종일 아무런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이날 일각에선 이미 그의 죽음을 예감하기도 했습니다. 병원 쪽은 기자회견에서 류샤오보의 의식은 이날 새벽부터 희미했으며, 오후 5시35분 가족들의 작별인사 속에 결국 숨을 거두면서 6시30분께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고 밝혔습니다.

가족들, 특히 부인 류샤의 근황은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시인이자 화가로 1996년 류샤오보와 재혼한 류샤는, 류샤오보의 수감 생활 탓에 20년 결혼 생활 가운데 정작 함께 산 것이 9년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왔습니다. 게다가 류샤오보가 201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뒤로는 삼엄한 경계 속에 가택연금 생활을 해왔습니다. 류샤는 지난해 아버지의 사망, 올해 4월 어머니의 사망 등을 겪으며 심각한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려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류샤오보는 숨을 거두기 전, 아내 류샤에게 “잘 살아가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한 누리꾼은 “류샤가 잘 살아갈 수 있는지는, 안타깝게도 그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는 댓글을 관련 기사에 남겼습니다. 과연 류샤를 포함한 류샤오보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요?

■ 국제사회의 반발 양상은? 그리고 한국은?

류샤오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노벨상을 주관하는 노르웨이의 노벨위원회는 “류샤오보의 사망은 중국 정부에 무거운 책임이 있다”며 “그가 말기 상태에 이르기 전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로 옮겨지지 않은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자이드 알후세인 유엔인권최고대표도 “중국은 물론 세계의 인권운동에 헌신했던 투사를 잃었다”면서 류샤의 출국 허용을 촉구했습니다.

그의 마지막 투병을 직접 목격했던 외국인 의사 2명 가운데 1명의 조국인 독일은, 주중대사관이 외국인 의사의 방문을 편집해 특정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해 내보낸데 대해 항의했습니다. 편집된 동영상에선 독일 의사가 중국 의료진의 치료 과정을 칭찬하면서 “우리가 더 잘 할 것 같지 않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들은 국외 이송 및 치료가 가능하다고 밝혔음에도, ‘악의적’ 편집 탓에 뜻이 왜곡됐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중국은 최근 류샤오보 입원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관련국들이 중국의 사법주권을 존중하기 바라며, 개별 사안을 이용해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기 바란다”는 입장을 반복해왔습니다. 하지만 ‘내정’으로 제한할 수 없는 보편적 인권을 강조해온 류샤오보가 옥중에서 발병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사건은 미국 등 서구권이 으레 소리 높여 중국을 규탄할 일입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반응 추이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의 발언을 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류샤보오의 사망 소식을 듣고 매우 슬퍼하면서 그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애도를 표했다”면서도, 중국 당국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더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유엔 내 중국의 위상이 높아진 배경 때문은 아닌가 의심하는 시각이 제기됩니다. 막대한 규모의 중국 경제가 고속 성장을 이어오면서 축적한 막강한 자본과 그 영향력은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성공담이 됐고, 그동안 서방이 ‘인권 탄압’, ‘비민주성’ 등을 지적해온 ‘중국 모델’에 대한 비판을 상당히 희석시킨 것도 사실입니다.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이끄는 한국 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합니다. 청와대 또는 외교부가 ‘중국의 내정’이라며 언급을 피할까요, 아니면 보편적 인권 수호의 입장을 천명할까요?

■ 중국 민주화 운동은 어디로

류샤오보는 ‘국가정권전복선동죄’라는 무시무시한 죄명과 달리 1989년 천안문 사건 이후 줄곧 비폭력 평화주의 노선을 고수해온 인물이었습니다. 천안문 사건 당시 무력진압 조짐이 커지자 류샤오보를 포함한 4명이 진행한 ‘4군자 단식투쟁’ 당시, 그는 “우리가 학생들과 똑같은 위험에 맞닥뜨리지 않는 한,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광장을 떠나라고 권하는 한편, 진압부대를 설득해 퇴로를 열어주도록 했습니다.

동시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2008년 ‘08헌장’은 그가 주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애초 303명에 지나지 않았던 서명자 수가 그가 동참해 유명 작가와 변호사, 학자, 전직관료 등에 호소하기 시작하면서 8600명(외국 체류자 포함)까지 늘었습니다.

중국의 이른바 ‘이견인사’(민주화를 주장하면서 공산당 일당독재의 문제를 비판하는 이들)들은 한편으로는 상징적 인물을 잃었다는 허탈감을 느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큰 분노를 느끼는 듯합니다. 류샤오보 부부의 친구들이 만든 ‘자유 샤오보 공작조’는 13일밤 부음을 내어 류샤오보를 “중국 민주화 운동의 순교자”로 이름짓고, 중국 당국이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류샤오보 추모회’의 성립을 발표하면서 인터넷 추모식을 열겠다고 발표하고, 인터넷 추모관 및 류샤오보기금회 설립 계획도 밝혔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추모회 시간과 장소가 트위터에서 공유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트위터에선 “더욱 명확해진 것은 비폭력 비협조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기를 들고 반항하는 것만이 스스로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글도 눈에 띕니다. 중국 민주화의 앞날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도 관심이 모아집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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