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중국 베이징 천안문에서 열린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서 열병식이 진행되고 있다. 베이징/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열병식 이모저모
‘정상 맞이’ 펑리위안 망루엔 안올라
평균 90살 국·공 노병들 열병 선두에
70여분 신무기 행렬뒤 비둘기 수만마리 하늘로
‘정상 맞이’ 펑리위안 망루엔 안올라
평균 90살 국·공 노병들 열병 선두에
70여분 신무기 행렬뒤 비둘기 수만마리 하늘로
3일 베이징의 가을 하늘은 유난히 청명했다. 오전 9시30분, 중국의 상징인 천안문(톈안먼) 망루 위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옆으로 세계 각국의 지도자와 중국 원로 지도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시 주석의 오른편으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첫 자리를 차지했고 그 옆에 박근혜 대통령이 자리했다. 북한 대표로 참석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앞줄 오른쪽 끝부분에 섰다. 시 주석 왼편은 국가원로들을 비롯한 전·현직 중국 국내 지도부들의 자리였다. 부패 연루설이 돌던 장쩌민 전 주석과 시 주석의 전임자인 후진타오 전 주석이 정정한 모습으로 나란히 시 주석의 왼쪽을 차지했다. 원로 배제설, 갈등설을 불식하고 ‘3대 주석’이 한자리에 선 것이다.
리커창 총리를 비롯한 6명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전 총리인 리펑, 주룽지, 원자바오도 나타났다.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은 열병식 전 천안문 뒷편 돤먼 광장에서 각국 정상들을 맞이하고 기념촬영을 했지만 망루에는 오르지 않았다. 천안문 광장 일대에는 병사와 시민 등 4만여명이 운집했다.
중국의 15번째 열병식은 10시 “항일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 개시”라는 리커창 총리의 선언으로 시작됐다. 70발의 예포가 일제히 연기를 뿜었고, 중국군 의장대의 국기 게양식과 국가 제창이 이어졌다. 감색 인민복을 입은 시 주석은 10여분의 기념연설을 마친 뒤 망루 아래로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산 최고급 승용차인 검은색 훙치 무개차에 오른 그는 천안문 광장 동편 창안제에 도열한 1만2000명의 중국군과 500여대에 이르는 탱크, 미사일, 무인기 부대를 사열했다. “퉁즈먼 하오! 신쿠러. (동지들 안녕하신가, 수고합니다)”라는 시 주석의 말에 꼿꼿이 도열한 병사들은 일제히 “웨이런민푸우(인민을 위해 봉사하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시 주석의 무개차 사열은 부대 끝까지 약 15분여 동안 이어졌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 전 주석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가 다시 망루에 오르자 본격적인 열병식이 시작됐다. 20대의 공군기가 하늘에 ‘70’을 그리며 천안문 상공을 날았고 이어 7대의 전투기가 무지개색 비행 구름을 뿜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열병의 선두는 평균 나이가 90살인 항일 국·공 노병들이 장식했다. 시 주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며 경의를 표했다. 이어 11개 보병부대와 러시아 등 17개국 외국군, 탱크와 둥펑-21D, 무인 정찰기 등 첨단 기계화, 미사일 부대가 차례로 망루에 선 시 주석과 각국 지도자들을 향해 경례를 올려붙이며 행진했다.
50여명으로 꾸려진 장군 부대와 여군 의장대는 참관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10개 부대의 공군기 에어쇼도 펼쳐졌다. 70여분간의 열병식은 ‘영원한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수만마리의 비둘기와 형형색색의 풍선들이 하늘을 날아오르며 막을 내렸다.
<중국신문망>과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 매체들은 “열병식을 통해 중국이 세계에 평화 수호 선언을 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은 “열병식을 통해 중국이 세계를 향해 군사 근육을 과시하고 ‘우리가 왔다’라고 선포했다”고 전했다. 영국 <비비시> 방송은 “베이징이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중국의 군사 실력을 뽐냈다”라고 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이슈중국 열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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