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중국군 최고사령관인 시진핑 국가주석이 탄 검은 훙치 승용차가 천안문을 출발해 베이징 중심 창안제(장안가)를 지나며 부대들을 사열하는 동안 중국의 최첨단 무기들이 전세계를 향해 모습을 드러냈다.
1만2000여 병력, 500여개 군사장비, 200여대 군용기가 참가한 사상 최대 규모의 이날 열병식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최초로 공개된 둥펑-21D와 둥펑-26 등 대함 탄도미사일(ASBM)이다.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둥펑-21D는 최대 사거리 1450㎞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항공모함 전력을 현저히 약화시킬 수 있는 위협적 무기로 지목돼 왔다. 둥펑-26은 사거리 4000㎞의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중국 본토에서 미군 괌 기지까지 겨냥할 수 있어 ‘괌 킬러’란 별명으로 불리며, 이동식 발사 차량을 통해 지상에서도 항공모함 전단을 공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군의 전략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은 이들 대함 탄도미사일을 비롯해 7종의 미사일 100여기를 이날 공개했다. 기존 둥펑-31을 개량한 고체연료 탑재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31A는 사거리 1만1200㎞로 미국 본토 대부분을 사정권 안에 두고 있으며,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사거리 1000㎞ 전후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둥펑-16은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일본 오키나와, 대만 등을 공격권에 둘 수 있다.
중국이 이날 보여준 미사일들은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핵심이익’을 지키고 미·일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미사일 능력 발전에 대해 미국, 일본, 대만 등은 특히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국의 전략 미사일 능력은 서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고, 미사일방어 체제(MD)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둥펑-21D, 잠수함 발사 미사일인 쥐랑-2(JL-2) 등은 서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군의 해상 전력을 크게 강화시켜 미-중 간 전략 균형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시엔엔>(CNN)은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열병식에 등장할 것으로 주목받았던 다탄두 미사일 둥펑-41과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31B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탄두 기능을 갖춘 둥펑-41(사거리 1만4000~1만5000㎞) 등은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중국이 이번에 이를 내놓지 않은 것은 미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는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공중에서는 전투기, 폭격기, 함재기, 해상초계기, 공중급유기 등 군용기 200여대가 위용을 자랑했다. 주력 전투기인 젠-10과, 젠-10A, 젠-11, 젠-15, 공중조기경보기 쿵징-2000, 무장헬기 즈-9, 즈-8 등이 등장한 것으로 관측된다. 작전반경이 3000㎞인 젠-15는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의 탑재기다. 공중조기경보기 1대, 전투기 8개로 구성된 지휘기 편대와 중국산 신형 공중조기경보기인 쿵징-2000 11대로 구성된 공중조기경보기 편대도 하늘을 갈랐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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