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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정치냐 평화냐…‘딜레마 라마’

등록 2008-03-19 20:48수정 2008-03-20 00:08

스위스 로잔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 앞에서 18일 베이징 올림픽 개최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로잔/AP 연합
스위스 로잔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 앞에서 18일 베이징 올림픽 개최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로잔/AP 연합
티베트 폭력시위 ‘후유증’…달라이 라마의 선택은
망명정부 수반-영적 지도자로서 ‘고민’ 깊어져
비폭력 노선 속 또 사임 언급…이중성 비판도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달라이 라마는 최근 독립 요구 시위를 벌인 티베트인들이 한족의 가게를 부수는 등의 방식으로 자행한 ‘폭력’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18일 나온 사임 가능성 언급은 비폭력·평화 노선을 벗어난 적이 없는 그의 승부수로 풀이된다.

달라이 라마는 1989년 티베트 시위 격화 때에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티베트인들이) 무장 투쟁을 벌이면 물러나겠다”며 비폭력을 고집했다. 당시 티베트 당서기였던 후진타오 주석이 직접 진두지휘한 무자비한 유혈진압으로 상황이 진정돼, 그의 발언은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그에게 노벨평화상 등의 영예를 안겨줬다.

지금 상황은 더욱 결연한 의지를 요구한다. 중국 정부가 달라이 라마를 조건부 대화 상대로 인정하는 등, 티베트 자치권 논의는 사실상 진전했다. 망명정부 쪽은 달라이 라마의 ‘사임’ 발언이 “폭력을 수단 삼아 정치적 목적을 이룬다면, 그가 그 정부를 이끌 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14대 달라이 라마인 텐진 가쵸는 10만여명의 티베트인이 머물고 있는 인도 다람살라 망명정부의 절대적 수반이지만, 동시에 600만 티베트(라마) 불교 신도들의 영적 지도자이기도 하다. 관세음보살이 대를 이어 환생한 화신으로서의 달라이 라마라는 지위는 숨을 거둘 때까지 버릴 수 없는 숙명이다. 그는 두살 때 13대 달라이 라마의 환생자로 인정받고 지위를 물려받았다.

서방 언론에 비친 달라이 라마의 모습도 불교 지도자로서의 인상이 강하다. 특유의 유머 덕에 ‘재미있고 따뜻하다’는 이미지까지 덧입었다. 19일치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동방의 종교 가운데 불교가 서방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달라이 라마의 카리스마가 그 자신을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지도자 반열에 올렸다고 풀이했다.


중국 정부 쪽은 그가 종교 지도자를 내세우며 사실상 정치 운동을 진행해 이중적이라고 비난한다. 장칭리 시짱자치구 당서기는 그를 “가사를 걸친 승냥이” “인면수심의 악마”라고 일컬었다. 젊은 티베트 강경파들은 그가 정치 현실을 무시한 채, 독립이 아닌 자치 운동에 그쳐 그릇된 희망을 품게 했다고 비난한다.

중국 당국의 초고강도 진압으로 티베트 내부의 시위는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 달라이 라마가 사퇴를 결심할 만큼 폭력적인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의 비폭력 노선을 둘러싼 갈등이 티베트 독립운동 세력 사이에서 분명하게 노출된 터여서, 그가 중국-티베트 관계 설정에서 이전과 같은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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