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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더는 티베트인을 죽이지 말라

등록 2008-03-19 08:51

정웅기 (사)밝은세상 사무처장.
정웅기 (사)밝은세상 사무처장.
[기고] 정웅기/(사)밝은세상 사무처장
1989년 라싸 봉기 이후 20년 만에 일어난 티베트인들의 시위를 중국은 다시 총칼로 짓밟고 있다. 대체 얼마나 많은 티베트인들이 앞으로도 희생되어야 하는가? 사원에 못질을 하고, 스님들을 잡아 고문하는 야만은 또 얼마나 기승을 부릴 것인가?

중국 정치인들이 죽어도 이해 못하는 것이 있단다. 달라이 라마에 대한 티베트인들의 마음이다. 그들로서는 달라이 라마에 대한 티베트인들의 사랑과 존경심을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래서 전제군주에 대한 충성심이나 인민들의 찌든 노예근성쯤으로 치부한다.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 의존해 기사를 쓰는 상당수 한국 언론도 마찬가지다. ‘올림픽 앞둔 정치적 목적’ ‘달라이 라마 배후 조정 운운 …’, 번번이 이런 식이다.

대부분 티베트인들에게 삶은 곧 종교다. 그런 그들에게 불교의 ‘보살’은 이상적 인간형이고, 달라이 라마는 ‘보살의 살아있는 모델’이다.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여겨 존중하는 마음에는 그를 닮고 싶어하는 강렬한 열망이 깔려 있다. 그래서 티베트인들은 달라이 라마 사진을 지녔다는 이유로 구속될망정 그 사진을 버리지 않는다.

이번 시위의 배경도 근본적으로는 여기서 비롯된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이 결정된 2001년을 전후해 티베트 문제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했다. 지난 수년간 티베트 망명정부의 대표단들이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 수차례 들어가 중국과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이 기간 달라이 라마는 중국에 거듭 양보의 뜻을 천명했다. “나라 운영은 모두 중국이 맡아라. 대신 티베트인들이 종교와 문화 쪽만 자치할 수 있게 해달라.” 독립 포기라는 일부의 비난까지 감수하면서 종교활동만은 보장해달라고 했지만, 중국은 결국 이마저 거절했다. 그것이 지난해 9월이다.

한가닥 기대를 버리지 않았던 티베트인들은 좌절했다. 망명 티베트인들은 물론 달라이 라마가 귀국할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본국의 티베트인들은 실망하고 분노했다. 그래서 달라이 라마가 인도로 망명한지 꼭 49년째 되는 날인 3월10일 그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달라이 라마 귀국을 허용하라’고 전국에서 일어난 것이다.

1989년 라싸에서 10만명의 시민이 봉기한 때도 그랬다. 달라이 라마에 이어 존중을 받던 ‘9대 판첸 라마’가 89년 51살에 갑자기 서거하자, 중국이 그를 암살했다고 생각한 티베트인들이 봉기했다. 이때도 중국군은 총과 탱크는 물론 화염방사기까지 동원해 시위를 진압했고, 130여명의 티베트인이 희생됐다. 1959년 무려 120만명이 학살당한 티베트인들의 봉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달라이 라마를 암살할 목적으로 중국이 초대하자, 못 가게 막으려는 민중들이 포탈라궁을 둘러쌌다. 그들은 죽음으로 달라이 라마를 지키려 했고, 달라이 라마는 자신들로 인해 티베트인들이 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차라리 망명을 택했던 것이다. 이처럼 종교지도자들을 대하는 티베인들의 지극한 마음을 모르면 티베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의 본질을 잘 알 수 없다. 50년이 넘는 식민통치 아래서 종교와 문화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티베트 상황도 이해하지 못한다.

중국은 변함없이 총칼을 앞세우고 있지만, 59, 89년과 지금은 모든 상황이 달라져 있다. 89년까지만 해도 한족의 이주가 별로 없었던 때지만, 지금은 티베트 안에 한족이 티베트인보다 더 많다. 중국의 강경진압은 성난 일부 티베트인들이 한족을 공격하는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중국 정부가 깔아놓은 전화와 인터넷은 티베트인들을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세계와 연결할 수 있게 해줬다. 과거처럼 잔인한 학살을 저지른다면, 이 또한 감춰질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은 지금이라도 티베트인들에 겨눈 총칼을 거둬야 한다. 야만의 이름으로는 올림픽을 개최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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