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본 2006 지구촌]인터넷 검색엔진 ‘바이두’ 창업자 리얜훙
[인물로 본 2006 지구촌]인터넷 검색엔진 ‘바이두’ 창업자 리얜훙
국내 60% 장악...경극배우 등 변신 거듭
국내 60% 장악...경극배우 등 변신 거듭
중국의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百度)의 상징은 ‘곰 발바닥’이다. 누리집(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Baidu’라는 영문 위에 푸른 곰 발바닥이 큼지막하게 찍혀 있다. 바이두의 창업자 리얜훙(37)이 “가는 곳마다 흔적을 남긴다”는 성경 구절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이 상징은 눈밭 위를 뚜벅뚜벅 걸어가는 곰을 생각나게 한다. 올해 세계시장과 국제무대에서 전례 없이 강대국의 위상을 뽐낸 중국의 모습처럼.
리는 4일 바이두의 일본 진출을 선언했다. 중국 인터넷 검색시장의 60%를 석권한 여세를 몰아 일본까지 넘보겠다는 뜻이다. 인터넷 검색시장 규모가 중국의 4~5배에 이르는 일본에서는 이미 구글과 야후 같은 강자들이 오래 전부터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도 리는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중국 신문들은 이날 바이두가 ‘세계 최대의 중국어 검색엔진’이라는 구호에서 ‘중국어’라는 말을 지우겠다는 야망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올해 중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10%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이어가면서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국으로 떠올랐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일년 내내 아프리카와 아시아, 중동 등 전 세계를 누비면서 미국의 지배력에 구멍을 냈다. 중국 역사에서 이처럼 뚜렷하게 국력을 과시한 적은 없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리의 자신감은 이런 중국의 위세를 대변한다.
리의 성공 비결은 ‘변신’이다. 산시성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땐 경극 배우가 되고 싶어 경극학교에 들어갔다. 침대보로 배우들이 입는 의상을 만들어 허리에 두르고, 막대기를 창인 양 휘두르며 놀곤 했다. 그러다 누나가 대학에 들어가 이웃의 부러움을 사자, 잽싸게 공부로 방향을 틀었다. 베이징대 도서정보학과에 들어간 뒤에는 컴퓨터에 빠져 전공까지 갈아치웠다.
미국에 유학가서도 그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뉴욕주립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를 따더니 이번엔 학업이냐 사업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결국 사업을 택한 그는 한 정보처리 회사의 문을 두드렸다. 훗날 다우존스가 인수한 이 회사에서 그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온라인 실시간 뉴스 처리 시스템을 만들면서 인터넷의 세계에 눈을 떴다. 마침 벤처 열풍이 불자, 뒤질세라 실리콘밸리에 뛰어들었다.
리의 선택은 중국의 경제 발전 과정의 압축판이다. 중국이 전통(경극)에서 벗어나 첨단산업(컴퓨터)에 눈뜨고, 이를 사업(벤처)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가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중국이 ‘실리외교’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강대국으로 발전한 것과도 유사하다. 그가 도전자에서 승리자로 나아가는 중국의 미래를 예고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올해 최고의 기업가를 뽑으면서, 리를 ‘구글’의 최고경영자 에릭 슈미트보다 앞줄에 놨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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