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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공정한 부, 평등한 출발’에 투자한 현인

등록 2006-12-25 17:59수정 2006-12-25 20:30

370억달러 기부…워런 버핏

[인물로 본 2006 지구촌]

“테드 터너(<시엔엔> 창립자)는 10억달러 기부 약정서에 서명할 때 손이 떨렸다고 하더군요. 나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어요. 맥이 풀리지도 않았구요.”

지난 6월 소유 재산의 85%인 370억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투자의 현인’ 워런 버핏(76·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이 경제 주간 <포춘>에 털어놓은 후일담이다. 세계 제2위 부자인 그는 기부금 가운데 310억달러는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이 운영하는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다른 4개 재단에 내놓았다.

평소 기부에 인색하다는 비판까지 들었던 그의 갑작스런 ‘변심’은 우선 천문학적 액수 때문에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사실 그의 기부액은 ‘자선의 대명사’격인 빌 게이츠 부부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기부한 33억5천만달러의 10배를 훌쩍 넘는다. 버핏과 게이츠 부부는 <포춘>이 선정한 2006년의 최고 기부자 1, 2위로 나란히 선정됐다. 버핏 기부금은 또 역대 최고의 자선가로 꼽히는 앤드루 카네기와 존 디 록펠러가 평생 내놓은 재산 합계액의 2배가 넘는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이 아닌, 게이츠를 앞세운 기관을 택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 그는 “나는 재단의 투자 결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올바르다고 판단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재단 선택 사유도 ‘가치 투자의 대가’ 답게 간명하다. “판돈이 많이 걸린 골프 시합에서, 감히 어느 누가 타이거 우즈 아닌 다른 선수를 부르겠느냐”는 것이다.

버핏에 ‘감전당한’ 자선의 세계도 올 한해 어느때보다 빛났다.

올해 최대 자선행사인, 빈곤과 지구온난화 대책 기금 마련을 위한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는 3일 동안 215건 약정에 73억달러를 거뒀다. <포춘>이 지난달 발표한 올 한해 ‘최다 기부 50인’ 순위 턱걸이 액수도 지난해 1억2천만달러에서 올해는 1억5700만달러로 30% 이상 올랐다.

11살에 주식 거래를 시작하는 등 어려서부터 투자와 사업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버핏이 생전에 모든 재산을 사회에 헌납한 카네기의 길을 선택한 데는 그만의 ‘부의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자신이 잘나고 열심히 일했기에 거부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곳에서 적절한 재주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부자가 됐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부유하고 주식 거래가 활발한 미국에서 태어난 ‘우연’이 그를 억만장자로 운명지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로부터 거둬들인 부는 다시 사회로 돌아가는 게 합당한 이치다. 적어도 그에게는.

20년전 그는 “매우 부유한 이들은 자식들에게 놀고 먹을 정도가 아니라, 어떤 일도 시작할 수 있을 만큼만 재산을 남겨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헤지펀드 갑부 조지 소로스와 함께 상속세를 적극 옹호한 억만장자로도 유명하다.

고향인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지금도 38년 전에 산 허름한 집에 머물며 자본시장의 흐름을 꿰뚫고 있는 버핏은 애초 사후에 재산을 헌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자신보다 더 오래 살면서 사회헌납금을 관리해 줄 것으로 믿었던 첫 부인 수지 버핏이 2년 전 사망하면서 생전 기증으로 방향을 틀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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