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 막바지에 오색 풍선이 날아오르자 참석자들이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일 “중화민족이 지배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또 “중국을 괴롭히는 세력은 강철 만리장성에 머리를 부딪혀 피를 흘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미국이 주도하는 전방위적 ‘중국 포위전략’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 총서기인 시 주석은 이날 오전 수도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에서 7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중국 인민은 낡은 세계를 파괴하는 능력도 있지만,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능력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으며,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세계에 엄숙히 선포한다”고 덧붙였다.
1시간 남짓 이어진 연설에서 시 주석은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중국은 점차 반식민지 반봉건사회가 됐고, 중화민족은 유례없는 재난을 당했다”며 “이때부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중국 인민의 가장 위대한 꿈이 됐다”고 말 문을 열었다. 중국 공산당 창당의 당위성을 강조한 셈이다.
그는 “100년 전 창당 당시 당원이 불과 50여명에 그쳤던 중국 공산당은 이제 9500여만명의 당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14억명이 넘는 인구 대국을 이끌고 있는 세계 최대 집권당이 됐다”며 “100년 전 쇠락한 모습으로 세계 앞에 섰던 중화민족은 이제 번영을 향해 거침없는 발걸음을 내딛으며 위대한 부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 공산당 중앙지도부가 전날 공개한 <당내 통계 공보>를 보면, 지난 5일 현재 중국 공산당원은 모두 9514만8천여명이다. 2019년 말에 견줘 323만4천여명 늘어난 것으로, 시 주석 집권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시 주석은 커진 국력에 걸맞는 강한 군대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대만해협과 동·남중국해 일대에서 미국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역사를 거울 삼아 미래를 열어가려면 국방과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강대국은 군대가 강력하며, 군대가 강력해야만 국가가 평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민해방군은 붉은 강산을 지키고 민족의 존엄을 지켜낸 든든한 기둥이자, 지역과 세계 평화를 지키는 강력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시 주석은 “중국 인민은 정의를 숭상하고 폭압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지금까지 다른 나라 인민을 괴롭히고 압박하고 노예화한 적이 없다.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동시에 중국 인민은 어떤 외세도 우리를 괴롭히고 억압하고 노예화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떤 외세라도 중국을 괴롭히려 든다면, 14억명이 넘는 중국 인민이 피와 살로 쌓은 강철 만리장성 앞에 머리를 부딪혀 피를 흘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 주석의 이 발언이 나오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오며 천안문 광장이 들썩였다.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사실상 직할체제가 들어섰음에도, 시 주석은 홍콩과 관련해 여전히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내세우며, ‘외부세력’의 개입을 경계했다. 그는 “우리는 전면적으로 ‘일국양제’와 고도 자치 방침을 정확하게 관철해야 하며, 홍콩·마카오 특별행정구에 대한 중앙 정부의 전면적인 통치권을 실현해야 한다”며 “특별행정구 당국도 국가 안정을 수호하는 법률 제도와 집행 제도를 실현하고, 국가의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과 관련해선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변함없는 역사적 과업이며 모든 중화민족의 공통된 염원”이라며 “대만 독립 시도를 단호히 분쇄하고 민족 부흥의 아름다운 미래를 개척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구도 국가 주권과 영토를 수호하려는 중국 인민의 굳은 결심과 의지, 강한 능력을 과소평가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만과 밀착행보를 보일 때마다 중국 쪽이 동원하는 표현이다.
이날 행사는 오전 8시께 헬리콥터와 전투기 편대가 각각 창당 100주년과 창당 기념일을 상징하는 ‘100’과 ‘71’ 모양을 그리며 비행한 뒤, 100발의 예포가 울리는 가운데 시작됐다. 천안문 망루에 오른 시 주석과 후진타오 전 주석을 비롯한 당·정 지도부는 물론 광장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도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안팎에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행사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만 참석이 허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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