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샤리 혁명’ 국제사회 파장
“알제리·예멘이 다음 순서” 분석 잇따라
독재정권 지탱해온 국가주의 가치 흔들
사우디·요르단 등도 안심할 상황 못돼
“알제리·예멘이 다음 순서” 분석 잇따라
독재정권 지탱해온 국가주의 가치 흔들
사우디·요르단 등도 안심할 상황 못돼
호스니 무바라크의 30년 철권통치를 무너뜨린 이집트 혁명의 파장은 어디까지일까?
무바라크 정권의 붕괴는 1989년 동독의 베를린장벽 붕괴에 비견되는 지각변동이다. 폴란드의 그단스크 조선소에서 시작된 동유럽의 민주화 바람은 베를린장벽의 붕괴로 절정에 이르면서 동유럽 전체의 변혁, 나아가 동서냉전 구도의 해체로 이어졌다. 지난달 튀니지의 ‘재스민혁명’을 시작으로 북아프리카 아랍권에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는 민주화 시위는 이집트의 ‘코샤리혁명’으로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11일(현지시각) 무바라크의 퇴진으로 이집트 혁명이 급진전하면서, 다음 차례는 알제리나 예멘이 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온다. 12일 알제리 수도 알제 도심 곳곳에서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일부는 무바라크 퇴진 소식이 1면에 실린 신문을 흔들며 “부테플리카는 나가라”고 외쳤다. 알제리 당국은 시위행진이 예정된 4㎞ 구간에만 3만여명의 경찰을 배치하고 수백명을 체포했으며, 인터넷도 차단했다.
예멘에서도 이날 시민 수천명이 수도 사나에서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대통령의 사진을 찢고 “무바라크 다음은 알리 차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수백명은 사나 주재 이집트 대사관 쪽으로 향했으나 5000여명의 경찰에 가로막혔다. 집권 국민의회당(GPC)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텐트와 식량까지 준비한 채 사나 중심 타흐리르 광장을 선점해버렸다. 이집트 시민혁명이 예멘에서 재현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다.
이슬람 원리주의 색채가 짙고 왕정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요르단 등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지금 아랍 세계는 독재정권을 지탱해온 국가주의적 가치가 흔들리는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애초 튀니지,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는 물가폭등과 실업에 따른 극심한 생활고에서 비롯했다. 그러나 독재정권들이 강경진압으로 시위를 억누르면서 저항의 불길은 더욱 확산됐다. 아랍 민중들의 봉기는 점차 정치적 각성을 넘어 미국의 이해관계에 바탕한 중동 질서의 재편을 예고한다. <뉴욕 타임스>는 11일 “통치자들보다 테크놀로지에 밝고 잘 조직된 젊은 시위자들이 미국의 지원을 받는 기존 질서의 공식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며 “타흐리르 광장의 황홀한 승리의 순간들이 이집트와 아랍세계(의 기성체제)에는 가장 쓰라린 시간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리처드 포크 교수(국제법)는 최근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 기고에서 이집트 혁명을 비롯한 아랍권 격변을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국제사회의 지정학적 질서를 재구성하는 네번째 ‘변혁적 사건’으로 꼽았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2001년 9·11 테러,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적 경기침체에 이어, 북아프리카와 중동 아랍권의 시민봉기는 단순히 미움받는 인물 한 명을 제거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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